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9일. 2017년.목요일.
일기예보에 며칠 전부터 눈이 온다더니 눈이 얼마나 올까?
전 처럼 눈대신에 비가 오는 것은 아닐까?
어제 낮에 막내학교로부터 눈때문에
학교를 닫는다고 녹음 전화를 받았다.
전에도 그래서 학교를 안갔는데, 눈대신에 비가 왔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문밖에 나가보니
이번에는 정말로 흰눈이 내리고 있었다.
문앞에 나가서 눈오는 사진을 몇장 찍었다.
집안으로 들어 오려다가 뒷마당에 가 보았다.
이 눈이 언제 다 녹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뒷마당에 가서 몇장 더 찍었다.
이왕 눈이 오려거든 발목까지 푹 빠지도록 오면
눈위를 걸을때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날텐데,
눈밟히는 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게 눈이 왔다.
이층으로 와서 이젠 뜨개질 하던 쉐타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입힐 수가 없을것 같아서
부지런히 손녀쉐타 등판을 완성하고
오픈쉐타 단추구멍이 있는 쪽도 완성하고,
다른 반쪽을 부지런히 뜨개질하고 있었을때,
아래층에서 막내가 큰소리로 " Mom, I'm so hungry!"
그때야 정신이 들었다. " 알았어.아침 줄께."
내가 배가 고파야 가족들도 아침을 제 시간에 먹을수 있다.
부지런히 강판으로 감자한개를 갈았다.
그리고 거기에 Mash Potato powder를 섞어서
된 반죽을 한다음에 웤에 부었던 1/2컵 정도의 기름이
뜨거워졌을때 하쉬부라운을 버거킹에서 팔던 것처럼
작고 동글납작하게 그러나 조금 크게 27개를 만들었다.
한사람당 9개씩에다 거기에 계란후라이 한개씩에,
채소쥬스를 갈아서 주면 아침으로 충분하다.
아침이 좀 늦어서 9시에 먹었다.
시간은 잘간다. 그럭 저럭 아침을 먹고 시간이
오후1시가 넘었을때, 누가 벨을 누른다.
벌써 점심먹을 때가 되었으므로 ,
채소를 넣고 우동국수를 하려고,
차고에 있던 시금치와 표고버섯을 꺼내서
부엌으로 가는 중이었다.
문을 열고 보니 잘생긴 소년 둘이 서 있었다.
형제같았다. 아마도 동생은 초등학교 2학년이고
형은 4학년쯤 되어 보였다.
" 배고픈 동물들을 위해 도네이션을 해주셔요."라고 말했다.
" 내가 너무 배고파서 점심을 해 먹어야 겠다."고 말을 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채소들을 보여 주었다.
아무것도 안주었는데 문을 열어줘서 고맙다는 것인지
알았다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 갔다.
어느집 아이들인지 깔끔하고 품위있는 옷에
스마트하고 잘생긴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을 저렇게 보내놓고,부모는 차로 운전하면서 보고 있을 것이다.
부엌에 끓는 물속에, 언 우동을 넣고,
양념해둔 소고기 다진것과 표고버섯과
시금치와 채썬 당근과 잘게 썬 맄을 넣어서
가족들 점심을 만들어야 하기는 한데,
저 소년들에게 몇달라쯤 줄수도 있었는데,
소년들을 그냥 보낸 것이 자꾸 생각나고 마음에 걸렸다.
저렇게 어린 아이들에게 돈 한푼 안주고,
딱딱한 얼굴로 내쫒은 못난 어른인것만 같아서
내가 너무 무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누가 저 어린아이들에게
동물 먹을것 사줄 돈을 이웃에게서 도네이션 받아 오라고
집집마다 다니게 하는 것인지 마음에 안든다.
아니면 저 어린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저렇게 다니는 것일까?
점심은 아주 맛있게 되었다.
소고기와 표고버섯이 아주 조합이 잘된 우동국수였다.
오늘은 애호박이 없어서 호박대신에 어린 시금치를 넣었다.
점심을 다 먹고 눈을 보려고 밖을 가보았다.
앞마당에는 눈들이 녹는 중이지만,
뒷마당에는 아까 아침에 내가 밟았던 발자욱이 보였다.
내가 남긴 저 발자욱이 조금 더 있으면 흔적도 없이 안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