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잘려진 포도넝쿨

푸른하늘 파란하늘 2011. 10. 23. 03:14

 

 

여름에는 덥다 또 겨울에는 춥다 .... 계절에 관해서는 항상 불평을 하게 되는데 ....

더운 여름이 있어 , 각종 곡식과 열매들이 뿌리에서 수액을 빨아 들이며  땡볕에서 달구어 지면서

익기도하고, 단맛도 내는 것 같다 .

 

 

몇년전 잘아는 분의 포도나무가,  휘묻이로 뿌리를 내린 후 우리집으로 오게 되었다.

뒷마당 한켠에 구덩이를 파고 심어 놓았는데,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렸다.

 

내가 이제껏 먹어본 포도중에 가장 달콤했던 포도는 1970 년대에 먹었던 청포도 였다.

 

 

아버지께서는 (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  빌딩의 옥상 전구를 바꾸시기 위해서

혹은  비 새는 지붕에 까만 타르를 부으시기 위해서 자주 오르내리셨다 .

 

어느 여름날 빌딩 옥상에 올라가셨던 아버지께서 소년같이 흥분하셔서

" 미야야,  이것 좀 먹어봐라 !" 하시며  큰 청포도 송이를 주셨다 .

 

하얀 피클 바케츠에는 탐스럽게 익은 청포도가 한가득 차 있었다 .

 

세상에.... !!

그렇게 달디단 청포도는 그때 처음 먹어 보았다 .

 

" 아버지 ..  이것이 웬 포도예요 ? "

" 뒷집  포도나무의  넝쿨이 옥상위로 잔뜩 퍼져서 아직도 많이 있다 . "

너무도 좋아 하시며  연신 싱글벙글 하신다 .

 

" 그럼 그 포도송이는 뒷집에 가져다 주셔야지요 . "

" 얘 , 너 그거 모르는 소리 말아라! . 옆집에서 넘어온 나무가지나 넝쿨은 법적으로 넘어온집 거다 .

뿌리만 뒷집 것이고  포도는 우리 꺼란 말이다 !. "

" 그럼 ....  조금이라도 가져다 주어야 되지 않을까요? "

 

그때 나는 께름찍했으나  아버지께서 너무나 좋아하셔서 귀엽게 보이실 정도였다 .

 

그 포도넝쿨은 예전에도 빌딩 옥상에 가득 퍼져 있었지만 그 전 빌딩주인이나 뒷집 사람들이나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얼마나 단 청포도 였는지, 지금 수퍼마켓에서 사다 먹는 청포도는 약간 새콤달콤 할 정도의 맛인데 ,

그때 그 포도는 아주 달디 달기만한 포도송이 여서 ...

온 가족이 아주 배부르도록 먹었던 기억이 난다 .

 

그런데 애석하게도  딱 !!

그해 밖에는 포도맛을 더 볼수 없었다 .

 

뒷집에 사는 사람이 창문을 통해서 바케츠에 포도를 가득 따시며 좋아 하시는 아버지를 보고는

아마도 마음속에 결심을 했던 것 같았다 .

 

뒷집 주인이 톱으로, 우리집 옥상으로 넘어가 버린 굵은 포도넝쿨을 잘라 버렸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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