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치킨 Soup

푸른하늘 파란하늘 2011. 10. 23. 03:15


둘째는 세째와는 년년생이다.

올 10월 18일 이면 막내가 27살이 된다.


온통 이 아이에게 신경을 쓰며 사는동안  둘째는 어떻게 가슴에 멍이 들었는지도 모르고,  덧없는 세월을 보낸 지금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둘째에게는  항상 빚진자와 같은 마음인 것을....


 6년전  교회 게시판에 썼던 글을 조금 고쳐 옮겼다 .

 

                                                                  아이들 어렸을떄...

                                                                  치마를 잡고있는 아이가 둘째.

 

 *                             *                                  *

                                                                                   2005 - 10 - 13.

 

내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 겉으로는 참한 크리스쳔 처럼 살고 있었지만  속은 거미줄이 사방에 쳐 진

컴컴한 굴속 같아서 걸어 갈때마다 거미줄이 몸에 달라붙고, 여기저기 걸려 넘어지면서도 잘보이는 척하며

걷고 있지는 않았는지 ...  정말 부끄러워 진다.

 

지난주 수요일 아침 이었다 .

나갈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을때 , 누군가 집 밖에서 벨을 눌렀다 .

문을 열고 보니까 우체부가 봉투를 주면서 수취인 싸인을 하라기에  막 싸인을 하려고 할때 쯤

이층에서 둘째 아이가 내려왔다 .

 

"  얘야 -  네게 온것이니 네가 싸인해라  ! "

둘째가 싸인을 하고는 봉투를 뜯었는데 . 그 속에서 여행여권이 나왔다 .

 

놀라서 딸 아이를 쳐다보고 있는데 ,

" 저 다음 주일에 유럽에 가요 . 비행기표도 벌써 사두었어요 ." 라고 한다 .

너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으니까

" 왜,  엄마도 새 여권 필요 하세요? 제가 도와 드릴까요 ? 우체국에 가면  Form 이 있어요 . "

 

둘째가 말하고 있는 동안에 어안이 벙벙 해 져서 할말을 잃어버리고 ...


" 나 이제 일하러 가야겠다. " 고 대답 하고 집을 떠나서 운전을 하는 동안

"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야 ,  이럴수도 있는거야 ?  아니 ~ 유럽에 가는 아이가 의논도 없이

  마치 워싱톤에 있는 자기 외할머니댁에 갔다오는 것처럼 쉽게 말을 할까 ? "

 

혼자 열심히 생각 하다가 일터에 도착한 후  남편에게 ,

"  당신 둘째가 유럽에 가는 것 알고 있었어  ? "

"  아니 ~ ,  왜 ? " 

남편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

 

둘째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찌 ... 생각하고 생각 하다가 , 그 다음날 목요일 아침이 되었다 .


학교에 가려고 두부와 계란을 넣고 휘저어서 아침으로 먹을 것을 만들고 있던 둘째아이에게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  얘..  너  학교 수업은 어떻게 하고 유럽엘 가니 ? "

"  네 .. 그날은 수업이  없어요.  컨퍼런스가 있거든요 . "

 

"  얘 만약에 9.11 같은 일이 네가 탄 비행기에 생긴다면 , 나나 우리 가족들의 마음이 어떻겠니 ?

   왜 미리 유럽에 가는 일을 묻지 않았어 ? "

"  엄마 대답은   N.O 일텐데  제가 왜 물어요 ?! "

 

속에서는 부드럽게 둘째를 대하여야 한다는 생각과 달리 ..  내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었다 .

 

" 너는 가족을 어떻게 생각하니 ?  네가 공부 하는것이 Family theraphy 라면서 ? "

" 네 -   맞아요! .  바로 엄마같은 사람을 교육 시키려고 공부 하고 있는 거예요 !. "

 

" 너는 ...  오늘이 제 결혼식이니까  오시고 싶으시면 오시고, 싫으시면 오시지 않아도 좋아요라고 하겠구나 ?"

" 네   맞아요 . 그렇게 할거예요 !.

  엄마가 저를  이제껏 그렇게 다루었으니까,  저도 엄마에게 의논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

 

"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너의 언니와 동생은 엄마말을 잘 듣는데 왜 너만 이렇게 나를 아프게하냐 ?"


" 엄마 하고는 대화가 안되어요 , 벌써 소리를 지르시고 있잖아요 !

  친구들 불러다가 음식이나 대접하고 살면 좋은 크리스찬이란 소리를 듣겠네요.

  엄마는 자신이 Real 크리스찬 이라고 생각 하시나요 ? "

 

" Real " 이라는 말에 흠칫 놀라서 , 바로 대답을 못하고 머뭇 거리다가

"  ..  완전 하지는 못해도..  좋은 크리스찬이 되려고 노력 하는 중이다 .. .. "

 

참담한 표정이 되어버린  내 얼굴을  둘째가 보더니 ,

" 이제까지 말한 것은 다 농담 이었어요.  그런데 엄마는 정말 화가 나셨군요 "

 

성능이 강력한 폭탄에 맞은 것처럼.. 황폐한 머리속에서는 아이를 달래 줄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

 

이제껏 말한 것이 전부 농담 이었다니  ...

 

" 네가 농담으로 말을 했는데 ,  엄마가 화를 내어서 미안하다 .. 용서 해 다오.. "

껴안으려고 팔을 벌렸는데  훌쩍 밖으로 나가 버리고 말았다 .

 

온몸에서 기운이 쑥 빠져 나가는 듯 했다 .

목요일 하루를 남편이 쉬게 해 주었으니 망정이지 정말 기운을 차릴 수가 없었다 .


"  어디서 부터 잘못 된 것일까 ? 어떻게 해야 저 아이의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 "

 

별별 생각을 다 한 끝에 결론은  " 솔직히 내 잘못을 인정하고 하늘로부터 주신 지혜를 구하자.

언제는 내힘으로 자식들을 키웠던가 ? "

 

하루하루 지나다 보니 아이들이 자란 것이고  , 이제는 심적으로 더 잘크도록,

나부터 더 성숙 해 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잠시나마 자녀를  내것인 양 생각 했던 일부터 고치기로 했다 .

 

그 다음날은  금요일 저녁 이었다 .


둘째에게 감기기운이 있는것 같았다 .


" 엄마 !   Chicken soup 좀 끓여 주세요 "

닭 한마리를 냉장고에 넣어 둔 것을 본 둘째가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

 

엄마로써 해 줄수 있는 일이 있다는것 때문에 마음이 기뻐졌다 .

 

싱크대로 닭을 가져가 물로 씻고 가위로 닭에 붙은 기름을 떼어내고 큰 남비에 한웅큼 깐 마늘을 넣고

삶기 시작했다 .

 

둘째 때문에 폭격맞은 황폐한 땅 같았던 내게,  아이가 어리광스런 목소리로 닭을 삶아 달라는 그 말에

녹아져서... 기운이 차려졌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 ?   닭과 마늘이 어우러져 맛있는 냄새가 났다 .

 

"  Soup 이 다 된 것 같으니 가져다 먹어라 . "


"  Yes , mommy ! . Thank you very much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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