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눈이 덮힌 아침.
1월6일.2017년.금요일
밤새 눈이 조금왔다.
새벽 5시쯤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니 시멘트바닥쪽은 눈이 없고
잔디밭에만 눈이 조금 쌓인것이 보였다.
일기예보에 내일쯤 또 눈이 온다고 한다.
눈다운 눈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조금있다 막내등교준비 떄문에 부엌으로 내려가야 한다.
아침에 막내가 타는 버스가 현관문을 통해서 보인다.
막내가 어제 치과에 갔었는데 꼭 가기 직전에 아이가
화장실에 간다고 해서 한 10분을 늦게 도착했다.
러커스대학에서 하는 치과인데, 리셉숀니스트가
어찌나 어린아이에게 소리지르듯이
늦게온 일로 화를 내면서 말하는지
내딸들 나이도 안된 젊은 여자가
야단을 치듯 말을 해서 참 기분이 언짢았다.
이제껏 돈을 내고 치과에 다녔었는데,
지난번 부터 치과까지 무료혜택을 받게 되었다.
어떤 대우에도 감수해야 할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거듭 말을 했는데도 기세가 등등했다.
안되면 다시 약속을 잡고 다음에 오라고 하면 되는 일이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말귀 못알아 듣는 학생에게 말을 하듯 소리를 질렀다.
진료실에서 치료받는 막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던 치과의사에게 가서 진료를 받을수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이런 대우를 받을 때마다
기분언짢다고 대항하고는 살수는 없다.
인생에서 긴터넬을 통과하는 동안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슬기롭게 해쳐 나가려면 때론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남편이 막내를 데리고 진료실에 있는 동안, 나는 로비에서 기다렸다.
다른 곳에 비하여 작은 로비에서 다섯명이 앉아 기다리는데,
출구의 작은 유리문 안에서 일하는 그 젊은 백인여자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작은 유리문을 열고
사람들과 말 할때마다 내내 시끄러웠고 귀에 거스렸다.
친절이라는 것은 찾을수 없는 여자였다.
진료실복도.
그런데 나는 그 작은 유리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을 보고도
유리문 안쪽의 여자가 들을 줄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의도적으로
조금전 그 여자가 내게 했던 태도에 대해서
옆에 앉아있던 중년여자에게 말을 했다.
안되면 안된다고 말만 하면 되는데,
자기 어머니보다 나이 많은 내게 젊은 여자가
소리지르면서 말하는 태도가 아주 나쁘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동안에 막내와 남편이 나오고 있었다.
휠췌어가 잘나올수 있도록 문을 잡아줘야 할것 같아서
진료실 안쪽 복도쪽으로 들어갔더니
아까 소리를 질렀던 젊은 여자가 거기 서 있었다.
왠일인지 목소리톤을 낮추고 친절하게 막내와 남편에게
다음번 약속날짜도 말하고 있었고
내게도 아주 상냥하게 눈인사를 했다.
나도 시치미를 떼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아까 내가 옆에 앉은 여자에게 말한 것을 들어서
태도를 바꾼것인지 몰라도 상대가 태도를 바꾸고
말을 하면 나도 거기에 부응하여 아까 일은 잊고
상냥하게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항상 친절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제 치과에 갔던 막내가 어제부터 학교로 가고 나니까
마음에 여유를 갖게 되는 일상으로 돌아 왔다.
부엌 슬라이드문으로 눈이 내린 뒷마당이 보인다.
차차 날은 밝아지고, 햇빛이 찬란한 아침이다.
그새 막내는 등교를 했다.
아침먹은 그릇을 설거지하고는 이층으로 와서
코바늘로 설거지 수세미를 뜨던 것을 마저 마무리를 했다.
어제 저녁에 시작해서 3개를 만들었다.
큰딸이 켈리포니아에서 사다준 실이 거의 없어지는 중이다.
눈이 쌓인 앞마당.
수요일에는 막내가 치과에 갔었고,
오늘 금요일에는 남편이 치과에 가는 날이었다.
충치가 있어서 치료를 받았는데 앞으로 두번 더 가야 한다고 한다.
조금 전까지 만 해도 그런데 다닐 때는 각자 혼자 다녔는데,
나이들고 부터는 남편이 나가면 꼭 보호자처럼 같이 다니게 된다.
어디를 가도 남편곁에 있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