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4일.2018년.목요일.
새벽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니,숲이 조금 더 멀리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뒷마당에 숲이 보여서 이 집을 결정했는데, 키큰 나무숲에 가려서
좀처럼 동트는 하늘이나 지는 하늘을 충분히 볼수가 없다.
처음 이사올 무렵만해도 나무숲이 멀리 있어 보였는데,그땐 눈이 나빴나 보다.
예전 집에서는 동트는 하늘도, 해지는 석양도 잘보이던 하늘이었는데,
집밖을 나가야 넓은 하늘이 보인다.
이집 전 주인이 집주위를 옥잠화와 노루오줌이란 꽃을 잔뜩 심었다.
흰노루오줌이 피기 시작하면 볼만한데, 꽃이 지면서
갈색으로 변하면 가위로 자르고 싶어진다.
이상하게도 그 자리에 분꽃이 심고 싶다.
이글을 쓰다가 바로 가위를 들고 뒷마당에 나가서
지기 시작하던 노루오줌꽃을 다 잘라 내었다.
어릴적 저녁에 피던 색색이 다른 분꽃이 꼭 작은 나팔꽃 같았다.
한동안 전혀 분꽃생각을 안했었는데 ,이집에 와서 심고 싶어졌다.
몇개를 심었는데 나팔꽃처럼 자라는 것이 잘 안보인다.
나팔꽃은 3가지(흰색,청보라색,빨간색에 가까운 보라색)를
늦게 심었지만 벌써 넝쿨을 내고 있다.
오이와 호박도 잘자란다 .
다들 화분에서도 넝쿨을 내고 올라 가려고 하는데,
올라갈 나무 지침대를 사왔는데 그것은 나팔꽃 것이고
더 사려고 했더니 남편이 만들겠다고 해서 못샀다.
상추모종을 사왔는데 셀러드용 갈색 상추였는지 다 자라도 잎이 몇개 안된다.
그래서 친구가 보내준 상추씨 받은 것을 뿌렸더니 지금 4-5cm 정도로 자랐다.
심고 가꾸는 재미로 채소도 화분에서 나마 키우는데,
그동안 아파서 들여다 볼 생각도 못하다가
어제 부터인가 나와서 들여다 보고 있다.
내가 아픈 사이에 오이는 꽃도 피고 작은 오이도 열렸다.
이 세상은 내가 아프던 안아프던 관계치않고 그대로 흘러간다.
꼭 내가 있어야 지구가 돌아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벌써 어릴때 터득했음에도 불구하고,아프면 외롭다.
아프면 참 사람감정이 여려 지는것 같다.
내가 밤새 고열로 괴로와 화면서 앓는 소릴 낸다고
땀으로 흠뻑 젖던 나를 두고 다른 방으로 가버린 남편이 섭섭했다.
내 블친 하야니님 남편의 순애보가 부러워서 눈물이 났었다.
아침마다 방문을 열고 괜찮냐고 묻는 남편이 얄밉다.
그래서 처음 아프기 시작했을때 밤새 죽었으면
당신은 내 임종도 못본 남편인것 아냐고 말했다.
나는 고열로 아픈 남편을 위해 찬물에 적신 타월로
남편머리에 올려본 기억도 나는데,남편은 참 이기적인것 같다.
이렇게 아파본 기억도 없지만 남편이 저렇게 할줄 기대를 못했다.
남편이 유튜브로 영화를 틀어놓고 시끄럽게 해도 나는 아뭇소리 안했는데
내가 틀어놓는 유튜브에서 나는 소리는 시끄럽다고 신경질적이다.
그래서 나도 어지간하게 잘 참다가, 내게 못되게 화를 내게 하면
나도 그땐 소리를 지른다 시끄럽다고... 나도 시끄러워서
잠이 안온다고... 그러면 삐져서 또 다른 방으로 간다.
나는 남편에게 언제나 상식적인 선에서 대우를 해주는데,
남편은 자기 중심적인 점이 많다. 상식에서 벗어난 일은
내 스스로에게 자존심에서 용납이 안되기 때문에
내가 손해를 보는 듯해도 나를 스스로 누르고 이제껏 살아 온것 같다.
그래서 남편에게 어떻게 갚아 줄까를 생각해 봤지만 그럴 자신도 없다.
그렇다고 남편이 항상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어서
집도 열심히 고치고,막내도 잘 돌보고,
내가 무슨 부탁을 하면 잘 들어주는 편이기는 했다.
오늘 아침에 내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또 남편은 다른 방에 있다.
내가 좀 쌀쌀맞게 대했으니 눈치가 빠른 남편은 내가 있는 방에 못오는것 같다.
어제 방에 왔기에 아플 땐 헌식짝처럼 버리고,
이젠 나아지는것 같으니 다시 오느냐고 화를 냈었다.
남편유감을 지우고, 또 살아가야 할텐데, 아직은 남편얼굴 보기가 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