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초 화분을 들고 서있는 셜리.
9월15일.2018년.토요일.
내가 이제껏 살던 공간에서 허리케인은 항상 비껴 갔었다.
때문에 Florence라는 이름을 가진 허리케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제 아침엔 이슬비가 조금 내리더니 햇빛이 환한 낮이었다가
모나집에 잡채를 만들어 가져다 주던 저녁 5시30분경에는
또 잔잔한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런 정도의 날인데도 불구하고 요란하게 허리케인을 보도했던
뉴스 때문이었던지 어제 미장원도 전화도 안받았다.
5월1일 이집으로 이사온뒤 폐렴으로 한달을 앓고 난뒤
부시시한 머리를 변화시키려고, 항상 머리모양이 멋져 보이던
여동생이 다니던 아난데일에 있는 미장원을 물어서 찾아 갔었다.
파마를 했는데, 어느새 그 파마머리가 자라서 자르고도 싶고,
또 괜찮다면 파마를 다시 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었다.
허리케인때문에 문을 닫았는지 전화도 안받아서 ,
오늘 토요일인데 가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리빙룸 창가에 누군가에게 주려고 심어 놓은 사랑초 화분들.
지난 토요일(8일) 모나집에서 블락파티가 있던날 만났던 셜리에게
집에 아무도 없어서 얼마전 만들었던 한국음식을 줄수 없었다고 말하자
셜리가 먹어보고 싶다고 말을 해서 다시 만들어 주겠다고 말한터라
어제 잡채를 다시 만들었다. 내가 만들면서 먹어보니 맛이 있었다.
셜리집 앞에 차가 보이기에 벨을 눌렀더니 그남편이 문을 열어 주었다.
셜리는 직장갔다가 조금 있으면 온다고 하면서
자기 네는 오늘저녁 밖에서 식사를 하니까 잡채를 먹을 수가 없다고...
화분에 심었던 빨간고추 한개를 잘게 썰어서 콩나물국에 넣었다.
뉴져지에서 이곳으로 이사왔을때 맨처음으로 우리집에 찾아와
앞정원에서 일하던 남편과 인사를 했던 부부라고,
나는 잘알지도 못했던 그들 집에 남편이 한국음식을 줘야 한다고 해서
어제까지 두번이나 잡채를 만들었다. 인사 한번 한것을 가지고
그집도 음식을 줘야 한다고 해서 주려고 두번이나
만든 음식들이 그 집에서는 못먹을 사정이 있게 되었다.
어제 그집에 주려고 만든 잡채는 비교적 맛있게 만들어 졌다.
시금치 4단을 삶아서 나물로도 뭍혀먹고,잡채에도 넣었다.
잡채 두줄을 끓는 물에 10분 삶았는데 야채넣고 볶으면 양이 상당히 많다.
모나는 내게 클럽하우스에 갈때 라이드도 주고,
친절하니 고마운 마음에 잡채를 또 만들어서 주었다.
마침 모나네집에 왔던 다른 길에 사는 조앤이 그 잡채를 보고
너무 부러운 찬사를 하기에 좀 집에 더 있으니 가져다 주겠다고 하고
한접시 더 조앤에게 가져다 주었다. 조앤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져서
자기도 내게 음식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셜리네집에 주려던 잡채.
내 어제 계획으로는 갈비도 굽고,아보카도(행복한 요리사님 레시피)도 튀기려고 했는데,
허리케인대신에 이슬비 내리는 날이라 그런지 몸이 굼떠서 한가지만 했다.
끓는 기름에 물집이 잡히고 화상으로 아팠던 손목은 그 물집이 터지더니
피부 겉살이 당기고 아프다가 , 그 살이 굳어지면서 껍질이 벗겨 지고는
하루가 다르게 빨리 낫고 있는 중이다. 남들 보기에 좀 흉해서 그렇지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붙히고 약만 바르고 지낸다.
외출 할때는 손바닥만한 반창고 하나를 붙히고 나간다.
토요일 아침 8시가 되도록 이 동네는 고요하다.
뉴져지 집에서는 집앞으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띄었는데
너무 조용한 동네라 창밖을 내다 보는 내게 가을국화를 심은 앞마당만 보였다.
어제는 병원에 입원했던 어릴적 친구와 카톡전화를 했다.
폐렴으로 3주나 병원에 입원을 했었는데 이젠 퇴원을 했다고 한다.
친구 친정아버님께서 병원에 폐렴으로 입원하셔서 같이 갔다가
내 친구도 폐렴기가 있어서 입원했었다고 한다.
2주만에 아버님께서는 퇴원을 하셨는데
친구가 몸이 많이 약해져서인지 3주만에 퇴원을 하고
지금은 열심히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있다고 한다.
입원한 병원옆에 60년 전통가마솥으로 사흘씩 고아서 파는
유명한 소고기국밥집에서 국밥을 사다가 먹었는데,
그 국물로 입맛을 찾았다고 한다. 폐렴은 입맛을 잃게 하는데,
입맛에 맞는 소고기국밥이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도 여전히 흐린 토요일 아침이다.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미장원여자가 한국에 나갔다고 한다.
한달계획으로 갔으니 10월10일쯤 돌아 온다고 한다.
집에서 내가 대강 파마머리 끝을 조금만 잘라야겠다.
콩나물국을 뎁히고, 고등어를 구어서 또 어제 셜리집에 주려던
잡채를 마이크로 오븐에 뎁혀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누가 벨을 눌렀다.
셜리였다. 남편에게서 내가 자기집에 갔었던 얘기를 듣고 아침에 온 것이었다.
자기 남편이 음식을 받아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좋았을텐데
융통성없이 내가 한 음식을 안받았다고 말했다.
"들어가도 좋으냐고?"해서 물론이라고 했더니 들어왔다.
아침을 먹고 있던 남편과 막내에게 인사를 하고 페치오로 나갔다.
마침 페치오에서 자라던 사랑초화분을 보고 예쁘다고 하기에
누군가에게 주려고 심어 놓았던 사랑초 화분하나를 주었다.
셜리가 가져온 토미토와 노란 스콰시.
셜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얘기를 했다.
저집에는 누가 살고, 그옆에는 누가 살고, 또 저 건너편 집은 누가 살고....
65살이 곧 된다고 하면서,카운티오피스 직장을 곧 그만 두려고 한다고 했다.
일주일에 두번 나간다고... 자기 전남편이 크리스마스 아침에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어서 재혼을 한거라고 말했다.
셜리네집도 모나네집처럼 큰집이고 지난번 셜리네집 벨을 누르면서
집안을 창문으로 보았는데, 잘해 놓고 사는 집이었다.
재혼한 남편이 부자인가 보다고 했더니 아니라고,
자기도 재산을 가지고 결혼을 했다고...
내게 말할 틈도 주지않고 셜리는 많은 얘기를 했다.
수많은 남의 얘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다 기억을 못하지만, 어떤 집인지
여자가 남자보다 25살이 많은 집이 있다고 했던 기억은 난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 남자는 어머니뻘 되는 여자와 사는 셈이다.
그런데 셜리도 지금 남편(대략 80세정도)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것 같다.
둘이 사이가 좋아 보인다고, 지난번 모나네집에서 보고, 그렇게 말했더니
금방 첫번째 남편얘기를 눈물이 날것 같은 얼굴로 말했던 기억이 난디.
그동안 모나는 여러번 만났지만 남의 얘기하는 것을 못들었다.
물론 모나는 80살이어서 오랜 인생경험에서 포근하게
이웃을 감싸는 이해심이 있어서 그런 것이고,
셜리가 하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조금 조심스러워진다.
아마도 내가 자기와 비슷한 또래라 좋은 마음으로
알고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이웃사람들 정보를
내게 말해 준것이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밑반찬으로 만든 꽈리고추멸치볶음.
셜리집 전화번호와 셜리 셀폰 번호를 적어 주고,
사랑초화분을 들고 셜리가 자기집으로 돌아간 후 한10분 있으니
다시 누군가 벨을 눌러서 보니 또 셜리였다.
비닐쇼핑백에 노란스콰시와 토마토를 가지고 왔다.
셜리 아들이 텃밭에서 키워서 자기 집에 올때마다 가지고 온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양이 너무 많은데 내게 줘도 좋으냐고 물었다.
지난번에 모나에게도 주었었다고...그러고보니 모나네 부엌에 있던
노란스콰시와 플럼토마토가 생각이 났다.
지난번에 모나네집에 갔었을때 만났던 셜리가 그때도 같이 오가면서
잘 지내자고 했는데 또 잘 지내자고 말하고 갔다.
마침 며칠전 막내가 동네 머리자르는 곳에서 커트를 했는데
그 긴머리를 너무 짧게 잘라서 좀 우스꽝스런 얼굴이라
셜리가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신경이 쓰인다.
저렇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면 재미는 있지만,내가족 얘기도
셜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를 할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조용한 토요일아침에 창문으로 보이는 국화꽃.
어떤 미국인들은 오래 알고 지내도 그렇게 속있는 말을 안하는데
셜리를 내가 앞으로 어떻게 대하고 지낼지 생각해 봐야겠다.
여기서 오래 살려고 이사를 왔으니 셜리하고도 잘 지내야 한다.
남편하고 잠깐 동네에 있는 월맡으로 쇼핑을 갔다가 왔는데,
또 그사이 셜리는 모나네 집에 들락거리는 것이 보였다.
이웃에게 마음이 따뜻한 셜리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