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서쪽 창으로 본 밝은 달.
2월28일.2018년.수요일.
문득 커튼을 걷어낸 서쪽 방창문으로 달빛이 환하게 들어와서 잠이 깨었다.
어젯밤에 동쪽하늘에서 환한 달과 별들을 보았는데,달은 서쪽으로 진다.
다시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잠이 올것 같지 않아서
그냥 머리맡에 있는 렙탑 컴을 열었다.새벽 4시다.
어제 밤11시가 넘도록 세째손녀를 보느라 피곤할텐데도
이상하게 너무 피곤한 날엔 더 깊이 잠을 못잔다.
뉴져지에 놀러온 공주옷을 입은 손녀와 손자 .
어제 큰딸이 손주들과 뉴져지 우리집에 오후 3시 조금 넘어서 왔다.
큰딸이 온후부터 내 시간은 없었다. 큰딸이 저녁을 먹은후
손주들 목욕을 시키고 쇼핑을 갔다 오기까지 세째 손녀를 보았다.
쇼핑을 갔다 와서는 또 큰딸이 샤워를 하겠다고 해서
손녀를 또 보았는데 나중에는 팔이 너무 아파서
남편이 엎드려 컴하는 침대에 손녀를 내려 놓았는데 남편만 보면 울었다.
압력밥솥과 페이퍼타올 외에는 부엌 카운터 위를 다 치운날 .
큰딸에게 복덕방에서 매긴 집가격을 내가 2만달라 더 올렸다고 했더니
그냥 복덕방에서 매긴 가격에 내놓으라고 남편도 같이 말을 해서
그렇게 해야 할것 같다. 오늘쯤 복덕방여자가 오겠다고 했다.
그래야 경쟁자들이 서로 사겠다고 하면 집값이 더 올라 간다고 했다.
미국서는 집값도 X9.9999달라로 정한다.
나는 X1.9999로 말을 했었는데, 어찌될지 모르겠다.
오늘이 2월 마지막 날이다. 수요일이다.
어제보니 벌써 뒷마당 개나리는 꽃봉오리가 보였다.
막내를 등교시키고 나서, 남편은 필라에 있는
계리사에게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 큰딸 계획은 어떨지 모르겠다. 어제는 손주들이 좋아하는
갈비를 재어 놓은후 , 한국수퍼에서 여러가지를 사왔었다.
큰딸이 주문한 피짜는 순식간에 다 먹었다.
그런데 큰딸이 나를 생각해서 편하게 해주려고 그랬는지
저녁에 피짜를 배달시켰다. 토마토 알러지가 있는 막내를 위해서는
토마토가 안들어간 피짜를 주문헤서 막내도 피짜를 먹었다.
남편도 피짜를 저녁으로 먹었다. 나는 피짜를 안먹고 한국수퍼에서 사온
고등어시래기찜과 꽈리고추멸치볶음으로 저녁을 먹었다.
난 피짜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
잠을 4시간 정도 밖에 못잤는데 더 잠을 청해 봐야겠다.
X X X X
자세히 보면 나무에 새순이 돋은 것이 보인다.
2월27일.2018년.화요일.
어제는 아침에 흐리던 날씨가 오후되면서 차차 개이더니 해질 무렵에는
붉은 해를 받은 필라의 센타시티 건물들이 저녁식탁을 준비하던
내눈에 멋지게 빛나 보이던 날이었다.
2월 26일은 남편 생일이었다.
어제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부엌바닥에 미끄러지지 말라고 덮은 조각 카페트도 다 치웠다.
복덕방 사람이 오전11시에 오기 전까지 남편은 남편대로 치우고
나는 나대로 부엌 카운터위에 나온 부엌용품들을 거의 다 치우면서 바빴다.
앞으로도 또 더 치워야겠지만 요즘 들어서는 제일 깨끗했던 집이었다.
막내는 여느 날처럼 학교에 갔다. 부지런히 움직여서 거의 다 치웠을때는
피곤해서 이층으로 와서 잠시 쉬었었다.
전기 레인지도 새로 바꾸었다.
오전11시에 복덕방여자가 벨을 누르고 드디어 우리집에 왔다.
나는 미국에서 살면서 자기 직장일로 만나게 되는 여자가
그토록 시골 동네할머니처럼 온것을 처음 보고 놀랐다.
지난번에 왔었던 여자는 쫙 차려입고 하이힐까지 신고 왔었다.
그러나 그때 고객을 상대하는 여자의 옷차림이라서 별생각없이 대했었다.
화분을 다 없애라고 해서 지하실에 갖다 놓았다.
그런데 어제 왔었던 복덕방여자는 달랐다.
우리집에 들어서자 마자 현관앞에 신고 온 신을 벗었다.
복덕방일을 30년 넘게 했다더니, 한국인들의 생활습관에 대해 알고 있었던것 같았다.
게다가 머리는 부시시하고 ,벗어놓은 신은 집에서 막 신는 슬리퍼였다.
옷은 바지에 오래된 평범한 스웨터를 입고 왔다.
상대편이 긴장함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키는 그런 시골할머니로 나타 났다.
아주 편안한 얼굴로 우리가 집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해도
너무 퍼펙트하다고 말했다.
내가 이여자를 부르게된 경위에 대해서 말을 했다.
켈리포니아로 이사간 Mrs.백이 소개를 해줘서 불렀다고 했다.
집을 같이 둘러본 후에 얘기를 나눈뒤 서류를 찾더니
읽어보고 나와 남편에게 사인을 하라고 했다.
남편이나 나나 이 수잔이라는 여자에게 좋은 느낌이 있고,
또 소개해준 Mrs.백에게서 들은 얘기도 있어서 마음을 정하고 사인을 했다.
집문에 열쇠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집 문키도 주었다.
그리고 복덕방 사인을 우체통 옆쪽 잔디밭에 설치하는데 그기간은 6개월이라고했다.
시골 할머니같은 차림으로 나타나서 우리 부부에게
재빨리 사인도 받아가고, 집키도 받아가고....
경력이 30년이라더니 남편이 허허실법을 쓰는 여자라고 했다.
수잔이 집에 갈때 문앞에 벗어 놓은 슬리퍼를
다시 신고 나가기까지 단지 불과 1시간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