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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계절

푸른하늘 파란하늘 2012. 12. 21. 00:01

 이 글은 10-30 손녀가 태어나기 전에 썼었는데

 너무 충격적인 일이라 못 올리고 지금에야 올리게 되었다.





가을이 슬픈것이 아니고 , 슬픈일이 가을에 일어난다는것..

그런일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겐 가을이 슬프다.


봄에 푸른 떡잎으로 태어나던 각종 채소. 꽃 등은

기대치를 져버리지 않고 매일 싱싱한 푸성귀를 주고

고추, 가지, 토마토 등도 먹게 해주고 ....

또 꽃들은 각가지 색으로 화단을 장식 해주고 ....


그런데 호박은 호박꽃만 수없이 달려서

꽃을 몇번 튀김가루로 묻혀 튀겨서 먹어본 일 외에는  

정작 호박은 구경도 못해 보았다.


괘씸한 생각이 들어서 " 호박잎 이라도.." 하고

막뜯으려는데 " 잠깐, 호박이 여기 하나있어 !"

남편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곳을 보니

땅바닥 구석에 , 잎에 가려져있던 작은 수박처럼 보이는

호박이 하나 있었다.


세상에 ! 열그루 심은 호박에서

한개의 수확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집만 호박을 키울줄 몰라서 이런지 모르겠다.

하여튼 물주면서 정 들었던 채소도

하나둘 사라지는 중이다 .




 

큰 딸아이가 2011년 3월에 결혼하여 켈리포니아로 간 후

첫 직장인 USC에서 일한지도 1년 반이 되어간다.


아이는 매일 퇴근길에 내게 전화를 한다 .

여기시간으로 저녁 8시반이니까 거기는 오후 5시반이다.


자기 바로위의 여자상사 (이름은 니일)이 그 위의

패트릭이란 남자보스에게 혼나고 울었다는 소리를

일주일이면 거의 3번정도는 들었던것 같다 .


나이 40이 다된 여자가 자기상사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다고

우는것을 나는 이해 할수 없었다 .


내딸은 착해서인지 니일이 예민한 감성을 가져서 그렇다고

자기도 속상하다는 얘기를 하곤 했었다 .


그러나 내딸이 임신을한후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속이 상했다 .


아무리 생각해도 니일이라는 여자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우울증 환자인것 같았기 때문에 그 여자가

내딸에게 줄지도 모르는 영향력으로 몹시

속이 상해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이제와서

직장을 쉽게 옮길수도 없고 ....


그런데 니일은 직장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그위

자기상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얘기 하는것 같았다 .


" 귀담아 듣지 말아라. 네게 좋은것만 듣고 나쁜것은

  흘려 버려라 " 라고 말을 해 주면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하고 있어요" 라고 한다.


그러던중 니일이 건강검진을 하던중 자궁에 혹을 발견하여

간단한 수술날짜가 잡혀있고, 그 때문에 집에서 쉬다가

두달뒤인 10월경에나 다시 직장에 복귀 할거라는 것이었다.

그런일로 직장을 쉬는것을 몹시 기뻐하더라는 말도 들었다.


딸의 말로는 수술하는 병원이 직장보험에 들어있는

헌팅톤병원이 아니고 집에서 가까운 작은병원이라는 소리를 했다.

왜 그런 작은병원에서 수술을 하느냐고 했더니

자기는 그 병원이 편해서 좋더라고 했단다 .


그 일이 8월 초순경 이야기이다 .


니일이 수술은 마쳤다는데, 깨어나지 못하고 계속

혼수상태로 병원에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


수술하는 의사가 실수로 장기에 손상을 입히고

그것도 모른채 수술을 마친것이라고 한다 .

그래서 상처입은 장기는 곪게 되었고 그 균이 온몸에 퍼져서 ..

열이나고 .. 손과 발이 회색이더라는 ...


니일의 남편을 위해 음식 몇가지를 만들어 병원에 갔다 온

딸아이에게 가서 울었냐고 물으니까 다들 울었다고 한다 .


병실에 있던 니일의 남편이, 어쩌면 생명을 건지기 위해

손과 발을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

그리고 얼마후 두다리를 잘라내고, 그리고 지난주에는 손하나를 ..


그렇지 않아도 우울증 때문에 자주 우는 니일이

지금은 진통제를 주어서 계속 자고있으니까 모르지만

정신이 깨어나 두발이 없어지고 또 두손이 없어지게 된

자신을 발견 했을때 어떻게 견딜수 있을까 ?


딸에게는 더이상 병원에 가보지 말라고 얘기했다 .

임신 8개월이 되어가는 딸아이가 자기와 같이 일하던

보스의 두발과 두손이 없어진 것을 보고 크게 소리내어 울거나

충격을 받게 될것이 걱정되어서 이다 .


세상에 어떻게 이 미국에서 이런일이 생길수 있을까 ?

자궁에 혹 떼어내는 일은 그렇게까지 생명이 위험한

수술은 아니었는데 ..

역시 병원은 시설이 잘 되어있는 큰곳이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잘 치료할수 있는것은 아닐까 ?


이번 가을에는  내딸 보스인  '니일'이 과연 어떻게 될지

슬픈 마음이 되어 생각하게 된다 .


지난주 손하나를 잘라내고, 이번주 또

나머지 하나도 자른다 하니 ...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이 ....



                                                                                                                          뒷뜰에 찾아온 가을날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