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3일.2016년.화요일.
파란 하늘의 저녁 5시다. 이 시간이면 저녁을 지을 시간인데
그냥 엎드려 있다. 요즘엔 운동도 늦게 나간다.
얼마 전까지는 내가 '아침에 일찍 갔다 오자.'고
막 신경질을 내면서 다그쳤었다.
막내가 학교로 떠나고는 바로 집에서
오전 8시부터 운동가던 일이
이젠 12시가 다 되어 운동하러 가서,
나먼저 운동끝나고 남편을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헬스클럽에서 나오면 거의 2시가 가까와 진다.
늦어도 10시반에는 나와서 운동을 해야지
제 때에 점심을 먹고 쉬다가 막내가 학교에서 오면
좀 여유를 가지고 저녁도 지을수 있다.
점차로 시간이 늦춰 지더니
이제는 낮 12시가 된다.
남편에게 조금 얼마 전처럼 '일찍 운동가자.'고
화내듯이 말하던 잔소리도 안하고 지낸다.
남편도 아침이면 하는 집안 일이 있어서 시간을 그렇게 보내는데,
뭐라고 내가 잔소리하는 게 조심스러워서이다.
잔디떼를 사다 입힌다고 하더니
남편이 직접 종이상자에 거름 흙을 넣고
잔디씨를 뿌려서 모판을 만들고
그 모판을 잔디 죽은 데에다 옮겨 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고나서 남편이 컴을 또 한참 들여다 보다가
12시에 헬스클럽에 가면 , 2시가 다 되어서
운동이 끝나고 나니 허기가 져서 ,
다른데 쇼핑 갈일도 못가고 집으로 오게 된다.
그래서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하니까
남편이 " 어디를 가자고 했었지 ?" 물으면서 가자고 한다.
한국친구 선물도 사야 하고,
손주들 불이 들어 오는 신도 사야 하고 ...
남편이 쇼핑가자고 해서 동네 마샬에 가서
한국에 사는 친구 생일선물로 긴코트 쉐타를 샀다.
마침 불들어 오는 운동화도 있어서, 손녀, 손자것을 샀다.
점심도 안먹고 45분동안 수영을 하여 기운은 없었지만
선물받고 좋아할 한국의 친구, 손녀, 손자 생각을 하니 견딜만 했다.
나 혼자 나가서 쇼핑도 잘 다녔었는데
요즘은 아예 남편이랑 같이 나온 길에
볼일도 다 보고 더 이상은 나가지도 않는다.
낮12시에 운동을 가면
점심 먹을 시간이 가까우니까
기운도 없고 겨우 운동만하고 집에 오게 된다.
그리고 허겁 지겁 점심을 먹고는 쉴틈도 없이
조금 있으면 막내가 오고....
오늘처럼 저녁 끼니때가 되어도
좀 억울한것 같아서 뭉개게 된다.
그래도 후다닥 일어나서 20분동안에
호박두부국, 스팀한 새끼오징어, 소불고기와
배추김치, 양배추김치, 오이깍뚜기와 풋고추와
막내에게 줄 양념간장과
남편에겐 새끼오징어 찍어 먹을 초고추장 양념을 만들어서
저녁상을 차려 놓을수 있었다.
그것은 미리 준비가 다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듀스졍션에서 사온 그레이 스콰이시는 한국 애호박처럼 생겼는데
가끔씩 사려고 하면 없을 때가 많아서
한번사면 3개씩 들어 있는 것을 두.세 보따리씩 사온다.
그러나 오래 두면 상하기 때문에 6개고 9개고 사오는대로
채칼 말고 그냥 칼로 채썰어서 소금 조금 뿌리고 살짝 익혀서
한번 먹을 만큼씩 플라스틱백에 담아 냉동고에 얼렸다가
물 팔팔 끓을때에 간장, 소금으로 간하고 호박 얼린채로 넣고
두부 두모 썰어 넣고, 다 끓으면 계란풀어 놓고, 파만 앉으면 국이된다.
피아노위에 놓은 어렸을때 둘째사진과 패랭이꽃.
그리고 한쪽에서는 물을 끓였다가
다 손질되어 있는 새끼오징어를 꺼내어서 스팀만 하면 된다.
양념 불고기는 후라이팬에서 익히면 된다.
그래서 가족에게 저녁을 짧은 시간내에 차려 주게 되었다.
저녁을 다 치운 후에는 주부로서 오늘 할일은 다 끝내었다는
편안함을 느끼고 컴을 보고 있는데
텍사스 둘째의 전화가왔다.
훼이스북에 체온이 100.4도라는 것을 올린 것을 본지 얼마 안되어서이다.
'' 엄마 아파요. 추워요." 울면서 내게 걸려온 전화로
나는 마음이 긴장되고 내 마음도 아팠다.
멀어서 내가 해줄수 있는 게 없다.
아플땐 엄마의 목소리라도 들으면 덜 아픈가 보다.
" 뜨거운 티를 마셔라 !" 고 말해 줄수 있을 뿐이다.
또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간절한 기도이다.
둘째가 훼이스북에 올린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