나의 이야기

[스크랩] 사우나에서 만난 사람들

푸른하늘 파란하늘 2012. 3. 17. 09:38


                                                                                             문득 바라본 봄의 새싹과 푸른하늘


긴 겨울동안 껌처럼 침대에 붙어 지내며, 인터넷으로 연결된 

TV 를 오래 볼수록 체중이 비례하여 늘고 있었다.


전기담뇨를 틀어놓고 TV 를 보다가.... 자다가....


체중이 15파운드가 느니까 얼굴이  Marshmallow 처럼 

푹신푹신하게 보이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 얼굴이 좋아지셨네요 " 라고 인사들을 한다 .


살쪘다는 말을 그렇게 좋게 표현 해 주었지만,  차츰

입던 옷들이 꽉 끼어서 불편 해지기 시작했다 .



                                                                                                                 앞뜰에 핀 수선화


드디어 , 지난달 말. 남편의 생일때부터

동네 헬스클럽에 일년치를 등록하고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첫날은 잠시 사우나만하고 돌아왔다.


이틀째 부터는, 그전 다닐때에는 윗층에서 30 분씩 운동만 했었는데 

1시간으로 늘려 땀을 흘린후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은후 콘디션을 머리에 바른채 사우나에 들어갔다.


거꾸로 놓은 모래시계속의 모래가 다 떨어지기까지 15 분동안- 82 C(170 F)

헬스클럽에서 주는 큰타월 3개를 가지고  한개로는 몸을 감고

하나는 깔고, 하나는 무릎을 덮고 빨간돌이 뜨거운 마른공기를

사우나속에 타오르는 동안 앉아 있다가 나오게 된다.


그 15분간이 어떨때는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

그래도 사우나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얘기 하느라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



                                                                                                     뒷뜰에 나오기 시작한 개나리


작년까지는 오후 시간에 헬스클럽에 갔었지만

요즘은 오전 9 시에서 12 시사이까지 다니고 있다.

아침시간은 사우나속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지를 않아서

혼자 있게 될때가 많았다 .


한참 앉아 있으면 얼마나 속이 뜨거운지, 불에 달구어진 

빨간 돌에서 나오는 뜨거운 기운이 따갑고 아플정도여서 

무릎을 타월로 덮어야 견딜만 하더라 .


그렇다보니, 혼자 뜨거운 숨을 내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너무 길게 느껴져서 그 지루한 시간을 덜 지루하게 

해 보려고 잡지책을 가지고 간 적도있었고 ,

하루는 스케치북을 가져가 책에서 누군가의 얼굴을 뜯어와

그림을 그릴때도 있었어 .





그림을 그리고 있던 날 , 사우나속으로 유창한 한국말을 하는

5~60 대 여자 3명이 들어와 함께 앉게 되었어 .


그들은 내 스케치북에 관심이 많았고 보고 싶어해서 보여 주었더니 ,

금새 나를 좋아하는 어투로 바뀌었어 .

자기가 그림을 그릴줄은 모르지만 볼줄은 안다던 키큰여자 (172 Cm)는

쉽게 자기속을 터놓고 내게 얘기를 많이 하게 되었어 .


그 3 명의 여자들은 신광여고 농구부 선수들 이었다고 하더라 .

키큰 여자분은  Mrs캐빈 이었고, 그 아들이 미국 야구 국가대표 선수라고 하더라 .

아들 자랑이 한창이어서 열심히 들어 주었어 .

사실 미국 이민사회에서 2세인 아들이 국가 대표를 하기는 엄청 어려운 일이지.


그러다보니 그날은 정말 15분이 빨리도 지나갔어.

그리고 운동하던 사람들이어서 일까 속이 시원시원해서

아주 유쾌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그 다음날은 스케치북을 안가져 가고

또 사우나에서 한국말을 하는 아주머니 두분을 만났어 .


어제 상쾌했던 기억이 나서 

" 안녕 하세요? " 인사를 했더니

" 중국 사람이시죠 ? "라고 내게 물어보는 것이었어.


콘텍즈-렌즈를 안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 제가 지금 한국말로 인사 드렸는데요 !? "


그러자 

" 중국에서 온 중국사람들이 얼마나 한국말을 잘 하는데요. "

" ?! 처음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말씀 하실수 있지요 ? 

제가 중국 사람처럼 생겼나요 ? "


그런데도 얼굴이 잘 안보이는 그 여자는 아주 당당하게

" 한국말을 한다고  다 한국사람은 아니지요 !. "


아니 뭐  이런 여자가 있어 !. 속에서 화가 끓어 오르는데 ,

저런 여자는 상종도 하지 말자고 참는데도 너무 화가 나더라.


오히려 지난주에는 중국 사람을 사우나에서 만난적이 있었어.


서로 영어로 대화를 나누다가 " 한국사람이죠? " 라고 하기에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한국사람, 중국사람, 필리핀, 타일란드 ..

아시안들의 특징이 다 달라서 구별 할줄 안다는거야 .


중국사람도 나를 한국인으로 봐주는데 .. 영 유쾌하지 않더라 .

그래서 다음날 부터는 꼭 콘텍즈-렌즈를 끼고 다니게 되었어 .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것은 할짓이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어.

그런데 내게 중국인이라고 말했던 여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어 .


정말 기가막혀서 ..!!

자기야말로 한국인이 아닌것처럼 생겼더라 !.


사우나실은 컴컴한곳에 다 앉아 있어서 몰랐지만 

다시보니 꼭 타일란드인 같더라.





사우나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이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유쾌한 느낌으로 사람을 대하는 사람 ,

자기의 편견으로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 .


15 분 동안에 만나는 그 사람들에게서

나는 세상을 보는것 같더라 .


내가 큰마음이 못되어서 콘텍즈 렌즈를 끼고

내게 중국인이라고 했던 그 여자 목소리를 기다렸고....

그리고, 그여자를 보고  또 판단 하던  나 ....


나도 별 수 없다 .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데..

이왕이면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까지도..

사랑으로 감싸는 날이

내 생전에 일어났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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