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지는 해인데도 서쪽하늘에 지는 해는 사람마음을 잡는다.
4월15일.2018년.일요일.
며칠 섭씨28도로 한여름 같았는데,오늘부터 섭씨10도로 기온이 떨어 진다고 한다.
아침 5시45분이다.이시간에 부지런한 참새가 짹짹 소리를 내고 있다.
어제는 오후에 누군가 벨을 눌렀다.
우리동네로 얼마전 이사왔던 43번지에 사는 백인 남자였다.
벨을 누르고 "빈박스 필요하냐?"고 남편에게 물었다.
개를 데리고 동네를 산책하다가 복덕방사인을 보고 알았을까?
어쨋튼 우리는 빈박스가 좀더 필요했었다.
남편이 내게 빈박스 가지러 가자고 말했다.
나는 차를 타고 가자고 했는데 남편이 빈박스 몇개 들고 올텐데
그냥 가자고 해서 걸어 갔다.우리집이 55번지니까 43번지는
같은 쪽에 있는 집이라 그리 멀지 않은 집이다.
남편이 그집 벨을 누르자 그 남자가 차고로 안내했다.
차고에는 72인치 SONY TV 빈박스부터
백개도 넘는 박스가 다 접힌채로 채곡 채곡 쌓여 있었다.
다들 한국 티비를 보는줄 알았는데, 이집은 SONY를 보는 집이었다.
이 공기방을이 많은 비닐로 겉을 쌌고 상자에 그릇을 넣었다.
그 남자가 "차를 가지고 와서 실어 가는 것이 낫다."고 ...
남편이 차를 가지러 간 사이에 그 남자와 조금 얘기를 나누었다.
어디로 이사를 가느냐고 해서 버지니아로 간다고 말했더니
자기는 가까운 이웃 동네에서 자랐다고 했다.
작은 집에서 살다가 우리동네로 이사를 했다고 했다.
나는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이 동네서 너무 오래 살았다고 말했다.
집지어서 이사오고 이제 이사를 간다고 했더니 88년에 이사를 왔느냐고 ...
그래서 이동네가 다 세대교체가 되었는데, 우리부부만 늦도록 있었다고 말했다.
43번지집에서 가져온 빈박스들을 리빙룸에 놓았다.
남편과 박스를 몇개 차에 싣고 집으로 왔다.
이 남자는 그 많은 박스를 다 가져 갈줄 알았는지 필요하면 또 오라고 했다.
이미 거의 짐을 많이 쌓았는데 아직 못 싼것이 조금 있지만
그 많은 빈박스가 필요하지는 않다.어쨋튼 고마운 사람이다.
부엌에 남아있는 양념들과 간장,고추장,된장들을 넣고
또 아직도 포장해야 하는 것들이 조금 더 있다.
당장 며칠 쓸 그릇 3개씩만 빼고 다 포장을 했다.
다른 곳에서는 이미 다 피었는데,우리집 앞에 있는 능수벚꽃은 이제 피기 시작했다.
오늘은 남편친구 부부가 오기로 했다.
몇시에 올지 모르겠으나 ,식사를 같이 하고 싶어서 준비를 해야겠다.
어제 어머니께 전복을 어떻게 먹느냐고 물으려고 전화를 했었다.
얼린 것을 그대로 녹여서 먹는 것이라고 하셨다.
어머니께서 귀가 잘 안들리셔서 동생이 대신 묻고 알려 주었다.
동생이 묻고 어머니께서 대답하시는 소리가 들렸다.
연어구이(큰딸이 유튜브에서 찾은 Maple Salmon Recipe).
연어스테이크와, 돼지갈비강정과 전복회와 풋배추냉이 된장국을 아침에 했고,
어제 저녁에는 고비나물을 해두었고, 시금치나물에 아스파라가스무침과
배추겉절이를 더 할까 생각중이다.
다 만들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남편이 어쩌면 식사를 하고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비싼 전복을 3개나 내놓았는데 아무도 안먹어서 전복죽을 쑬때 쓰려고 도로 얼렸다.
손님이 온다고 하는 날에 음식을 만들면서 느껴지는 것은
학교다닐때 닥치면 열심히 안하면 안되던
당일치기 시험때가 생각이 난다.
꼼짝없이 부엌에 서서 한가지씩 그릇에 담아서
다이닝룸 식탁에 올려 놓기 시작했다.
한국수퍼에 갔더니 온실에서 키운 냉이가 보여서 사왔다.
맨가운데 눈에 제일 띄는 곳에 돼지갈비강정을 보기좋게 놓고,
그옆에 연어구이를 놓고,전복회위에 얼음이 든 플라스틱 백을 올려놓고,
시금치나물,고비나물,아스파라가스무침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닥쳐서 만드는 음식중에 맛이 보통때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 졌을 때가 있는데
배추겉절이가 아주 맛있게 되었다.
화요일에 계약서 사인하려고 갔었을때,여동생이 만들어준 도토리묵이다.
점심으로 음식이 다 준비가 되었는데, 2시가 넘도록
남편친구 부부가 안와서, 남편에게 전화를 하라고 말했더니 ,
남편친구가 델라웨어집에서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다 해놓은 음식이
차가우면 맛이 덜한데, 한시간 후에 남편친구 부부가 도착을 했다.
인사를 나눈뒤 그간 쌓인 얘기를 한참 하다가
준비했던 점심이 저녁이 되어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아스파라가스 무침(약간의 소금,설탕,식초,참기름)으로 슴슴하게 무쳤다.
다들 식탁에 앉았을 때 다 식은 음식을 어떻게 할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음식을 담은 그릇째 오븐의 Broil(브로일)에 넣고
5-10분만 뎁히면 된다고 남편친구 부인이 일러 주어서
그렇게 했더니 정말 막 요리한 것처럼 뜨거운 돼지갈비강정과
연어구이로 되어서 다들 맛있게 저녁식사를 먹었다.
뜨거운 오븐 속에서 그릇이 깨질까봐 걱정을 했었는데
그릇은 깨지지 않았다. 다음부터는 나도 이방법으로 해야겠다.
고비나물,시금치나물,배추겉절이.
남편친구 부인은 음식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다.
내게 돼지갈비강정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었는데,
스승에게 배운대로 대접을 했는데 맛있다며 많이 먹어 주었다.
정말 뉴져지로 이사를 오게 된것도 남편친구들이 이곳에 살고 있어서였다.
버지니아에서 처음 이곳에 이사를 온 그 주말에
이 남편 친구부부가 식사초대를 해주었었다.
그후로도 여러번 그렇게 명절때마다 우리를 따뜻하게 초대해준 남편 친구부부이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대로 식탁위에 놓았다.
어느 해 추수감사절(땡스기빙데이)에 델라웨어 여동생집에 갔다가
코드를 안빼고 갔던 전기밭솥이 과열되어서 집에 불이 났었다.
주위에 남편 친구분의 두 고모님들이 살고 계셨었는데,
그당시 내 남편에게 너무 기가막힌 현실에 놀라서 전화를 했었다.
집에 가까이 왔는데 동네에 불자동차들이 가득했었다고
그래서 속으로 땡스기빙데이에 어느 집에 불이 났나 생각하면서 와보니
그 불난 집이 바로 자기집 이었다고....
남편친구부인이 뒷마당을 보면서 나무숲이 있어서 좋다고 말을 했다.
무조건 우리집으로 와서 지내라고 말을 했는데, 정말 고맙게도
우리 집으로 와서 새로 아파트를 구할 때까지 며칠을 지냈다.
그 인연으로 늘 내 마음에서 그 남편친구 부부가 더 잘되기를 바랐다.
그때 불이 났던 이후로 델라웨어 여동생집 근처로 이사를 가서
그 동안도 자주 보고 지내지는 못했지만
이사를 가면 더 자주 볼수 없어서 섭섭하다.
이별은 언제나 슬프고 긴 추억만큼 긴 여운이 남는다.
그래도 남편친구 부부의 큰딸이 버지니아 알링톤에 살고 있으니
언제고 딸집에 오는날 우리 집에 놀러 오기로 했다.
어릴때 한동네에서 같이 살았던 관계로 그집 큰딸과 내 큰딸이
서로 친구로 가끔 보면서 지낸다고 들었다.
저녁을 먹고, 델라웨어로 남편친구부부가 떠났다.
동기동창 친구중에 다른 분이 오는 토요일에 저녁을 먹자고 해서
만나면 그때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될것 같다.
현관앞에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능수벚꽃.
현관문을 나서던 남편친구 부인이 막내선물을 사고 싶었는데
무엇을 살지 몰라서 믹내에게 필요한 것을 사주라며 봉투를 놓고 갔다.
아니라고 하다 성의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6시30분 쯤에 배웅을 하고 친구부부는 떠났다.
그런데 봉투를 열어 보니 너무 큰돈(200달라)이다.
친구(30여년)로 지내면서 우리부부에게 사랑을 많이 주었던 친구부부이다.
또 앞으로 살면서도 잘 지내고 싶은 남편 친구부부이다.
남편 친구부인이 가져온 돼지목살 양념고기.
이글을 다 써 놓고, 월요일인 오늘 아침에 막내 등교준비하느라 냉장고를 열었는데,
어제 남편친구부인이 내가 좋아 한다고 돼지목살불고기를 거의 5Kg 넘게
하얀 플라스틱 상자안에 양념을 해서 가지고 왔었다. 음식솜씨가 좋아서
언젠가 동창회에서 야유회를 갔을때도 아주 많이 해서 다들 맛있게 구어 먹었었다.
어제는 돈얘기만 하고 정말 성의를 해서 만들어준 양념한 돼지목살고기를
오늘 아침에야 이곳에 쓴다. 남편친구 부부가 어렵게 사는데, 마음도 크고 손도 크다.
어제 준 돈200달라는 우리의 2000달라에 해당한다고 말하면서 남편이 고마워했다.
X X X X X
4월14일.2018년.토요일.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부엌 슬라이드문을 열었더니 훈훈한 공기가 들어왔다.
토요일은 조금 늦게 움직여도 되는 날이기는 하지만
보통 때처럼 부엌으로 내려가서 커피를 마시고,
남편의 뜨거운 커피를 타놓고, 내일 오겠다는 남편 친구부부를 위해서,
전날 물에 담갔던 마른고비로 나물을 미리 준비를 했다.
어제 다이닝룸 찬창에서 그릇들을 꺼내어서 포장을 하고
상자에 넣고 있을때 남편친구들로 부터 전화가 왔었다.
남편의 친구 몇이 전화를 했었다. 그중 한친구 부부가 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어제 저녁에 한인수퍼에 가서 장을 봐왔다.
포장을 하고 박스를 테잎으로 봉한 것은 말고
아직 포장안한 남은 그릇들을 몇개 포장을 늦게 하려고 한다.
이친구 부부는 뉴져지에서 살면서 가깝게 지냈었다.
뉴져지집에 불이 났었는데 그후로 델라웨어로 이사를 갔다.
이사를 간후 얼마후 부인이 유방암에 걸려서 수술도 받았다.
부인이 유방암 투병중인데도 불구하고 작년에
우리부부를 초대해서 돼지갈비 강정을 해주어서 먹어보고
보기좋은 것이 맛도 너무 좋아서 놀랐었다.
부엌식탁을 치워서,요즘은 남편과 둘이서 아릴랜드 테이블위에서 밥을 먹고 지낸다.
그후로 나도 우리집에 손님이 오거나, 친정에 갈때
돼지갈비강정을 만들었는데 그럴때마다
나도 요리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남편친구의 사위가 워싱톤디시의 티비방송에 나오는 유명쉐프이다.
사위에게 배운 것이라고 했는데,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고급 음식 같았다.
그러니까 그 돼지갈비강정을 만들어서 남편친구 부부에게
나도 배운대로 내일 대접하려고 한다.
집뒷마당은 이사간 후에 생각이 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