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0일.2016년.일요일.
천장 창문으로 빨간 참나무가 흔들리고 있다.흐린하늘이다.
바람소리도 요란하게 윙윙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가을날 아침 나절을 수요일 쯤 우리집으로 올 손주들 위해
근 몇달 간이나 방치했던 안방 구석구석 놓여져 있던
작은 가구들을 정리하는데 시간을 다 보냈다.
둘째딸 방에 마루깔면서 우리방에 포개져 쌓어 있던
책을 넣었던 상자와 가구들을 원 위치로 보내고
떼어낸 액자와 거울등이 아주 볼품없이 구석에 꽉차 있는데도
그게 몇달간이나 같이 있다보니 친숙해져서 치우려고 하면
몇시간이면 되는일을 그냥 그렇게 쌓아두고 살았다.
심지어 그 상자들 위에 벗은 옷도 올려놓고 ,또 올려놓고....
누가 안방 구경하자고 할일이 없으니 정말 그렇게 하고 살았다.
남편이 둘째방 마루를 완성한 것이 언제인지...
완성한날 바로 제 물건 도로 가져다 놓으면 되는것을
계절이 바뀌고 나서야 손주들 온다고 하니까 치우게 되었다.
사실 책이 들어 있는 상자가 내가 들기에는 한없이 무겁다.
남편도 해준다는 말만하고 무심하기는 내가 게으른 것하고
비슷하니 그래서 부부는 살면서 닮아 간다고 하나 보다.
남편이 내게 잘하는 말로는 "게을러 터졌다."는 말이 있다.
젊을 때는 나도 힘이 좋아서 무거운것도 잘 옮겼는데,이젠 허리가 아프다.
둘째방에 책 상자는 옮겼는데 ,둘째방 책꽂이에는 아직 정리를 못했다.
나는 집정리를 잘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블로그에 올린 사진에 아주 깔끔한 실내를 보여 주는 사람들이 부럽다.
부엌만해도 음식사진 찍으려다가 옆에 둔 지저분한것 감추느라고 ,
촛점도 못맞춘 사진찍으면서도 그런 지저분한것 안나오도록 각도를 잘맞춰야 한다.
정말 예전엔 안그랬는데...적당히 치우고 산다.
노인이 되면 깨끗해야 한다고 내가 젊었을때 했던말 같은데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겠다.벌써 올해도 거의 다 지나갔다.
이집에서 마지막 크리스마스튜리를 장식하려고 했더니
남편이 내게 물어 보지도 않고 작년까지 세웠던 츄리를 몽땅버렸다고 한다.
그것도 꽤 돈을 주고 샀던 것인데, 6피트짜리를 그렇게 버리다니...
올해는 크리스마스튜리도 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것같다.
어두운 아래층 훼밀리룸에 크리스마스츄리 불빛이 보이면
참 따뜻한 집처럼 보였는데,치우는 것은 남편이 자기몫이라고
치우기 귀찮은 물건을 일찍 그냥 버렸다고 한다.이럴땐 참 부지런도 하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장식을 무엇으로라도 좀 해야 할것같다.
차고구석에 어디라도 찾아보려고 남편에게 물어보니 다 버렸다고 한다.
작은 장식이라도 사러 내일쯤 나가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