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원 카운터위에 있던 거위.
3월26일.2017년.일요일.
오늘도 미장원여자를 생각하니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다.
그제 그러니까 금요일 동네에 있는 미장원에 파마를 하러 갔었다.
그동안 가끔 통보도 없이 미장원 문을 닫아서
좀 예의가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약속을 겨우 하고 그제 찾아 갔더니
출입구쪽 카운터위에 멋진 거위가 보였다.
처음에는 그것이 종이로 만든것 인줄도 몰랐다.
멋진 거위처럼 보이는 것이 있기에,
미장원에 필요한 무슨 물건이겠지 생각을 하고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었다.
따뜻해서인지 미장원에 꽃이 핀 화초.
그동안 몇번씩 전화를 했어도 남긴 메시지에
리턴 콜도 없었는데, 지난 수요일에
걸었던 전화에는 미장원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아서 그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전화도 안받고, 문닫는 이유를 종이에라도
문에 써 붙혀 놓지도 않고
며칠씩 문을 닫았었기 때문에
그래서 어디 편찮으셨느냐 아니면 한국에 나가셨느냐고
묻는 내말에 얼버 무리시면서 " 네. 네." 소리만 하셨다.
얼마전 커트머리를 케빈에게서 했지만
파마기가 전혀 없어서 파마를 좀 하려고
전화로 오후 4시에 약속을 하고
금요일 오후 4시 십분 전에 미장원에 찾아 갔다.
미장원에 피어 있던 이름 모르는 꽃.
아주머니는 왠일인지 모자를 쓰고 계셨다.
그럴 뿐만 아니라 눈밑에 검은 서클이 보였다.
영락없이 병색이 있는 얼굴이었다.
어떻게 꼭 아프신분 같으셔요?
아닙니다.제가 봄이 되어서 알러지가 심해져서 그럽니다.
내가 물을 때마다 웃으시니 나도 그런가하고 생각을 하면서
다른 분 머리하고 있는 동안 앉아서
거기있던 잡지책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카운터위에 있는 거위가 궁금해졌다.
소파에서 일어나서 카운터쪽로 걸어가서
자세히 보니 수많은 여러 종이를 접어서 만든 거위였다.
어머 ! 이것 만든 것이네요?
네. 88살 되신 할머니께서 제게 선물 하신거예요.
천마리 학을 접어서 큰병같은데 담은 것은 보았었지만
저렇게 큰 모형으로 서로 접어서 붙혀서 만든 거위는
내게는 처음보는 일이라서 그것도 88살 되신
한국 할머니께서 선물을 하셨다니
둘 사이가 보통 이상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88살이나 나이드신 분께서 수많은
종이를 접으셔서 색을 일일히 맞추셔서
저렇게 커다란 거위가 되기까지 만드셔서
미장원 아주머니에게 선물했다는 얘기만 듣고도
감동을 받고, 내 눈에서 눈물이 났다.
우리집 다이닝룸에 핀 히비스커스.
말은 안했지만 무슨 사연이 있다는 짐작이 갔다.
한 여자분에게 염색약을 바르고 난뒤에
그분에게 약식을 잡수겠느냐고 묻고는
미장원 안쪽 테이블에다 약식을 준후에
내머리에 파마롤을 말기 시작했다.
파마롤을 다한 후에 염색하신분의 머리를 손질 해주고
그분이 간후에 또 다른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그 여자분 머리를 커트하고 있을때,
어느 남자분이 12살된 아들을 데리고 와서 커트를 했다.
나중에 얘기하는 것을 들으니 다 한가족이었다.
작년여름 우리집 정원에 폈던 라임꽃.
드디어 손님들이 다 나간후 내 머리에 중화제를 바른뒤
내게 약식 좀 먹겠느냐고 물었다.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아니라고 했더니, 또 물어서 안먹으면 서운해 할까봐
집에 가서 먹을테니 플라스틱 랩에 싸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알았다면서 싸주는데 자기것 작은 조각을 떼어내고
남은 것을 다 주었다. 그래서 아니라고 말했지만
내가 정말 미안해 하니까, 자기는 가끔 누가 만들어다 주어서 먹는다고 말했다.
파마롤을 빼어내고 머리를 감겨 주는데, 자꾸 미장원 여자가 기침을 했다.
아까 알러지가 있다더니, 파마때문에 더 기침이 나오나봐요?
아니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건강한 사람이
알러지로 재채기 하는것 같지는 않았다.
내 머리를 다 감긴후, 타월로 대강 닦고나서
미장원 거울이 있는 의자에 다시 앉았다.
작년여름에 앞정원에 폈던 꽃.
머리를 말리기 전에 그동안 미장원문을 닫았던것은
유방암 수술을 받아서 그랬었다고 담담히 말을 했다.
그동안 키모-테라피를 5 -6번 받았고
또 다음 달에는 2차수술을 받게 된다는 말도 했다.
자기 남편이 미장원 문을 아주 닫으라고 하지만
집에 혼자있으면 우울증으로 마음이 가라 앉아서 안되겠기에
일은 많이 안하지만 일주에 며칠동안 문을 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파슨스쿨을 졸업한 딸은 잘 지내느냐고 물었다.
지금 25살인데 작년에 결혼했다고 했다.
작년 여름 앞마당에서 자라던 핑크색 사랑초.
작년에야 유방암이 있는 것을 알고 수술을 받았고
시집간 딸이 많이 울었다고 했다.
미장원 여자는 1965년생이라고 했다.
머리가 빠져서 모자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나만 이소식을 모르고 있었나 보다고 말을 했다.
그 소식을 듣고 예전에 알고 지냈던 88살된 한국할머니께서
꼭 병이 완치되라면서 저 종이로 만든 거위를 만들어 주셨다고 했다.
그리고 국제결혼 하신 어느 여자분이 약식도 만들어다 주었다고 했다.
집에서 자라는 보라색 사랑초.
내가 약식때문에 아주 미안해 하니까
자기에게 없는 핑크색 사랑초꽃을 다음에 올때 달라고 했다.
내가 그전에 주어서,흰색꽃과 보라색꽃은 있는데,
핑크색 꽃이 피는 사랑초는 없다고 했다.
예쁜 화분에 심어서 가져다 주어야 겠다.
아프고 나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했다.
사람들이 자기를 칭찬할때
그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것을 모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드리지 않고,
자기가 잘난줄 알고, 다 가로 챘었다는 말을 하면서
그동안 자기가 잘못되었던 것을 회개하고 있다는데,너무 감동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