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에 이름모를 흰꽃이 피기 시작했다.
7월27일.2017년.목요일.
막내는 참치(튜나)에 1/4 사과와 양파를 아주 조금
잘게 썬것을 마요네이즈로 버무린 것을
아보카도 썬것과 블렉올리브로 위에 얹어 장식을 하고
슬라이스한 체다치즈를 또 위에 뿌려 주고는 이 모든 것을 큰 양상추잎에 싸서
도시락에 넣어 보냈다. 막내는 이따금씩 튜나셀러드를 좋아 한다.
전에 막내에게 싸주었던 튜나셀러드 도시락.
막내가 학교로 떠날때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고는,
앞정원에서 자라던 잡초를 뽑다가, 뒷마당으로 가서
요즘 비가 자주 내려서, 실하게 열린고추를
앞티셔츠를 잡아 당겨서 거기에 듬뿍 따가지고 부엌으로 왔다.
아침에 티셔츠를 잡아 다녀 고추를 땄다.
부엌 창문밖에는 남편이 돌을 기계로 자르는 데서 나오는
전쟁영화속에서 나는것 같은 뿌연 연기가 하늘에 자욱했다.
어제 저녁에는 남편에게 볶음밥을 오므라이스로 계란을 덮어서 주었더니
잔뜩 먹은 저녁간식에 배부르다고 밥을 안먹어서
렙으로 싸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것을 마이크로오븐에 다시 뎁혀서
식탁에 차려놓고 나는 후다닥 먹고 컴앞으로 왔다.
어제 남긴 오므라이스를 다시 뎁혀서 남편 아침 식탁에 놓았다.
아침에 딴 고추,양상추썬것,쌈장,마늘장아찌,명란젓,열무김치,
배추김치,소고기장조림,오이지무침,순두부찌게,계란후라이.
아침을 혼자 부엌에서 먹으면서 보니,아침식탁이 멋지게 보였다.
주부는 자기가 차려놓은 별것도 아닌 평범한 밥상때문에
혼자서 나처럼 흐믓하고 행복해지기도 한다.
뚜껑있는 반찬그릇을 뚜껑을 다 열어놓고 먹고 나면,뚜껑을
다 도로 닫아서 냉장고에 넣으면 된다. 좀 편하게 살아야지.
앞정원에 보라색,핑크색,빨간색 3가지중에
빨간꽃이 피는 배룡나무.작은 봉오리가 보인다.
아까 고추따면서 모기에게 물렸던 곳이 처음에는
가려웠는데,지금은 괜찮다. 벌써 아침10시15분이다.
남편의 돌자르는 기계소리가 잠시 안들린다.
밥을 먹고 있나 싶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보니
식탁은 그대로 있고 남편이 자른 돌로, 놓을 자리에 맞춰보고 있었다.
그래서 훼밀리룸 슬라이드문을 열고 남편에게 " 밥먹고하지 ?" 말하고 왔다.
가든센타에서 본꽃.
지금은 일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그렇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안할때에도, 매번 남편은
식사시간에 제일 늦게 나타난다.
내딸도 마찬가지로 나처럼 살고 있다.
큰딸이 세번째 아기를 낳기 조금 전.
큰딸의 절친 다이아나가 큰딸집에 놀러 왔을때 일이다. "네 남편은
일 갔다 와서 전혀 너를 안도와 주니?
죤은 일 갔다오면 그동안 아이보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냐면서
아무것도 하지말고 있으라고 하고 요리고, 뭐고
혼자서 다해 주는데, 네 남편은 아무것도 안하는구나!"
가든센타에서 본 꽃.
내 딸은 사위가 밖에서 일하면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
집에 오면 편하게 쉬게 해주고 싶다고 한다.
다이아나는 중국인 2세이고, 내딸은 한국인 2세이다.
여자가 편하게 살려면 중국남자랑 결혼하면 될것 같다.
남편이 돌을 기계로 잘라서 퍼즐처럼 맞추고 있다.
드디어 남편의 숫가락 소리가 들리고 있다.
아침 10시 50분이다.
나도 그저 남편이 내가 차려 놓은 식탁에 앉아서
맛있게 먹어 주기만 해도 좋다.
X X X
7월26일.2017년.수요일.(이 일기는 없애려다가 그냥 둔다)
오전의 시간도 다 지나가고,점심도 한참전에 먹은 오후 1시56분이다.
밖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내가 해줄수 있는 일로는
점심이라도 성의를 기울여서 해주는 일이다.
칼국수를 끓인 후에 따로 준비한 애호박과 양파 ,당근채썬것과
홍합살 얼린것,바지락살 얼린것을 한줌씩 넣어 끓이다가
계란과 파썬것을 넣으면 완성이다.
언제 남편이 이사진을 찍었는지 모른다.
커다란 대접에 칼국수를 담으면 보기도 좋다.
음식색도 좋아야 더 음식의 품위가 생긴다.
김치도 이번에는 생고추를 두팩사고,
피만과 고춧가루를 섞어서 갈아서 했더니 김치색이 아주 예쁘다.
점심으로 모밀사바를 먹었다.아침에 놓았던 반찬그대로 그 자리에 두어서 편했다
새로 만든 것은 무우간것,파썬것,와사비,그리고 모밀국수 4개를 삶은 것이다.
이사진은 어제(칼국수를 먹었다)사진이 아니고,오늘 목요일 점심사진이다.
남편은 별말이 없지만, 식탁에 김치를 놓을때 내 기분이 좋아 진다.
아무래도 이런것은 스스로의 만족일수도 있지만
먹는 가족들도 김치만든 주부에게 신뢰감을 갖는것 같다.
마음으로 차려내는 식탁에는 비싼요리가 아니라도
잘 먹어 주는 가족이 있어서 주부는 행복하다.
가든 센타에서 본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