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뭇잎이 채 다 떨어지기도 전에 그 위로 눈이 내렸다.
파값이 비싸서 대파를 사온뒤 화분에 심어놓고 잘라 먹는다.
11월15일.2018년.목요일.
첫눈이 내린다는 말도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일기예보가 바뀌어서
섭씨 영상3도에 하루종일 100% 비가 내린다더니, 새벽에 비떨어지는
소리를 어둑한 아침6시 30분쯤 들었는데 나중엔 안들렸다.
커피물을 올리려고 부엌으로 가고 있는데, 창문커튼을 걷던 남편이 "눈이 내린다."고.
비가 내리다가 기온이 내려가니까 눈으로 바뀌었나 보다.
비온뒤 눈이 내려서 아직 어두운 아침이 하얗게 보였다.
어젠 큰딸집에 다녀왔다. 또 큰손녀학교에서 컨퍼런스가 있다고 해서
손자도 프리유치원에 가고 없었지만,막내손녀 엘라노아를 봐주러 갔었다.
아이 셋을 데리고 매일 뛰어 다니며 바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큰딸이다.
큰딸이 큰손녀학교로 간후에 남편은 손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
나는 아침먹은 것을 설거지도 하고 큰딸 집안을 청소를 했다.
막내를 태울 미니벤은 차고에 넣었고, 다른 한대는 밖에서 눈을 맞고 있다.
무릎을 꿇고 식탁밑으로 가서 그릇에 물을 담아서 설거지비누와 수세미로
손주들이 먹고 흘린 음식들이 달라 붙어 굳은 곳을 물로 불렸다가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서 떼어냈다. 달라붙어 있는 음식물이 참 많이 보였다.
그렇게 카페트에 달라붙은 음식물은 베큠으로도 청소가 안된다.
다 청소를 마쳤을때 큰딸이 설렁탕을 끓이려고
큰 냄비 4곳에서 고기와 뼈를 물에 담가둔 것이 보였다.
큰딸집에 가면 막내손녀 엘라노아가 내 핸드백을 뒤지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음식을 외가나 우리집에 와서야 먹는 큰딸인줄 알고 매번 우리집에 올때마다
갖가지 음식을 담아서 보내곤 했었는데 의외의 큰딸을 보는것 같아서 놀랐다.
큰딸이 손녀학교에서 돌아 왔을때 "왠 고기와 뼈를 이렇게 많이 물에
담그었느냐?"고 물으니 그 바쁘게 살던 중에도 설렁탕을 끓여서
수술하고 병원에 있는 아픈 아들때문에 정신이 없을 교회친구와
그 가족들에게 가져다 주고, 반은 큰딸네가 먹으려고 한다고 했다.
바로 엊그제 산책길에서 꽃을 보았는데, 오늘은 눈으로 덮혀 있을 것이다.
또 그뿐만이 아니고 큰딸집 옆집 옆집에 노부부가 살고 있는데 그남편이
심장마비로 6개월전에 쓰러졌었고, 이번에는 중풍(스트록)이 와서
7살난 아이로 변했다고. 그런데 그부인은 일하러 다닌다고 했다.
그집에도 이틀전에 음식을 해서 날랐다고 한다.
동네에서 한가정씩 하루분 음식을 해서 가져다 주고 있다고 한다.
뉴져지에서 가져온 선인장에서 꽃이 피었다. 화분색이 안어울린다.
딸에게 설렁탕 만들줄 아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저렇게 핏물을 뺄줄도 알고 있었다. 1시간정도 끓이다가 그 물을 버리고
찬물과 수세미로 뼈를 깨끗하게 씻고 다시 물을 부어서 밤새
뜨물처럼 하얗게 보일 때까지 고아야 한다고 한다.
고기는 맨나중에 넣는 것이라고 한다.
어느새 큰딸은 미국에서 태어나 2011년에 결혼한후
한국설렁탕도 끓일줄 알고 있었다. 참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뒷마당에서 자라던 바나나나무를 집안에 옮겨 놓아서 다행이다.
큰딸집에 오전11시에 왔다가 오후1시가 되어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큰딸이 "엄마 제가 snow boots(스노우부츠)를 샀어요.내일 눈이 온데요.
아빠 것은 사이즈를 몰라서 못샀어요. 바로 주문할께요."
오늘 아침에 그 스노우부츠를 신고, 눈이 내린
뒷마당과 앞마당에 나가 보았다.
젊은이들 스타일이면서 그냥 운동화같기도 하다.
앞마당 팬지꽃 위에 눈이 덮혔다.
딸이 사준 것을 이모,외숙모,한나도 다 좋아 했다고...그런데
왠일로 큰딸이 가족들에게 이렇게 스노우-부츠를 다 사주는지...
혹시 이 스노우-부츠가 미리 준 크리스마스선물이 아닐까?
가족들이 많으면 선물줄 사람도 많다.어쨋든 고마운 일이다.
오늘 11월15일에 첫눈이 내린 날이다.
뒷마당 가을나무에 여전히 아직 단풍도 들지 않았는데 눈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