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스크랩] 옛 친구

푸른하늘 파란하늘 2013. 8. 20. 23:58


아주 어릴적 친구로부터 금년 4 월경 편지 한통을 받았다.

이제껏 서로 소식을 알고 지내는것 만으로도 큰 기쁨이 되는친구 !


60 년 가까이 알아온 친구이지만, 내가 손녀를 갖고부터는 바빠지다보니

전화도 조금 뜸했던 즈음이었다 .


1950 년대, 선생님들의 가족은 학교 재단에서 마련해주는 사택에서 살았는데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셨던 그 친구 아버지와,  고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나의 아버지는 같은 재단의 학교에서 근무를 했었다.


우리집 뒤의 방문을 열면, 그 친구 집 앞마당이 보였기 때문에

매일같이 서로 만날수 있었다 .


참 신기하게도, 처음알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난 그 친구가 한결같이 좋은데....

아마 나보다 마음이 큰 그 친구가 나를 감싸주어서 그런것 같다 .


나의 기억으로는 조용하고 잔잔한 성품에 눈빛은 언제나 초롱초롱 했었고

참으로 영특했던 친구였다 .





한동안 서로 결혼해서 사는게 바빴던지 소식을 전하지 못한채 지냈었는데

1993 년 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때 그 친구의 외삼촌께서

우리 친정아버지께 위로하는 편지가와서 다시 그 친구 소식을 알게되었다 .

( 그 분은 옛날에 할아버지의 제자 이셨다고한다 )


내 친구는 10 남매 중에 중간 이었다 .

처음 친어머니 살아생전( 고2 )에는 7 남매 였었는데 아버님이 재혼하셔서

3 남매를 더 낳으셨기 때문이었다 .

10 남매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출가 시키기까지 그리고 아버님이 편찮으시자

더 급히 다들 서둘러 갔다고 한다 .


시어머니와 시동생. 다섯명의 손아래 시누이가 있는 장남에게 시집가는 일이

어떤것인지 전혀 상상도 못하고 친정아버님 지인의 중매로 결혼했다고 한다 .


나중에는 치매에 걸리신 시어머니를 홋이불 위에 얹고 목욕탕으로

끌고가서 목욕 시켜드리는 일을 몇년 했더니 척추가 서로 붙어버려서

허리가 많이 아프다고 한다 .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시동생 결혼하고, 다섯명의 시누이 다 출가시키고..

그후로는 자기가 낳은 세딸들 대학졸업후 모두 출가시키고 나니까

자기인생은 없었고 다른사람을 위해 살아온 세월 이었다고 한다 .


그렇게 집안에서만 세월을 보내다 보니까 자기 속 얘기를 들어주는

친구하나 가까이 없었고, 가끔 소식을 주고받는 친구는 나밖에 없다고한다.


큰딸은 이화의대 이비인후과를 나와 서울의대 교수인 사위를 만나

서울 목동에서 개업하고있고, 고등학교 선생님인 둘째딸은 한의사와 결혼했고

미대나온 세째딸은 학교서 만난 사위와 인테리어 디자인회사에 다닌다고 했다 .


그저 세 딸 잘 키워 결혼까지 다 시켰으니 이젠 여행이나 다니고

즐겁게 사나보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



                                                                                                                                            밤하늘의 달


친구는 가만히 혼자있으면 , 눈물이 마구 쏟아지곤 했고 입맛이 없어

거의 굶다보니 38 Kg 까지 체중이 줄었다고 한다 .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내가 너무 속상해 하니까, 나의 남편은 십중팔구

가정에 남편과 문제가 있는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아니라고 했었다 .


그런데 그 친구 얘기를 다시 자세히 듣고보니 ....

이럴수도 있을까 ?  너무 놀랐다 !.


딸만 셋을 낳을때 시어머니께서 장손을 꼭 낳아야 한다고 한약까지 먹이시면서

바랬는데 , 막내딸 가질때 같은방을 쓴 이후론 줄곳 남편과 각방생활을

30 년넘게 했다는 것이다 .


대화도 없고, ' 나 오늘 동창회 간다 '는 정도의 꼭 필요한 말 외에는

서로 남처럼 살고 있다고 한다 .


어떻게 그렇게 대화없이 30 년을 한집에서 살았을까 ?

그동안 얼마나 이 친구가 외로웠을까 ?

이웃집 아저씨보다 못한 남편이라니 이 무슨말이야 ?

이웃집 아저씨도 내 친구를 보면 웃는얼굴로 인사정도는 할텐데...

남편하고는 서로 모른체 한다는 것이다 .


내 친구는 뛰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평범한 미인축에는 들 정도의 외모에

아주 지혜로운 친구이다 . 지금은 절에 다니고 있지만 마음이 바른것이

어떻게 그렇게 성경속에 나오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 놀라기도한다 .


그런데 왜 남편에게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살아야하는 것일까 ?


남편과는 손도 잡아보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내속이

다 타들어 가도록 슬프더라.


글도 잘쓰고 낭만적이었던 멋진 내친구가 서로가 안맞는 사람하고

거의 40 년을 같은집에서 살고있다니 ....


" 남편과 함께 상담을 받아 보는것이 어떻겠냐 ?" 라고 물었더니

자기남편은 가망이 없다고 하더라.



사실 나이가 들면 매일이 즐거워서 사는것만은 아닌것같아.


가끔씩 울적해 지기도 하면 , 채소가꾸고, 그림 그리고, 뜨개질하고,

운동하고, 음악듣고.... 어느새 또 괜찮아지고 ....


이러다가 세월이 가는것이겠지.


큰딸이 자기엄마 증세를보고 자기가 아는 의사에게 찾아가라고 했다더라.

그래서 지금은 거의 2 년째 치료를 받고 약을 먹고 있다더라 .

잘 치유가 되었으면 좋겠어 .


부디 내 친구가 많이 치료가 되어서 자기 자신을

더 사랑 할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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