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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옛 친구

푸른하늘 파란하늘 2012. 6. 20. 04:02

                                                                                                                                     필라 공항의 파킹장 건물


몇년전 아틀란타에 갔었다.

학교 때부터 알고 쭉 ~서로 소식을 전하던 ' 김 순옥 '이를 만났다 .


순옥이에게 거의 잊고 살았던 학창시절의 옛기억들을 들려 주었더니

우아하고, 참하고, 잔잔하던 눈가에 갑자기 생기가 돌면서

행복 해 하는것을 볼수 있었다 .


" 그런데 미야야 !. 너랑은 키도 차이가 많이 나는데 ....

  어떻게 너와 내가 친구가 될수 있었니 ? "


" 너 정말 기억 안나니 ? "

" 아니 .... 전혀 .. "


" 학기초에 선생님께서 키대로 서 있으라고 하셨는데, 뒷꿈치를 들고 내옆에 섰었잖아 ?

 그것도 얌전하고 조용했던 네가 ...  속으로 내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 "

" 아니 ! 내가 그랬었니 ? "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순옥이가 나를 친구로 하고싶어  뒷꿈치를 들고 내옆에 서 있게

되었던 날 이후로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와 순옥이는 오랜 친구가 되었다 .


                                                                                                                                      하이웨이에서 한 컷


아틀란타로 순옥이를 만나러 가기전 , 남편이 나를 신는 구두로 알았는지

때빼고 광내라면서(?) 건네준 품위 유지비를 써보려고

여기저기 쇼핑을 돌아다녀 보았는데, 결국 나는 입던옷 그대로 갔다 .

어릴적 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왜 내가 새옷을 입고, 새구두를 신고

새 핸드백을 들어야 하는지 ... 그게 너무 어색하고 싫었다 .


입던옷 그대로 공항에 가는 나를 데려다 주던 남편이

" 아니 . 당신 옷차림이 왜 그래 ? "

" 어째서  내가 새옷을 입고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하지 ?

  그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 있는그대로 만나고 싶었다 .


사실  남편이 준 거금을 안썼던 것은 아니었고,

마음에 드는 구두. 핸드백. 옷을 사서는 집에 두고 갔었다 .




그런데 순옥이는 나보다도 더 검소했다.

신앙 생활 속에 감사하며, 이세상에

먹고,입고사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졌다고 한다 .


" 얘 . 너 주일날에도 옷을 그렇게 입고 교회에 가니 ? "


" 미야야 . 하나님께선 멋있는옷 입고 오는것을 보시는 분이 아냐.

 내가 말하는것이 혹시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다 .

 전에는 나도 아주 아주 멋있는 옷을 입고 갔었어 .

 그런데 은혜받고 생각해 보니- 다 쓸데없는 일 같아서

그런데로는 신경이 안써지더라 ."


순옥이 얼굴은 사랑을 잔뜩 받고있는 어린아이와 같았어.



순옥이네 교회는 큰 대지 위에 새로 잘 지어진 '아틀란타 감리교회'였다 .


매일 새벽기도에 다닌다는 순옥이를 따라 갔더니

두개 붙여놓은 긴 방석을 바닥에 놓고 그위에 엎드려

간곡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감격하게 되더라 .


무슨 사연이 그렇게도 많은 것인지 긴~기도를 하더라 .


" 미야야. 내게 있었던 얘기 하나 해 줄께 "


순옥이는 문방구 물건 - 연필,펜등을 사서 모으는 취미가 있다고 하더라 .

그중에서 가장 아끼는 '몽블랑-펜'에 대한 얘기 라고 해 .


자기 남편은 사람들을 좋아해서 길게는 6개월씩 자기집에서

살다 간 친구도 있었고, 수없이 많은 유학생 부부들이

살 거처를 구하기까지 정거장처럼 살다가 갔다고 해 .


그런데 어느날 손님방을 치우다가 평소 아끼던 까만색 '몽블랑펜'을

펜박스와 같이 보게 되었다고 해 .

그래서 자기것인 줄 알고 가져다 썼었는데, 어느날 감쪽같이 없어졌다고 해 .


그때는  남편친구분이 imf 로 6개월 간이나 지내다가 케나다로 가신후 였데.


때마침 어느분의 책에서 몽블랑펜을 잃어버려서 간절히 기도 했더니

찾았다는 글을 읽게되었는데

" 하나님 사람을 차별하십니까?.

  어떤분은 기도하고 찾았다는데, 왜 제것은 안 찾아 주십니까 ? " 라고

기도하고 있던중  '그펜 네것 아니잖아' 라고 말하고 있는

자기 목소리를 듣고 스스로 깜짝 놀랐었데.

그래서 급히 늘상 넣어 두었던 곳을 뒤져보니 그곳에 자기것은 그대로 있었다고 해 .


" 손님방에 있던 펜이 당연히 내것 인줄 알고

  가져 왔는데 사실 내것이 아니었어 ."

" .... "


옛친구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와 보였다 .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살수 있다면

이것이 정말 아름다운 인생이 아닐까 ?





여학교때 외우던 시가 생각난다 .


이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것이 나의 싸움이다


그리움에 몸을 깨끗이 하고

하루하루를

외곬으로 걸어 나가는것이 --


그리고 강하고 힘있게 몇천의 뿌리를 뻗어

인생에 깊이 파고 들어가는 것이 --


그리하여 괴로움을 통해 성숙해지고

아득히 인생에서 번져 나가는것이

아득히 시간에서 빠져 나가는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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