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어느 가을날

푸른하늘 파란하늘 2011. 10. 23. 03:13

 

 

                                                                                                 

 

 

                                                                                  2011년 5월 켈리포니아 비치에서

 

마침 카페가 조용한 것 같아서....

하는 일도 없이 피곤 해 하고, 조금은 우울 해 지는...

어쩌면 가을을 맞는 사람들의 마음이 나 같은지 모르겠다.

 

위로 두딸들은  저희들이 스스로 잘 커줘서 별로 할말이  없으나, 우리 막내에 대해서는 참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내 자동차 뒤에 막내자랑 스티커를 붙히고 다니고 싶을때도 있었다면 사람들이 내 마음을 이해 할수 있을까 ?

 

지금 우리 막내가 26살이다 !.

이 아이를 키우며 많은 보람. 긍지와  때로는 스스로 칭찬을 해 주고 싶을때도 가끔 있었다.

 

임신 6개월때 하혈을 하면서 새벽 1시에 실려갔던 응급실 !   4시 30분이나 되어서 의사가 나타났다.

나을때 체중이 2 파운드가 안 되었으니까 ...  850 g 이라고나 할까 ?

아이는  수없는 고비를 넘기고 자라서, 뇌성마비로 지금은 휠체어에 앉아 인터넷을 즐기는 사랑스러운

나의 딸로 자랐다.

 

꼭  7 년전 이맘때쯤 써둔 글이 있어서 다시 옮긴다.

 

 *                *                   *                                                      

 

 

어느 가을날

                                                                              2004 년 9월 16일

 

가을이면  무의식 속에서 모든 일을 잘 마무리 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어깨에 지고 다니니까 , 하는 일마다 쉽게 피곤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

피곤에 절어지는 것은  ' 일의 중량감 ' 보다 ' 스트레스가 많아질때 ' 인 것 같다.

할 일은 많은데. . 마무리 되어지는 일은 적고. . 매일 매일이 바쁜것 같기는 하고 . .

 

" 귀소 본능적인 천국에 대한 그리움..

이 시공간으로부터 멀리 가고 싶어지는 .. "

 

이런 가을에 사람들은 다들 시인이 되는가 보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오후 3시경이면 동네길인 Brace Rd 와  Kresson Rd 가 만나는 곳을

지나게 된다 . 졸음이 가득차서 오른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왼손바닥으로 왼쪽 허벅지를 아프도록

세게 내리치면서 운전을 하고는 한다 .

'멕나이튼' 화원과 성당 앞길을 올 때쯤에  팩맨처럼 입 벌린 그입속으로 전선이 지나가는

나무들을 보면서 킬킬대고 웃다가, 셀룰라 폰이 4 번이나 울려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 Mrs . Lee ! " 라고 버스운전수가  빨리 오라는 재촉을 했지만 20 분이나 늦었다.

미국에서는 휠체어에 탄 학생들을 집 앞까지 등.하교 시켜준다.

얼마전에는 버스가 2시간이나 늦게 왔던것이 생각 났으나,  내가 늦은 것으로만 사과하였다.

옛일은 들추지 않는것이 좋을것 같아서 였다 .

 

" 다시는 안 늦겠다 . 미안하다. 내일부터는 꼭 일찍올께 ! "

고개숙여 말하고  집안에 들어온 후 갑자기 너무 피곤함을 느꼈다 .

 

" 엄마는 쉬고 싶으니까 부르지마 ! " 하고 이층에 올라와 한참을 누워서 쉬고 있는데,

막내가 " Daddy where are you ? " 라고 집에도 없는 남편을 찾는다.

못들은 척 이층에서 누워있는데  5 시반경  남편이 돌아왔다 .

 

남편이 아이를 화장실에 데려 가고 있는 동안 후다닥 이층에서 내려와 속성으로 저녁을 준비했다 .

지난주 이웃집에서 준 큰호박이 남은것이 있기에 우리집 뒷밭에서 딴 매운고추 10개를 잘게 썰어넣고

된장찌게를 끓여 냈다 . 얼큰한 고추와 된장이 어울려 맛있게 끓여졌다 .

제일쉬운 계란 지단과 게장과 김치로 저녁 준비가 다 끝난뒤 이층에서 인터넷을 보고있는 남편에게

저녁을 쟁반에 담아 갖다주고 " 저녁 다 끝나거든 아랫층에 내려다 놓아요 " 라고 하고

나는 침대에 엎드려 읽던 책을 보기 시작했다.

 

교회 도서실에서 빌려온  장주연씨의 " 상실은 있어도 상처는 없다 " 는 책을 읽는데 슬픈

작가의 마음이 절절하게 와 닿는다.

 

하루 겨우 3~4시간 일을 하면서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분들을 생각 해 보니 피곤 하다고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

 

막내를 키우면서 내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남에게 미안한 일들이 많다 .

버스 운전수에게 20 분 늦게 온 일로 네번이나 셀룰라폰으로 독촉 전화를 받고는

그것이 스트레스로 작용이 되어 어제 저녁에는 너무 피곤 했었다.

다음 부터는 일찍 집에 오면 되는 것이지 ,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는 받지 말자고 다짐 해 본다 .

 

남보다 더 부지런 하려고  내 스스로에게 " 더 빨리 !  더 신속한 판단 !..."

매일 나를 다그치는 중압감에서도 벗어나자.

 

여름내 밖에 내어 놓았던 화초들을 조금씩 집안에 들여 놓기 시작했다 .

가만히 놓아두면 될것을 화분 사오고 흙 사와서 늘려 놓고는

집안에 들여 놓을 자리가 없어 고민하지 말자. 다른사람들에게 주면 되니까 .

 

겨울이 오기전에 " 다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고  기도 할 수 있도록

마음편히 갖고 하루를 맞이 해야겠다 .

 

감사가 넘치면 모든일에 활력이 생겨서 많은 일을 했는데도 전혀 피곤치 않았던 때가 있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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