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월30일. 2017년. 금요일.
그제 " 엄마, 내일은 와주셔요." 큰딸의 카톡을 보고
딸집에 가려고 미리 쌓두었던 짐을 차에 실었다.
목요일 아침 막내를 학교로 보내고 난뒤
남편과 시금치 된장국에 젓갈과 계란후라이로 아침식사를 하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또 남편이 먹을 밥도 미리 해놓았다.
그리고 막내학교 식당이 7월4일까지 문을 닫는 관계로
금요일 점심은 매번 사먹었었는데
점심을 에그-셀러드로 미리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오랫만에 백바지를 사입었지만 운동화가 어울리는 나.
그리고 나서 마운틴라우렐(MT LAUREL)에 있는
작은 그레이하운드 버스정거장으로 갔다.
아침 9시 50분에 떠나는 버스를 타기위해서 8시 50분에 갔다.
남편은 내 무거운 트렁크짐을 내려놓고
차가 조금 말썽이 있어서 시간약속이 되어 있었던 정비소로 갔다.
목요일 아침 ,뉴져지 그레이 하운드 버스터미널 앞
벤치에 앉아서 남편이 손을 흔들면서 떠나갈때,
바라본 하늘은 맑고 파란색이었다.
터미날 지붕밑에는 이침공기가 상쾌해서인지
새들이 거기 앉아서 서로 얘기를 나누느라 시끄러울때,
내게 한 멋쟁이 할머니가 눈에 띄였다.
머리부터 어디를 봐도 모양을 내는 패트리샤.
머리 헤어스타일도 아주 옅은 갈색의 긴머리 젊은 여자 스타일이었다.
처음보는 모르는 사람이어서 잠깐 보고는,
버스가 올때까지 아주 충분한 긴시간을
벤치에 그냥 앉아 있기가 좀 지루할까봐
손녀딸 보라색모자 뜨던 것을 꺼내어서 만들고 있는데,
그 멋쟁이 할머니가 가까운 옆자리로 옮겨와서
무엇을 만드느냐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자기는 친구를 만나러 뉴욕으로 10시50분 떠나는 버스로 간다고 했고,
나는 큰딸이 아기를 낳게 되어서 워싱톤으로 간다고 말하면서
서로 무료한 긴시간을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내게 되었다.
패트리샤는 75살이라고 했다.
여자는 나이들어도 저렇게 자신의 외모를 가꾸면
스스로도 야무진 젊은 사람처럼 말을 하게 되는것 같다.
75세 멋쟁이인 패트리샤.
옷차림으로 보면 패트리샤는 나보다 훨씬 젊은 사람같았다.
맘보바지 스타일의 조금 짧은 백바지에
흰색에 까만줄이 있는 멋쟁이 하이힐 구두를 신고 있었다.
나도 모처럼 Lee에서 만든 백바지를 큰맘 먹고 샀는데
내것은 그저 운동화나 어울리는 너무 평범한 바지였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예쁘다고 말해주면 다들 기분이 좋아진다.
정말 패트리샤는 젊었을 때의 미모가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짐작이 갔다.
내가 참 멋지고 아름답다고 말을 하니까,
너도 참 아름답다고 말을 했지만 그냥 그 소리는
고마우니까 답례로 하는 말이다.
기분이 좋아진 패트리샤는 자기 아들과 손자들 사진도 보여 주었다.
14년전에 남편이 죽었다고 했다.
자녀들이 5명 있는데 다 멀리 살고 있고,
큰아들(55세)만 가까이 살고 있다고 했다.
큰 아들에게는 손자들만 셋있는데, 26살,24살,22살이라고 했다.
가족 사진중에서 보이는 여자는 큰아들의 전처인데 이혼후 암으로 죽었다고 했다.
그 죽은 며느리 이야기를 할때 어둡고 슬픈 얼굴이 되었었다.
3 손자들의 엄마였다고 했다.
패트리샤는 화이넨셜 분야의 일을 하다가 은퇴했다고 했다.
한참 얘기를 나누는데 내가 탈 버스가 먼저 왔다.
그래서 " 네가 아름다우니 사진을 찍어서 네 얘기를 친구들에게 하고 싶다."고 했더니
얼굴은 안찍고 옆모습만 찍으려고 했는데
패트리샤가 얼굴을 스마트폰 앞으로 돌려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포즈를 잡는 것을 보니 많이 그렇게 얼굴사진을 찍었던것 같았다.
서로 만나서 좋았다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레이하운드 한국인 운전 기사분.
마운틴 라우렐에서 워싱톤으로 가는 그레이하운드 버스운전기사는 한국인이었다.
한국인은 보면 왠지 한국인인 것이 느껴진다.
그에게 티켓을 건네 주었을때 " Where are you from?" 내가 물었다.
그가 " KOREA."라고 대답했을때
나는 한국말로 " 어머나! 한국분이시네요."
그가 역시 익숙한 한국말로 " 네, 그렇습니다."고 대답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가서 앉았다.
뉴져지 마운틴 라우렐 버스정거장을 출발해서 나가고 있다
매 다른 지역을 지날때마다 그 한국인 운전기사는
목소리도 맑고 좋았지만 영어발음도 아주 좋았다.
버스 안내방송을 들어도 정확한 영어발음이었다
델라웨어 지역을 지날때 잠깐 멈추었다가 떠나게 되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버스 에어콘이 고장이 났는지
언제나 에어콘 공기가 너무 춥기 때문에
겉옷을 입고 왔었는데 사람들이 벗기 시작했다.
다들 덥다고 한마디씩 했다.
내 이마에서도 땀이 흐르고 있어서 나도 겉옷을 벗었다
운전기사가 뒤로 와서 버스천장에 있는 환기통문을 열어 주고 갔다
델라웨어 다리를 지나는 중이다
발티모어에 도착했을 때는 운전기사가 승객들에게 계속 덥냐고 묻고 있었다.
그래서 덥다고 했더니 타고 있던 버스에서 다 내리게 하고는
대합실에서 기다리라고, 버스옆에 실었던 짐을
다른버스로 옮기고 준비가 되면 부르러 오겠다고 하고 갔다.
그런뒤 에어콘이 잘 나오는 다른 버스로 갈아 타게 되었다.
버스안에서 건너편에 앉아가던 여자와 계속 같이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도 예정 시간대로 워싱톤 DC. 유니온 기차정거장에 같이 있는
그레이하운드 버스정거장에서 무거운 짐과 함께 내렸다.
큰 남동생이 데리러 오겠다고 했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기다리느라 서있는데,
아까 버스운전기사분이 내게 와서 잘가라고 인사를 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블로그에 이 얘기를 써야 겠다고 생각하고
버스운전기사분에게 블로그 얘기를 하고
사진을 찍어도 괜찮으시겠냐고 물어 보았다.
나는 분명히 같이 라는 말은 안했는데,
자기동료에게 사진을 부탁하고 있었다.
그래서 할수없이 사진을 찍게 해주셔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찍은 사진은, 편집해서 내가나온 사진은 없앴다.
새 버스로 갈아 타기 위해서 안에서 기다렸다.
기다려도 동생이 오지않아서 전화로 어디냐고 물었더니
네비게이션으로 왔는데 영 딴곳으로 와서
그 전 버스정거장까지 갔다고 했다.
내 전화를 받고 다시 조금전 왔던 H -street 로 오게 되어서 만날수 있었다.
내 아이들이 운전면허가 없던 중학교시절에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버지니아 외가에 여러번
갔었을 때를 기억하고 큰남동생이 그전 정류장으로 갔었다고 했다.
이럴땐 참 스마트폰이 편리하다.
그레이하운드 버스안에서 내 건너편에 앉아 있던 젊은 30대여자와
같이 볼티모아에서 내렸다가 대합실에서도
내옆에서 같이 기다리고 또 화장실에도 같이 갔다가
같이 버스에 타기까지 서로 얼굴을
몇시간씩 보게되니 자연 서로 보면서 웃게 되었다.
천장 환풍구로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케이라는 이 30대 여자는 여러나라를 출장다니는것 같았다.
지금은 파리에서 돌아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큰딸이 아기를 낳게 되어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자기는 1978년생이고 8살 5살된 아들이 둘있다고 했다.
전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들은 전남편이
시어머니와 같이 키우고 있다고 했다.
이글을 타이핑 하는데 큰딸에게서 카톡이 왔다.
또 하나의 여자아기라고 했다.
아기를 안고 누워 있는 사진을 보내왔다.
지금부터 병원에 아기보러 갈 준비를 해야겠다.
씻기도 전의 사진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