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만 해도 초록숲이더니 뒷마당 담넘어 숲에 단풍이 들었다.
로베르타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들려준 어릴때 얘기.
11월5일.2018년.월요일.
밤새 비가 내리고 계속 비가 내리고 있는 월요일 아침이었다.
창밖으로 낙엽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늘은 큰딸집에 큰손녀 컨퍼런스(학부모와 선생님과 손녀에 대해서 상담)가
있어서 아침10시30분까지 가야 한다.큰손녀가 걸스카웃을 하기 시작하면서
큰딸이 우리집으로 오는 일이 적어졌다.대신 큰딸집으로 가는 일들이 가끔 있다.
어제도 입맛이 없어서 저녁을 안먹었는데 아침도 남편과 막내에게만 주었다.
큰딸집에 가서 큰딸은 큰손녀 학교 컨퍼런스에 갔고,
남편은 손자를 데리고 기계체조하는 곳에 데리고 갔었다.
나는 컨퍼런스라 학교에 안간 큰손녀와 막내손녀를 보았다.
손주들을 봐주는 일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켜 보는 일이다.
오늘은 저녁에 동네 여자들 모임에 가는 날이다.
큰딸집에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
큰냄비에 물에 간장 설탕 기름을 조금 넣고 끓여서 당면을 두 묶음을 삶았다.
어제 미리 잡채재료를 다 볶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것을 꺼내어서
큰웤에서 볶은 재료를 넣고 같이 잡채를 뒤섞어 가면서 볶았다.
초록색 시금치가 모자른것 같아서,브로콜리 한줌을 넣었다.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에 모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가 오니까 걸어서 2분정도 걸리는 로베르타집을 자기차로 같이 가자고 했다.
로베르타네 식탁에는 식탁보와 냅프킨도 같은 가을잎이었고,
촛불주위에도 가을 장식이 보였다.
로베르타는 아주 아기자기하게 집을 현관문앞에서 부터 꾸며 놓았다.
현관문앞에 미니구두들이 장식으로 늘어서 있고 문 앞 정원에는
흰 팬지꽃을 잔뜩 심어서 분위기 좋은 집이라는 것이 짐작이 되었다.
집안에 들어가니 분위기 좋게 여러 향나는 촛불들이 켜져 있었고, 마루가 아니고,
아주 밝은 베지색 카페트가 덮힌 집이었다. 사람들이 한가지씩 음식을 가져 갔었다.
로베르타네 집안구조는 리빙룸에서부터 뒤의 훼밀리룸까지 천장이 하나로 트인 집이다.
나는 잡채를 만들어 가지고 갔다.로베르타가 맛있다고 해서,남은 잡채를 주고 왔다.
모나가 가지고 간 체스트넛에 베이컨을 돌려 말아 꿀들어간 바비큐소스를
발라서 마이크로오븐에서 익힌 것이 내 입맛에 맞아서 5개나 먹었다.
자기가 요리해서 가져온 사람은 몇 안되고, 다들 파는 것을
가져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로베르타네집은 부엌 싱트대뒤로 부엌과 리빙룸이 보인다. 곳곳에 촛불을 켜놓았다.
오늘은 어렸을때 얘기나, 살아 오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일들을 얘기를 했다.
하고 싶은 사람만 얘기를 해서 모나와 나는 그냥 듣기만 했다.
로베르타가 어릴때 얘기를 눈물을 글썽이면서 해준 것은
딸만 넷인 집에 자기가 맡딸이어서 엄마는 직장에서 늦게 오시므로
아버지가 저녁을 요리하시고, 12살인 자기는 엄마오시기 전까지
집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청소하며 살았다고 한다.
이제 어디서나 단풍을 볼수 있다.
집안이 반짝 반짝해야 자기도 기분이 좋고, 엄마가 칭찬도 해주셔서
그날도 마지막으로 목욕탕바닥에 왁스를 발라서 윤기나게 청소를 마쳤는데,
엄마가 직장에서 돌아와서 맨처음 목욕탕에 들어 가셨는데 들어가자마자
미끄러져서 크게 다치셨다고 한다. 자기 나이가 지금 74세인데
목욕탕바닥을 청소할때마다 그때 일이 떠오른다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얘기를 했다.
아마도 두번째 남편이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를 나왔는지 집안 곳곳에
육군사관학교 장식이 보였다. 육사나온 고인들의 앨범속에 로베타 남편사진도 있었다.
전에 처음 데이트할 무렵 만난 두번째 남편이 일반 학생인줄 알았더니
육사다니던 학생이었다. 내가 귀담아 듣지 않았었나 보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여러집을 다녀 보았는데 로베르타집만 바닥이
카페트인것이 엄마처럼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그런것 같았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어릴때 얘기를 하는 순간에는
그때 마음으로 되돌아 가는것 같다.
다른 사람얘기는 내가 초저녁 잠이 많아서 졸면서 대강들어서 잘기억이 안난다.
로베르타네 집안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9시반이 되어서야 다들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어디서나 쉽게 보이는 아름다운 단풍.
나는 아직 서양식 식생활도 다 모르고, 또 어떻게 사람들을 초대해서 우리집에서
모임을 가질지 몰라서 내년에 모임 리스트에 이름을 쓰라고 했는데 못쓰고 나왔다.
30집인가 이 골목에 살고 있는데 오늘 나온 사람은 11명이었다.
뜨거운 차와 커피, 또 각종 음료수와 술을 내놓는 것도 잘모르고,
분위기있게 우리 집안이 꾸며진 집도 아니어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집도 더 정리를 하고 한국식 분위기가 들어간 집안에서 12-15명정도
사람들이 와도 좋을, 소파와 의자도 마련하고 준비를 해야겠다.
Four Season (801집)단지내에서 내가 사는 이 골목에서만 유일하게
매달 첫 월요일에 여자들 모임이 있는 것을 다른데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한다고...
X X X X X
불과 일주전에는 아직 푸른숲이었다.
밤에 고속도로에서 혼자 가다 차가 멈췄을때
11월3일.2018년.토요일.
오늘은 최고기온이 섭씨14도에 최저2도라고 한다.
어제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늘은 햇빛이 환하고 맑은 날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초록숲이 대부분이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나뭇잎들은 노랗거나 붉은색으로 변하고 있다.
날마다 꽃을 피던 나팔꽃, Moonflower씨, 분꽃씨를 받아 놓았다.
이제 머지않아 이 아름다운 가을은 지나가고 추운 겨울이 올 것이다.
어느새 집집마다 집앞 나무에 단풍이 들었다.
어제 저녁에 둘째딸로 부터 전화가 왔었다.
오스틴(Austin)에서 큰 남동생 딸 사라(Sarah)를 만나러 달라스(Dallars)까지
가던 도중 고속도로 선상에서 어둑한 시간에 차가 멈추었다고 한다.
생소한 지방고속도로에서 차가 멈추자 그 공포감이 어떠 했었는지 둘째가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오래된 차가 자주 고장이 나서 고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갔다.
거의 $1000을 들여서 고친지 불과 한달도 안되어서 다시 고장이 났다.
고속도로 가에서 우는 딸을 내가 달래면서 해줄수 있는 말은 기도하라는 말뿐이었고,
남편은 견인차를 불러서 차를 폐차하고, 다른차를 렌트해서 집으로 되돌아가라고 말했다.
요즘은 저녁이 일찍오고,곧 어두워진다.
그때 어디선가 경찰차가 나타나서 견인차가 올때까지 딸 곁을 지켜 주었다고 한다.
견인차 기사는 그곳에서 가까운 정비소에 차를 가져다 줄수는 있지만,
폐차하는 곳에는 가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딸이 사는 오스틴(Austin)까지 가져다 주는데는 $650이라고 했다고 한다.
차를 견인한 사람이 가까운곳에 크라이슬러 딜러가 있으니 차를 고칠수
있는지 물어보라면서 그곳에 둘째차를 두고 갔다고 한다.
마침 그곳에 메카닉으로 일하던 분이 "이미 6시가 넘어서 정비소 문을 닫았다."고 했다고 한다.
둘째 차를 보더니 아주 간단한 곳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그분이 필요한 부속을 직접운전해서 나가 사가지고 돌아와서는
둘째 차를 고쳐 주었다고 한다. 6개의 실린더선중 하나가 녹아져서 차가 멈추었다고 한다.
부속을 사다가 고친뒤 차는 다시 잘 움직이게 되었는데 그 부속값은 싸지만
정식으로 고치면 $80정도 드는데 비용도 안받고 그냥 고쳐 주었다고 한다.
둘째가 만난 이런 친절한 분들이 내게는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천사처럼 느껴진다.
조금 전까지 울던 둘째가 다시 차가 잘 움직인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이 "네가 놀라고 피곤했을테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더니
10월이 사라 생일이었는데 그때는 바빠서 못갔고, 지금 생일선물을
잔뜩 차속에 사가지고 가는 길이었으니 그냥 가겠다고 하더니
잠시후 달라스에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나도 잊어버리고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이 일년전 암으로 죽은 올케의 기일이라고 한다.
둘째역시 생각도 못하고 어제 사라를 만나러 갔었는데 일년전 죽은
올케의 기일을 알고 찾아간 것처럼 되었다.
사라와 사라 외할머님께서 아주 반가와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