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5일.2018년.목요일.
요즘 날씨가 하루에도 기온변화가 참 심하다.
어제만 해도 아침에 섭씨1-3도 정도로 쌀쌀해서
잠깐 문밖에 나가기라도 할때면 티셔츠위에 쉐타를 입고
또 그위에 얇은 잠바까지 입었었는데, 낮 11시 반경에 운동가려는데
너무 따뜻하고 더운 섭씨22도여서 입었던 옷을 하나씩 벗게 만들었다.
운동을 하고 나오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란얼레지꽃을 찾아 옆동네 체리힐공원에 가보려고 했는데
비가 내리는데 어딜 가느냐고 남편이 싫어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거의 두시가 되어 갈때 쯤엔 바람소리가 아주 시끄러워졌다.
작은 나무가지들이 비바람에 부러져 땅에 떨어지고,
한참동안 요란한 바람소리가 영화속 효과음처럼 들렸다.
그렇게 폭풍치는 날에는 컴을 볼수도 없으니,
시끄러운 소리에 길들여진 내귀에 아무것도 안들리다가
낮잠이라도 자면 그시간이 내가 모르게 지나간다.
내가 눈을 떴을때는 그렇게 몇시간 지나가서,
언제 그랬는가 싶게 환한 하늘에 해가 보였다.
늦은 아침을 먹었던지 배가 안고파서 점심을 거르고 이른 저녁준비를 했다.
목요일에는 바쁜 날이다. 홈인스펙트에서 지적한
몇가지를 고쳐줘야 하는데, 히터와 에어콘을
튠업하는 사람이 아침10시에 오고
남편 치과에 오후2시에 가야 한다.
거의 30페이지가 넘는 곳을 홈인스펙터가 지적을 했는데,
집 살 사람이 꼭 고쳐 달라는 곳이 10군데나 된다.
제일 돈이 많이 나가는 곳은 5개의 유리창문이다.
지난번 불렀던, 월남전에 참전했다던 유리창문틀 고치는사람(70대)을 불렀다.
남편이 유리창문틀을 고치려고 그사람을 부를 때마다 값이 달라 졌다고 했다.
창문틀만 만들어 고쳐 주는데 950달라에서 850달라, 750달라,
650달라 였다면서 남편이 넘겨 집으면서 어쩌나 보려고
지난 번에 450달라로 고쳤지만 벌써 여러번 고쳤으니
이번에는 깎아 달라고 했더니 400달라로 해주기로 했다.
미국도 한국엿장수 마음대로 라는 말이 이럴때 들어 맞는것 같다.
400달라 이하로는 안된다고 해서 그 가격에 5개의 유리창틀을
새로 만들어 주는데 2000달라로 하기로 했다고 남편이 좋아했다.
나도 돈이 절약이 되어서 좋기는 좋았지만 이렇게
그 사람에게 넘겨 짚으며 말해서 돈을 깍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유리창 고치는 남자 인상이 음흉스럽게 생겼다고 말했더니
남편도 좀 그렇게 생긴것 같다고 했다. 17일에 고칠 재료를 가지고
다시 오기로 하고 착수금으로 천달라를 받아서 갔다.
일정한 금액을 프린트 한것을 보여 주는것이 아니고 부를 때마다
자기 기분대로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유리창틀
고치는 값이 그렇게 비싼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리창틀 고치는 기술만 있으면 나이 들어서도
여가로 이렇게 돈을 번다면 참 괜찮은것 같다.
오후의 환한 햇빛을 보면서 저녁준비를 일찍 해서 남편을 부르고
막내저녁도 준비해서 책상에 가져다 주었다.
아까 못들른 체리힐공원에 다시 가보려고 이른 저녁을 준비했다.
남편에게 저녁먹고 체리힐공원에 가자고 말을 미리 안하고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먹은 후에 기분이 좋을것 같은 남편에게
아까 못들렀던 체리힐공원에 가자고했다.
미쳤냐고 이 저녁에 집에서 쉬어야지 꽃을 보러 공원에 가느냐고 하기에
금요일 친정갈때 큰딸이 그토록 잘먹던 달래무침하게 달래도 캐고,
또 엄마가 좋아 하시던 쑥도 캐러가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그러면 혼자 다녀 오라고 하기에 나는 혼자가기는 싫다고...
내가 괴한에게 납치당하면 어쩌려고 하느냐고 하니까
제발 내 부인좀 데려 가라고 윗돈까지 얹어서 주겠다고...
어쨋튼 갖은 생색을 다내던 남편이 운전을 하고 다시 체리힐공원에 갔다.
그런데 내가 보려고 같던 진짜 이유는 노란얼레지꽃이었는데,
날씨가 추워서인지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남편은 차속에 남아서 아이펫을 들여다 보고
나는 열심히 가져간 큰가방속에 달래와 쑥을 뜯어서 담았다.
요며칠 동안 비가 내려서인지 쌓인 낙엽속에서
쑥이 거의 한뼘이나 튼튼하고 연하게 자랐다.
조금 더 있으면 25cm정도로 길게 자란다.
나무숲 사이에 쌓인 낙엽속에서 자라는 쑥이 얼마나 연한지
해마다 봄이면 이 공원에 쑥을 뜯으러 찾아 왔던 일들이
버지니아에 이사가면 그리울것 같다.
물론 버지니아에 이사를 가더라도 어딘가 숲을 또 찾아서
봄이면 쑥을 뜯으러 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금요일 버지니아에 갔다가 돌아 와서
다시한번 체리힐 공원에 노란 얼레지꽃을 보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