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스크랩] 할 수만 있다면 ....

푸른하늘 파란하늘 2012. 9. 26. 00:17

                                                                                   집앞의 노란꽃과 깻잎


아침 6시 20분이면, 날 닮아 아침잠이 없는 막내가

아랫층에서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


요즘엔 제법 아침이 어둡다 .


나도 일찍 눈을 떴지만 , 그냥 엎드린채

노트북을 열어놓고 여기저기 보느라고

벌써 벽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도 못들은척 하고 있었다 .


남편이 이제 들었는지 , 드디어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나면 ,

나는 부엌으로가서 계란에 양파, 당근, 피망이나 호박 잘게 썬것을 넣고

이따금씩 나무주걱으로 뒤집어가며 만들고

또다른 후라이팬에서는 팬케익을 만들어 아이와 남편에게

줄 아침을 준비한다.


그리고 토스터에 흰빵 두조각을 넣고 구워지면 애플잼과

Peanut butter를 발라  9 조각으로, 칼로 좌우로 3 번씩 잘라

Wax -paper에 쌓고 센드위치백에 넣어 아이가 가져갈

점심을 준비한다 .


아이가 갑자기 채식주의자라고 선언하면서, 계란도 먹고

우유와 치즈도 먹으면서, 정작 닭고기와 쇠고기는 안먹어서 ..

요즘은 피넛버터.잴리 샌드위치를 매일같이  싸주고 있다.



                                                                              현관앞의 스타 - 캑터스 꽃


나의 교회 친교실 식탁에는 자주 함께 앉게되는

Dr.장 이라는 75세 나신분이 있다 .

처음 이교회에 왔을때 나를 반기는 분들이 많은

테이블에 어울리면서 이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분이 내과의사 인줄도 몰랐다.


큰키에 커트머리, 화장기없는 얼굴, 항상 잘 웃지않는 표정 ,

유행이 지나고 오래 입은듯한 옷차림 ..

밖으로 보이는 외양에서 , 나는그저 평범한

할머니로 생각했었다 .


처음에는, 주변사람이 자기에게 이렇게 부당하게 대한다고

마치 다섯살난 아이가 부모에게 투정 부리듯 얘기를 꺼냈는데 ,

그 주변 사람이 바로 ' 자기 남편' 이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이분은 세상 모든 사람들로부터 자기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것이 외모가 못 생겼다고 생각한다며 ,

심지어 어릴적부터 자기 부모로부터도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분이 나는 무척 반기고 좋아하셨다 .

그 찡그렸던 얼굴이 나를 보고는 환히 웃으시는것이다 .


게다가 주위분들을 보고는 ' 이분 꼭 영화배우같이 예쁘지요 ?

어쩜 이렇게 예뻐요 ? ' ....

내 얼굴은 내가 잘 아는데, 이거..이거 내게 하는 소리치고는

너무  지~나치네 ...


주위분들도 할수없이  ' 네 알아요 . 예쁘시지요.'

이게 뭐야 ?  .... 나는 이분이 왜 내게이런 과도한

찬사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하고 있다 .


지난주에는 이분이 어느집에 초대 받아 갔었는데

차고앞에 전기불이 없었고  또  모션.디텍터 불도 없어서

깜깜한속에 핸드백을 찾을수가 없었고 ,

집안에 들어가서 그 얘기를 하였더니 초대한 사람이

하나. 둘. 셋. 넷을 세어 보라고 하였단다 .


명색이 내가 의사인데 어떻게 그 ' 치매환자  '에게 하는

질문을 하며 그렇게 취급하느냐면서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날밤 한숨도 못잤다고 한다 .


내가 ' 보통 농담으로도 그렇게 말 하잖아요 ? ' 그랬더니

' Mrs.Lee에게 그랬다면 농담 이었겠지만 내 나이 75세에

  그런 질문을 하면 나보고 치매환자라는 거예요 .' 라고 한다 .


이때, 원탁 테이블에 앉아있던 두사람이 내게 한쪽눈을

꿈쩍꿈쩍 하는것이, 그분 너무 위로하지 말고

내버려 두라는것 같기도 하고,  원래 그 사람

그런 사람이라는것 같기도 하고 ....


                                                                                      집 한켠에 핀 코스모스

내가 사람들을 위로 해 줄때 같은 말을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덤덤했던 사람이 , 내가 말하면 가끔 우는 사람이 있더라 .

막내 키우면서 내가 남을 위로하는 노하우(?)가 생겼나봐 .


Dr.장에게 두손을 꼭잡고

" 제게는 참 따뜻하신 분이셔요. 빨리 잊으셨으면 좋겠어요 " 라고

말을 건넸더니 얼굴이 갑자기 빨개지고 눈시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데, 꾹 참고 있는것이 보이더라 .


" 할수만 있다면, 제삶과 바꿔 드리고 싶어요.

우리아이 키우는일이 얼마나 힘드는지 아세요 ?

제가 대신 Dr.장처럼 살고 싶어요 "


이렇게 말하니까 내 옆에 앉은이도 " 저하고 바꿔요!." 라고 한다.

그러는데도  Dr.장은 대답이 없는거야.


왜 이사람은 세상의 모든 고통을 자기혼자 겪고 있는것처럼

살고 있는 것일까 ?



                                                                                                  앞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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