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1일.2017년.일요일.
이층방 창문 헝겊 커튼뒤에 바람과 햇빛을 차단하려고 잡아 다니면
감기는 두꺼운 롤러커튼이 있는데 그 커튼이 감겼다가
잡아 다니는 과정에서 조금 틈이 벌어 졌었나 보았다.
새벽에 문득 눈을 떴는데 환한 달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는데,
내 눈두덩이에 그 달빛이 덮혀 있는것 같아서
아예 일어나서 스마트폰으로 달 사진을 찍고는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 너무 이른 새벽이었다.
그리고 커피마시러 부엌으로 내려간 시간은 아침 6시 30분쯤이었고
남편커피와 삶은 반숙계란 두개씩을 가지고 올라 왔다.
지금은 아침 7시9분이다.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달빛이 눈으로 비치면서까지 나를 깨웠는데,
오늘은 한해를 돌아 보면서 잘 마무리하고,
새해에는 새로운 각오로 임해 보려고 한다.
서서히 아침이 밝아 오는지 흔들리는 참나무가지뒤로
하늘 구름색이 핑크빛으로 보이고 있다.
기억력이 둔해 졌는지 나쁜 일들은 생각이 안난다.
이렇게 나는 참 편리한 기억력의 머리를 가졌다.
좋은 것만 기억하는 뇌를 가져서인지 참 편하게 산다.
슬프거나,너무 기쁘거나,화가 나거나,억울해서 잠못 드는 일도 없고 ,
커피를 많이 마셔서 잠못 드는 일도 없다.
초저녁부터 졸다가 일찍 잠이 들어 버려서, 남편이 보는 티비소리도 못듣고 잔다.
가끔씩 너무 이른 초저녁 7시경에 잠이 들었다가
오늘처럼 달빛이 잠을 깨우면 다시 못자는 일은 생긴다.
나도 누군가 싸움을 걸면 기분이 나빠지기는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는다.
나와 인연이 없던 것으로 생각하고 내 기억에서 지워 버리는 것 같다.
젊은 날에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끔씩 화나는 일도 있었는데,
그 사람은 그 정도의 사람이라고 빨리 인지해 버리고
더는 내 생각과 틀에 그 사람을 끼어 맞출 생각을 안하면
다시 그 사람을 보게 되어도 감정에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다.
이 세상에는 아무도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고,
또 아무도 배척할 사람은 없으되,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서로 감싸주고 푸근해야지
벽돌처럼 부딪혀서 깨질 일이 생길 사람은
아예 인연을 안만드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어릴 때부터 오래 가는 친구들을 보면 서로 존중해주고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되 그 다른 것으로 서로를 다치지 않게 한다면
다섯살때 친구가 평생가고, 초등학교 5학년때 친구가 평생간다.
다섯살때 친구는 전화를 해야 서로 연락이 되고,
초등학교 5학년때 친구는 요즘도 카톡을 하고 지낸다.
초등학교 5학년때 친구는, 내가 다니던 원효로 남정초등학교에서
왕십리 무학초등학교로 전학을 가서 만나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성동구에 있는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으로 전근을 가셔서
나도 무학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처음 만났는데 둘이 똑같이 안경을 썼고, 똑같이 양갈래로 머리를 땋았었다.
게다가 그 친구 아버님께서도 여고선생님이셨고,
또 무학교회를 나갔더니 거기에 그 친구가 다녀서
학교밖에서도 자주 만나다보니 오늘날까지 오랜친구가 되었다.
오늘 2017년 마지막날에 한해를 돌아보고
나를 못 빠져 나오는 구석으로 몰고가는 생각이 있다면 다 떨쳐 버리고
새해에는 새로운 맘으로 살아 가야겠다.
해마다 오늘처럼 마지막날에는 이렇게 생각을 하곤 했지만
그런 해에도 특별히 별다르게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한번 더 나에 대해 생각을 집고 넘어 가는것이
그냥 빈생각으로 지나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마지막날을 보내는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된다.
12월30일.2017년.토요일.
아침 7시인데도 천장창문이 눈으로 덮히고 있어서 방이 어두웠다.
일기예보에 아침 6시경부터 내린다고 하더니 그렇게 눈으로 덮히고 있었다.
토요일 아침 현관문을 열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하늘을 보았다.
제법 많이 내릴 것처럼 보이는데 얼마나 눈이 올지 모르겠다.
눈이 오는것을 보는것 만으로도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하루는 그동안 피곤했으니 내리는 눈을 감상하면서 적당히 쉬어야 겠다.
눈은 함박눈이 아니어서 한참을 내렸는데도 적설량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겨울방학때이고, 다들 연휴여서 그런지 동네가 조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