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수국꽃을 사다 놓으라는 큰딸말을 듣고, 집이 산뜻하게...
3월24일.2018년.토요일.
어제는 오랫만에 아침을 먹고 헬스클럽에 갔었다.
그동안 눈이 와서 집에서만 지내다가 막내도 학교에 가서
오랫만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수영장으로 갔다.
프로듀스졍션에서 본 봄꽃 튤립.
수영을 하려고 하는데 남편이 무슨 할 얘기가 있는지
헬스클럽 출입구쪽 수영장 유리벽에 나타났다.
남편이 말하는 것을 수영장 유리벽 안쪽에서는 전혀 들을수 없었다.
그래서 유리벽에 귀를 대고 들어보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수영 다 했느냐고 묻길래 막 시작하려고 한다고 하니
계속하라고 하면서 손사래를 치고 갔다.
수선화꽃.프로듀스졍션에서 .
유리벽에 나타나지 말고 수영장으로 오면
서로 말하는 것도 잘 들을텐데 나보고 어쩌라고
유리문에 나타나서 그러는지 궁금했다.
매번 하던 20번 왕복수영을 다 마치고 옷을 갈아 입고
출입구쪽으로 가서 남편을 찾았다.
헬스클럽입구.
남편도 나를 기다렸던지 금방 나타났다.
그런데 거기 운동기구 있는 곳에 같은 동네에서 가까이 사시던
유집사님과 권사님을 만났다. 거기서 운동을 하고 계셨다.
정말 뜻밖에 거기에서 이 두분 들을 만나게 되었다.
눈이 왔던날, 집집마다 이렇게 눈이 쌓여 있었다.
권사님께는 세아들이 있다. 항상 그 아들들 자랑을 하시던 분이셨다.
우리 부부에게는 딸만 있고, 돈많은 아들들이 없으니
그렇게 부모에게 집 재산세도 내어주고
비싼 아이디나, 렉서스나, 벤즈차를 사주는 일도 없지만,
권사님께서는 그렇게 아들들이 비싼 고급차를 사드려서 타고 다니셨고
재산세도 내주어서 그런지 참 여유롭게 사셨었다.
그리고 2년전부터 집을 팔려고 복덕방에 내놓으셨었는데
작년 가을에야 집이 팔려서 이사를 가셨다.
이사하신 것도 몰랐다가 남편이 인터넷으로
권사님댁이 팔린 것을 보고 알게 되었다.
한동네에서 거의 30년 가까이 같이 사셨고 같은 교회도 다녔는데,
적어도 이사를 하게 되면 전화정도는 하실줄 알았었다.
그런데 오랫만에 뵙는 그분의 얼굴이 쓸쓸해 보였다.
예전 같아 보이지가 않고 안쓰러워서 내가 안아 드렸다.
벌써부터 잘사는 큰아들이 있는 버지니아로 이사하실 거라고
주위 아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여서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몇달만에 뵙는 권사님 얼굴은 아주 쓸쓸하게 보였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우리도 집이 팔려서 버지니아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별말씀을 안하셨다.
먼저 이사가신 권사님을 버지니아로 이사가서
뵙게 될줄 알았다고 말씀을 드려도 별반응이 없으셨다.
이분에 대해서는 언젠가 변권사님 얘기를 할때 말했던 분이다.
걸어서 5분거리에 살고계셨지만 사실 나는 이분과 별로 친하지 못했다.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서로 마음의 정을 느끼게 되어야
친하게 왕래도 하고 지내는데, 변권사님과는 달리
이분에게서는 항상 욕심이 많다는 것을 느꼈었다.
나이드신 분께서 베풀기보다는 나이 어린사람에게
자꾸 무엇인가를 달라고만 하는 분이시다.
몇년전 하루는 버지니아에서 아들이 왔다고
깻잎을 달라는 전화가 왔었다.
그래서 오시라고 해서 깻잎을 따서 드렸는데,
화분에서 겨우 자라고 있던 호박잎도 따서 달라고 하셨다.
서툰 농사로 호박이 막 한개가 열렸는데, 그 호박까지도 달라고 하셨다.
호박이 꼭한개만 열려서 아까와서 따먹지도 못하고
매일같이 물을 주고 보면서 행복해 하던 나로서는
도대체 내가 왜 이분으로부터 하나밖에 없는 호박까지도
달라고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아닌것 같아서 거절을했다.
일주일에 한번은 채소나 과일을 사러 프로듀스졍션에 간다.
사실 깻잎이나 한국호박은 수퍼에 가서 사도 그리 비싸지도 않는데
전화까지 하고 찾아오신 분께 깻잎은 드렸지만
겨우 자라고 있는 채소를, 보는것 마다 달라고 하실뿐더러
매번 무엇인가 필요하실 때마다 내게 전화를 하시니
나도 이분에게는 전화도 안하고 지내게 되었다.
곧 집만 팔리면 큰아들 사는 곳으로 이사를 가겠다고 하셨는데,
도대체 이권사님께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 큰집 재산세 만오천불을 매년마다 내드리고,
타고다닐 비싼차나 벤츠도 사드리고 또 큰선물도 해준다고
그렇게 자랑하시던 큰아들이었다.
내가 헬스클럽에서 왜 버지니아로 이사를 안가셨느냐고
여쭈니까 대답을 바로 잘 안하시고,
쓸쓸한 얼굴로 이곳 뉴져지가 고향이니 나이 들어서는
고향에서 살아야 하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두분께서 우리 부부보다 10년이상은 연상이시니
속 아프신 얘기를 어린 사람들에게 하실수가 없으신것 같았다.
유집사님은 연세가 81세인가 되었다고 하셨다.
권사님께서도 78세정도 되신 것으로 안다.
남편이 헬스클럽에서 집으로 돌아 오면서
그동안 며느리가 멀리떨어져 사시라고 집재산세도 내드리고,
벤츠도 사드렸는데, 가까이로 이사 오겠다고 하시니
아들내외가 무슨 말을 한것 같다고 말했다.
세상에 어느 며느리가 시부모가 가까이로
이사오겠다는 것을 좋아 하겠느냐고...
더구나 권사님은 우리가 알기로 욕심이 많으신 분이라고
남들도 느낄 정도인데 며느리는 더 많이 느꼈을거라고...
그동안 금융회사에 다니는 큰아들은 연봉도 엄청 받고,
결혼후 거의 20년전에 버지니아에 고급주택을 지어서
잘살고 있다고 자랑을 많이 하셨었다.
손주도 4명이 있는데, 손주들 자랑도 많이 하셨었다.
지금은 우리가 다니는 헬스클럽 뒤에 있는 작은콘도에 세얻어 사신다고 하셨다.
권사님께서는 큰집에서 살다가 작은 콘도아파트로 옮긴뒤
처음 얼마동안은 답답해 하였다고 남편이신 유집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몇달을 지내다보니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하셨다.
꽃보다 더 사랑스러운 다섯살 큰손녀.
그토록 자랑하시던 3아들에게는 각자의 부인이 있으니
본인의 아들이지만 마음대로 할수도 없고 또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된다.
이사할 무렵에는 속상하고 자존심도 상하셔서
가까이 살던 우리에게 전화도 없이 몰래 이사하신것 같다.
이권사님께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큰손녀가 남편생일카드에 할아버지(HAGY)벗겨진 머리를 그렸다.
그옆에는 EliZABeth (손녀)를 그렸다.남편생일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