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앞에 핀 패랭이 꽃
벌써 6 월도 며칠 지났다 .
잘 자라 주지 않아서 계속 들여다 보던 각종 채소도
더워진 날씨 때문인지 , 이젠 날마다 풍성한
푸성귀를 제공 해 주고있다 .
촘촘히 올라온 쑥갓 잎
뜯어먹기 시작한 깻잎, 부추, 신선초, 참나물, 상추, 쑥갓 ....
아직 더 키우고 있는 메밀잎 ,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고구마 잎 ,
게다가 예상치 못한곳에서 너무 많이
쑥 쑥 올아오는 죽순을 잘라서
죽순회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
정원가득 무성한 신선초
어느날 , 솜씨는 없지만 열심히 디지탈 카메라로 찍어 담아둔 채소와 꽃들을
헬스클럽에서 만나 알게된 친구들( Mrs.케빈과 월남여자인 Mrs.케인)에게 보여 주었다.
카메라의 꽃을 보고 탄성을 지르기에
주기 좋아하는 나는 그들을 집으로 데려와
큰 삽으로 한구덩이씩 파서 .. 보라색 사랑초 ,
노란꽃(달맞이꽃 같은데 이름을 모름),핑크색(걸어 다니는 꽃이라고 말하더라)꽃,
대나무와 알로에 선인장... 등을 한아름씩을 안겨 주었어.
걸어 다니는꽃 이라함
나는 무엇을 나누어 줄때 즐거움을 느끼는 성격이라
'인도 사람들'에게 화초를 줄때보다 더 기쁘더라.
예쁜꽃을 잔뜩 받아든 후 다음번엔 자기들 집에 가자고 하더라 .
Mrs.케빈은 Sickville이라고 우리집에서 3~40분 떨어진곳에 살고 있어서
" 난 고속도로 운전을 못하는데...." 라고 했더니 케인이
" 미야. 걱정말아 내가 데려가 줄께" 라고 했어
케인은 65세인데도 45세로 보일 정도로 예쁘고 세련되게 젊어 보이는데
백인 변호사남편과의 사이에 스텐포드를 나온 두아들이 있다고 하더라.
달맞이꽃 같은데 이름을 모름
사우나에서 간간이 만나는 사람들과도
이젠 제법 친해지고 있어 .
어느날 사우나속에서 ' 박 신자 ' 얘기가 나왔어.
그런데 신광여고를 나왔다는 Mrs.케빈이 박신자가 자기 선배라는거야 .
" 어 ?. 그선배는 숙명을 나왔는데,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 ? "
속으로 생각을 하다가,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
그분은 내 선배라고, 그리고 고등학교때 체코에 가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우리학교에 찾아 왔었다고 말했지 .
나중에 들으니 운동선수들은 다 서로 선후배로 부르고..
그러니까 자기도 전직 국가대표 농구선수 였었나봐 .
박신자 선배에 대하여는 내가 자기보다 아는게 더 있어야 하는데 ..
그때 문득 TV 에서 자녀와 함께 나오는 연예프로 ' 꽃 다발 ' 이라는것을
본 생각이 나서 , 박신자딸이 연예인 이라는것을 얘기했어.
그랬더니 " 박 누구더라?. 그럴리가 없어 ! " 라고 했어.
" 아니야. 내가 보았는데...
박신자는 고등학교때 우리학교에 찾아 왔었어. 우리선배야 !."
나도 지지않고 우겼지 .
그런데 나이가 들고보니 내 기억이 내 기억이 아냐 .
언제부터인지 내 기억속의 박찬숙이 박신자로 되어 있었어 .
그런데 문제는 Mrs. 케빈도 '박찬숙' 이름을
기억 해내지 못하는거야. 그 다음날도 기억을 하지 못했어.
저녁에 집에와서 컴퓨터로 " 박신자의 딸 "을 검색 했더니 안나오더라.
그래서 문뜩 떠오른 ' 박찬숙 딸 '로 찾아 보았더니
그제서야 낯이 익은 ' 서효명 '이 나오는거야 .
" 아이쿠. 이걸 어쩌지 ? 내 기억이 틀렸었구나. "
나는 본래 잘못 한것을 억지로 변명 하는것이
오히려 자존심 상하고 구차한 것이라고 생각 하는지라 ,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하는데, 연락할 길이 없어서 계속 기다리다가 ,
그 다음 다음날에야 만날수 있었어.
내가 먼저 " 미안해. 이말이 하고 싶었는데 전화 번호도 모르고 ...
어제도 기다렸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박신자에게는 딸이 없고 , 박찬숙에게
연예인 딸이있더라. 내 기억이 잘못 된거였어. "
나를 처음 보는순간 확 덤벼들것 같은 용감한 '버팔로 소' 같았는데,
내가 푹 숙이고 미안하다니까 과녘을 못맞추고 어긋난 화살처럼
감정의 방향을 잃어버린채 멀뚱히 나를 쳐다보더라 .
서울구경을 가 본 사람과 안 가 본 사람이 우기기 시작을 하면
오히려 안가본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다고 했지 .
박신자 (1941년 12월26일생 176Cm )이고 남편은 미국사람.
박찬숙 (1959년 6 월 3일생 190 Cm )이고 서효명이라는 예쁜 연예인 딸이 있더라.
무성히 자라고있는 부추
여기서 오래 살다보니 개인 사생활의 경우, 스스로 얘기 해주면 듣고 알지만
먼저 묻는 일은 않하고 사는것이 습관처럼 되었어 .
어느날 Mrs. 케빈이 곰곰히 생각 해보니 박신자 이야기 이후
내가 자기를 무시 했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자기 남편얘기를 하기 시작하더라.
이곳 한인 변호사들 _ ' 마이클 최, 마이클 권 ' 같은 사람들 조차
(한국 월남 참전용사 고엽제 피해 미국 법률대리 변호사들)
자기 남편에게 쩔쩔 맨다는 거야.
그렇게 했는데도 내 표정에 변화가 없으니까 이르기를
뉴져지 현직 Supreme Court Judge (대법원 판사)라고 하더라 .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구요 ?
흰꽃.분홍꽃 피우는 사랑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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