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1일 .2017년.토요일.
새벽에 화장실에 갔다가 타일 바닥에 환하게
달빛이 들어와 있어서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니
정말 보름달이었다.
아마도 하늘도 맑은 새벽이였던것 같다.
잠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다시 오지 않아서 컴을 켰다.
어제 운동갔다가 보름날인데 마른 나물이라도 사려고 보니
너무 비싸서 그저 집에 있는 것으로 해볼까 생각했다.
여러가지 곡식을 섞은 쌀을 사서 어제밤 물에 담궈 두었다.
그전엔 그냥 지나가곤 했는데, 콩나물,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무우나물등으로 비비밥이라도 해야겠다.
도라지, 고사리는 오레곤에 사시는 사돈께서 보내주셔서 많이 있다.
저녁이 되어서 부지런히 서리태콩 잡곡밥을 압력밥솥에 앉히고,
시금치나물, 콩나물, 고사리나물, 무우나물을 속성으로 하기 시작했다.
도라지나물은 손이 많이 가서 생략하기로 했다.
표고버섯, 소고기국에 두부를 넣고 끓이면서,
남편이 좋아하는 언 생굴을 녹이면서 초간장을 만들고,
비빔밥에 넣을 고추장 양념을 만들었다.
언 새끼 오징어를 녹였다가 껍질을 벗겨내고,
등판에 있던 플라스틱 줄같은 것과 내장을 떼어 내어서
끓는 물속에 4마리 분량만 넣어서 익히고.
나머지 손질한 오징어는 한번 먹을 양만큼씩
샌드위치백에 담아서 냉동고에 집어 넣었다.
남편도,막내도 저녁을 안먹겠다고 했다.
아마도 아침에 하쉬부라운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준일이
미쳐 소화가 다 안되었는지,점심도 늦게 먹었는데,
저녁도 안먹겠다고 했다. 안먹는다고 하면서
남편은 내가 끓인 점심에 꽃게짬봉을 다먹고,
저녁도 안먹겠다고 하면서도, 생굴에 비빔밥을 다 먹었다.
막내는 점심으로 줬던 마쉬포테이토에 채소와 치즈를 얹어서
준것을 컴퓨터하면서 조금씩 먹더니 저녁때까지 먹느라
저녁을 못먹겠다고 해서 막내는 생략했다.
아마도 너무 큰 아이다호 감자였던것 같았다.
미국에서 베이킹으로 구어먹는 아이다호감자는
그 크기가 엄청 큰것도 많아서 잘 골라야 하는데
내가 빨리한다고 아무거나 큰것을 집어서 구어 준것 같다.
껍질을 벗겨내고 나무주걱으로 으깨어서 버터와 소금을 넣고
브로콜리와 익힌 당근을 섞고, 그 위에 모짜렐라를 얹어서
마이크로오븐에 넣어서 녹였다가 주면 막내가 아주 좋아한다.
막내가 점심을 오래 먹는 이유는
컴을 하면서 먹는 것을 잊어 버리기 때문이다.
가족이 식탁에 앉아서 같이 점심을 먹으면 이런 일이 안생기는데,
막내는 컴하면서 점심을 먹을때가 많다.
그래서 저녁은 다 차려놓고 오라고 했지만 막내가 안먹겠다고 했다.
나도 점심을 안먹었다.하쉬브라운은 어쩌다가 한번씩 해야지
자주 만들어 먹으면 질리기도 하고 소화도 잘 안된다.
나는 저녁을 1/4 공기밥으로 나물을 많이 넣고 비벼서
새끼오징어를 초고추장에 찍어서 맛있게 먹었다.
새끼오징어는 여러 곳을 값을 비교해 봤는데,
한인 수퍼인 H-마트가 제일싸다.
얼린 3파운드 새끼오징어가 $11.99이다.
새끼오징어는 그냥 껍질을 벗겨내고 끓는물에
살짝 익혀 먹는 것이 제일 맛있다.
오징어젓깔은 밥을 많이 먹어야 해서 다시 안만들려고 한다.
정말 맛은 있었지만 오징어젓깔은 다 없어 질때까지
밥을 많이 먹게 되었었다.
어찌된 일인지 남편이 안먹어서,나는 먹을때 그렇게 맛있었는데
혼자만 오징어젓을 먹으니 혼자 살이 찌는 느낌이 들었었다.
젊었을땐 먹어도 좋겠지만 신진대사가 늦는 나이 들어서는
젓깔류는 조금씩만 먹어야 될것같다.
남편이 다른 젓깔은 안먹는데 명란젓은 잘 먹는다.
그래도 한국명절 대보름을 기억하고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아~.이럴수가!!! 새벽에 문득 화장실 창가에서
환하던 달을 보고 부엌에 커피마시러 내려 갔다가
참나무에 걸린 달을 찍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정작 대보름날 밤은 하늘이 흐려서 달을 볼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