펨플렛 종이에 보이는 가격들.
12월9일 .2016년.금요일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서 부엌에 가서 가족을 위해 커피를 타고
아침 먹을것을 준비하고 채소쥬스를 만들 때까지도
일상의 일들이 순조롭게 지나갔다.
나는 자주 머리하러 미장원에 가는 편이 아니다.
언제던가 여름에 파마를 하고, 커트를 한번하고,
요즘 또 한번 커트가 필요할 만큼 머리가 많이 자랐다.
그런데 미장원 한국 아주머니와 연락이 안되었다.
가끔씩 손님이 많으면 전화를 못받을 때도 있어서
어제 헬스클럽에 갔다가 잠깐 들러서
약속만 하려고 했는데, 미장원 문이 닫혀 있었다.
그래서 집에 와서 다시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남겼다.
커트머리 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 안걸리니
기다려서 하기로 하고 한번 더
오늘 아침 미장원에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원래는 머리 커트만 하고 헬스클럽에 가려고 했는데
일이 잘 안풀리고 있었다.
문에 뭐라고 써붙혀 있지도 않았다.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 자주 갔었는데,
아주머니가 한국에라도 나간 것일까?
그래서 집에서 먼곳이지만 커트머리만은
내가 이제껏 만난 사람중에서 제일 잘하는
흑인동네 헤어살롱으로 갔다.
나는 어쩌다가 마주치는 사람중에
커트머리가 아주 예쁜 사람을 만나면
인상이 좋아 보이는 사람이면 어디서 했느냐고 물어 본다.
헬스클럽에서 만났던 사람중에서도 몇 있어서
가르쳐 주어서 찾아간 곳도 있었는데
아무리 잘해도 머리만 자르는데 $100정도로 너무 비싸면 할수 없다.
사람들은 커트머리가 너무 멋지다면서 물어보면
대개 아주 친절하게 미장원을 가르쳐 준다.
저뒤로 케빈이 젊은 여자에게 내머리를 감기라고 말하고 있는 중이다.
그 케빈살롱을 소개한 흑인 여자가
자기는 머리커트 값으로 $25을 내고 한다고 말을 해주었었다.
내가 찾아간 흑인동네 그 헤어살롱 벽에는
유명한 배우들과 케빈이 같이 찍은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심지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에 같이 찍은 사진도 있었다.
미국에서 유명하다는 영화배우들하고
이 흑인 헤어스타일리스트하고 같이 찍은 사진이
왜 그렇게 많은지 쑥스러워서 이유는 못 물어보았다.
내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는데 이 흑인남자가
다른 사람들 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곧 알수 있었다.
어떻게 머리를 자르기를 원하느냐고 해서
"네가 가장 내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데로 해보라."고 말을 했다.
내 얼굴을 보고 잠깐 생각을 한 다음에.가위를 들고
서슴없이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수북히 밑으로 쌓였다.
나는 속으로 겁이 났다.
그러면서 조심스레 거울을 보았다.
그런데 그 짧은 머리가 하나도 나를 거세게 보이지 않고
부드럽게 보이도록 하는 커트머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계산을 하려고 물어보니 $45 이라고 했다.
분명히 그 흑인여자가 $25라고 했는데,
워낙 머리가 멋진것 같아서 $45에 팁까지 $50을
기분좋게 주고는 단골이 되었다.
지금은 너무 비싸서 그 케빈 살롱은 가끔 간다.
입구에 오픈한지 며칠 안되어서 그랜드오픈닝을 표시하는 풍선도 놓여 있었다.
요즘 내가 가는 곳은 집에서 가까운 한국 아주머니였는데
이렇게 이유도 모르지만 미장원 문을 닫아서
할수 없이 오늘은 케빈살롱을 찾아 갔다.
원 세상에 뭐 이런 날이 있을까?
집에서 30분이상 떨어진 케빈살롱을 찾아 갔는데,
헤어살롱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어떤 여자가 명함을 주면서 찾아 가보라고 했다.
남편에게 미안해서 그냥 집으로 가자고 했는데
남편이 네비게이션으로 그 장소를 찾아 갔다.
깨끗한 동네에 넓은 주차장에 '그랜드 오픈' 싸인이
크게 붙은 케빈살롱이 보였다.살롱안으로 들어가보니
아주 휀시하게 실내장식을 한 눈부신살롱이었다.
멋진 샨데리아도 로비에 있었다.
이러면 무척 비싸겠구나 싶어서 케빈에게
살짝 " 머리자르는데 얼마냐 ?"고 조용히 물어 보았다.
너무 비싸면 그냥 나오려고 물어 보았는데,
$25이라고 대답했다. 잘못 들은줄 알았다.
남편도 눈이 동그라지면서 놀라는것 같았다.
일하는 사람도 여럿 있어서 겉옷을 받아 걸어주고,
케빈이 거기 일하는 젊은 여자에게 내머리를 감겨 주라고 말했다.
동양여자 머리를 감길 줄을 몰라서 조금 아팠지만 참았다.
나도 모르게 " 아야 !"소리가 내입에서 나오자
머리를 감겨주던 젊은 여자가 미안하다면서 쩔쩔매었다.
일단 머리를 감고 의자에 앉아서 케빈을 기다렸다.
케빈이 다른 여자머리를 손질하고 있었는데
손끝에 무슨 재주가 있는지 점점 여자머리가 기가 막히게 변해갔다.
고대기로 짧은 머리를 중간은 동그랗게 컬을 넣고
머리위는 반만 컬을 집어 넣으면서 머리컬을 세우는데
평범한 여자가 무슨 배우 머리처럼 변해갔다.
내게로 케빈이 왔다.
" 그전에 말했던 헤어가 누구의 머리였지요 ? '데미 모어' 였어요? "
그러기에 내가 스케이트선수 ' 도로시 헤밀톤 ' 이라고 가르쳐 주자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찾아 보았는지,
머리를 자르기 시작해서 전에 보다 조금 길게 잘라 달라고 말을 했다.
맨처음 머리는 아주 짧게 했지만 얼마 전에도 '도로시 헤밀톤' 머리를
해달라고 했더니 그때도 스마트폰으로 들여다 보고 했었다.
1970년대에 유명했던 올림픽 금매달 선수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케빈이 그 당시에는 너무 어렸기때문에
옛날 스케이트선수를 모르는것 같았다.
머리는 조금 긴 머리로 개성있고 멋지게 잘라 주었다.
가격표가 적힌 팜플렛을 주어서 받았는데,
내머리는 남자머리 이발값으로 받은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를 맨처음 소개해준 그 여자도
오늘 나처럼 이렇게 이발값으로 머리를 커트 해준것 같았다.
내가 새로 오픈한 살롱으로 찾아 간것 때문에
케빈이 나를 좋게 여기어서 앞으로도
그 이발값으로 머리를 잘라 주려고 하는것 같다.
아니면 내가 운동복 차림으로 화장도 안하고 찾아가서
가난한 은퇴한 할머니 주머니사정을 알고 싸게 해준 것일까?
이렇게 $25이면 앞으로도 또 오고 싶다.
남편이 예전 살롱보다 집에서 새살롱이 더 가깝다고 한다.
$25에 팁까지 합해서 $30을 주고 나오는데,
케빈이 처음으로 또 오라는 말까지 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H-마트를 지나게 되어서
집에 필요한 식재료 몇가지를 샀고 ,
마침 배추가 한박스에 $10로 세일을 해서 샀다.
차고에 넣어두고 날씨가 차거우니 오래두고 천천히 담아도 된다.
집에 오니 오후 3시가 넘었던것 같았다.
미장원에 다녀오느라 오늘 너무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