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에 이미 자란 오이넝쿨과 호박넝쿨을 살며시 펴서 끈으로 묶었다.
7월12일.2018년.목요일.
요즘은 아침부터 매미소리가 들린다 .
아침에 채소화분마다 물을 주고,또 교회엘피스 교실에서
만났던 분들에게 드리려고 화분에 심은 사랑초에 물을 주었다.
남편이 다 완성한 두개의 나무지지대를 어떻게 세울까 생각중이다.
오이와 호박넝쿨이 올라 가도록 멋지게 만들었는데,이미 많이 자란
넝쿨들을 지지대에 억지로 떼어서 붙히다가 넝쿨이 부러지고 상할까봐
어떻게 해야 좋을지 잘 생각이 안 떠오른다.
내년에는 오이와 호박과 유주(남편의 당수치를 줄여 준다고 한다)를 잘 심으려고 한다.
오늘은 큰딸이 오전 11시경에 수영장에 가려고 왔었다.
수영장에서 다녀온 뒤에 먹을 점심으로 김치찌개를 끓이고,
소고기를 후라이펜에서 익혀서, 파를 채썰어서,
간장, 식초,참기름, 후추,마늘간것,설탕조금으로 버무려서
고기에 싸서 먹으라고 했더니 다들 맛있게 먹었다.
큰딸이 점심을 먹고 오후4시 넘어서 갔다.
반바지입고 키크고 비교적 젊은 여자옆이 내 자리이고,연푸른 윗옷에
배가 나온 사람이 정부에서 40년 일했다는 사람이다.
내가 사는 막다른 골목인 시크릿 그로브 코트(SECRET GROVE CT)에는 32가구가 살고 있다.
매달 두번째 화요일에 이 골목에 사는 여자들만 모이는 저녁 모임에 갔었다.
음식이나 후식을 한가지씩 가져 간다고 해서,나는 치즈케익을 사가지고 갔다.
나이가 70중반에서 80이 넘은 여자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자기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최근 얘기를 하기도 하고,
지나간 젊은 시절에 자기가 했던 일들을 자부심을 가지고 말을 했다.
연하늘색 윗옷을 입은 안경쓴 여자는 보조기구에 몸을 싣고 다니는데,
낮은 목소리로 시종 코미디언같이 재미나게 말을 잘했다.아이 셋을
혼자서(싱글맘으로) 키웠다고...그 시절을 감옥에 비유했다.
어떤 여자는 정부( Federal Goverment)에서 40년 일했다는데,
자기방어를 위해서 총을 소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큰딸에게,이동네 골목에 사는 모임에 나온 3명의 여자들이
집에 총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를 했다니까,
분명 공화당 사람들 일거라고 했다.
검은 땡떙이 옷을 입은 모나는 마른 체형인데,배에 모니터를 달고 다녀서
배가 나온것처럼 보인다.핑크색 브라우스를 입은 여자는 82세인데
평생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것에 자부심이 대단했다.
거기에서 모나가 목요일에 미술반 저녁모임에 간다고 해서 갈때 같이 가기로 했다.
오늘 6시30분에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해서 모나차를 타고 갔었다.
모나(Mona 70대후반)는 우리집 옆집의 옆집에 살고 있다.
모나의 남편이 2년전에 죽고, 혼자 살게 되었을때,
이혼하고 델라웨어에서 혼자 살던 아들(57살)이 심장에
모니터를 달고 사는 모나를 위해 집 지하실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오늘 내가 저녁 6시30분이 되어서 그집 앞에 갔을 때에 아들이
저녁을 사가지고 들어 올거라면서 집안으로 들어 오라고 했다.
이 시간에 아직 저녁을 안먹었느냐고 물으니까 안먹었다고 했다.
모나의 저녁이 부실하게 보였다. 인스턴트음식보다
건강식을 먹어야 한다고 내가 모나에게 말을 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모나와 클럽하우스로 갔다.
사람 좋은 친근한 얼굴인 모나에게는 친구가 많은것 같다.
잠시후 클럽하우스에 도착해서 미술반이 모이는 방으로 갔다.
사회를 보는 여자가 미술하고는 상관없는 얘기를 한참이나 했다.
나이가 들고 혼자 사는 회원에게 연락망을 짜서 매일 서로
안부전화를 하라는 소리며,만약에 전화를 안받으면
집으로 찾아 가라는, 나이들어서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하라는 그런 얘기를 했다.
미술반에서 사회보는 여자가 친구들에게 전화를 자주하라고 말하고 있는중이다.
지금 보이는 테이블위의 연필가방을 두고 집에 왔었다.
그러는 사이에 한쪽 탁자위에는 간단하게 먹을수 있는 쿠키나 빵과
또 거기에 발라 먹는 것들과 캔탈로프 ,허니듀 ,
포도와 딸기등 과일과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
사람들이 얘기를 듣는 중에도 자주 탁자에 가서
음식을 가져다 먹었다. 나와 모나도 가져다 먹었다.
열심히 사회하는 여자가 얘기하는 것을 경청하는 사람들.
그런 얘기가 끝난 후에야, 각자 자기가 한달동안에 그린 그림이나
조각이나 공예품같은 것을 들고 작품 설명을 했다.
술마개로 쓰던 콜크를 이용해서 만든 공예품을 들고 보여 주는데
한여자의 작품이 눈에 들어 왔다.
콜크를 단순하게 그대로 붙혀서 만든 작품도 있었지만
이 여자는 동전모양으로 동그랗게 자른 콜크나,
비스듬하게 자른 콜크에 색을 칠하고
1전짜리 동전들을 작품속에 붙혔다.
은퇴후에 취미로 미술을 시작한 사람도 있고
또 미술전공한 사람도 있어서 작품들이 제각기 다 달랐다.
사회보던 여자가 자기가 그린 새그림 유화를 설명하고 있다.
6월에 클럽하우스에서 새로 이사온 사람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때
그날 마침 미술반 모임이 있었다.그때 만났던 여자(사회보던 여자)가
내가 아트클럽에 나오고 싶다고 했더니
내 그림을 보고 싶다고 해서 스케치북 한권을 들고 갔었다.
내 스케치북은 반에서 다 돌아 가면서 보게 되었다.
수채화로 풍경을 그린 이 여자는 말을 아주 힘없이 했는데,사람들이 많이 웃었다.
그 사회보던 여자가 아트반이 다 끝났을때 내게 와서 "얼마 있으면
'Prince William County'에서 그림 전시회를 하게 되는데
네 작품을 출품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모나가 처음 나온 내게 그런 제안을 했다면서
자기 생각에도 "너보다 잘 그리는 사람은 거기에 없을것 같다."면서 나를 추겨 세웠다.
이사온뒤 동네에서 이웃으로 알게된 모나를 통해 잘 알지 못했던
미술반에서도 가까운 친구처럼 나를 챙겨 주어서 고마왔다.
키가 6피트 정도 큰키의 남자같은 이 여자는,크고 작은 선물상자를 두개 붙힌후
어디서 샀는지 작은 부처를 흰 달모양 밑에 붙히고 아주 엄숙한 얼굴로
동양의 예술을 얘기하는데 좀 이해가 안갔다.
모나차를 타고 집으로 9시 넘어서 왔는데 모나가 잠깐 시간이 있으면
내게 보여 줄것이 있다면서 자기집에 들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좋다고 말하고 모나 집에 들어 갔다.
자기집 벽에 붙어 있는 그림액자마다 보여 주면서 설명을 했다.
자기남편의 친척인데 사고로 척추를 다쳐서 몸을 못쓰게 되었는데
입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풍경화는 정말 놀라운 그림이었다.
102세된 자기 이모는 조각이불을 만들어서 주셨다고 하면서
조각이불을 붙혀놓은 벽을 보여 주었다.
지금은 양노원에 가 계신다고 했다.
세라믹으로 빚어서 만든 멋진 천사를 설명했는데, 몇년전 죽은 자기딸이라고 설명을 했다.
어떤 화가가 그렸다면서 손자를 그린 그림도 보여 주었다.
그 손자가 결혼한 사진도 ,또 손자가 두딸을 낳은
가족사진도 보여 주었다.모나가 내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아서 다 보고 오느라고 집에 9시45분쯤에 왔었다 .
그런데 , 집에 와서 가져갔던 가방속에 것을 다 꺼냈는데,
연필을 넣은 연필가방이 안보였다.
그림그리는 30여자루의 연필이 담겨져 있는 것인데 ,
순간적으로 모나에게 전화를 했다.
연필 담은 가방을 안가져 왔다고,그랬더니 지금 같이 가보자고 했다.
아침에 물을 주면서 보는데, 반갑게 꽃대 하나가 다시 올라오고 있다.
가려고 일어서는데,남편이 " 당신미쳤어? 이 늦은 밤에 남편이 있는데
왜 나이든 노인에게 전화를 했어? 남편이랑 간다고 다시 전화해."라고 했다.
모나는 전화를 안받고 집밖에 나가보니
모나가 벌써 차에 시동을 걸고 나를 기다리고있었다.
3개의 화분에서 깻잎이 잘 자라고 있다.
남편도 차에 시동을 걸고 "어서 모나에게 집에 들어 가라고 말하라"고 해서 갔더니
모나는 꿈쩍도 않고 자기와 같이 가서 생긴 일이니 자기가 가야한다고 해서
남편에게 들어 가라고 하고, 모나차를 타고 다시 클럽하우스에 갔다.
잠긴 클럽하우스 문을 카드로 스켄해서 열고, 들어 갔더니
마침 연필가방을 발견하고 내것 인줄 알고 모나에게 전화를 했었는데
안받았다면서 그 시간까지 차 마시는 방에서 앉아 있던
아트반에 나오는 모나친구를 보게 되었다.
창구에 맡겨진 연필가방을 들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
내가 좀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운전할줄 아는데 요즘은 전혀 운전할 생각을 안하고,
모나차나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모나에게 어떻게 연필가방을 찾게 해준 고마움에,답례를 할지 생각중이다 .
우리집에 식사초대를 하면 부담스러워 할것 같아서
한국음식을 만들어 가져다 줄까 생각중이다.
한그루의 풍접초에서 곁가지가 나오더니 가지마다 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