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3일.2017년.금요일.
어스름한 새벽에 부엌으로 내려갔다.
우선 냉커피로 잠을 쫒고,창문을 보는데,
소나무에 걸려 있는 달이 보였다.
집앞 쪽은 동쪽이고, 집뒤 부엌 쪽은 서쪽이다.
해와 달이 그간 몇십년 동안 이집에서 살면서
동쪽에서 떠올랐다가 서쪽으로 졌는데,
오늘 처음 본 사람처럼 신기하게 보였다.
남편이 드디어 감기에 걸려서 아침에 죽을 쑤기로 했다.
세탁실 냉장고에서 큰백으로 사왔던
그동안 몇번에 걸쳐서 콩나물 죽을 해먹고,
남은 콩나물을 가져왔다.
두컵 쌀로 물많이 붓고 끓이던 죽속으로
씻은 콩나물을 위에 넣고 섞어 주었다.
소금,후추,마늘가루 조금으로 간한 다음
뚜껑을 닫고 콩나물이 끓기를 기다렸다가
끓어 오르면 불을 낮추고 다시 뒤섞여준
다음 한 20분 더 끓는 것을 지켜 보다가
불을 끄고 참기름 몇방울을 떨어 뜨려 놓았다.
남편에게 주려고 했더니 안먹겠다고 해서
좀 있다가 11시쯤에나, 점심때 줄 생각이다.
그새 막내는 학교로 갔다.
키큰 흑인버스 운전기사를 올해 처음 보아서
" Happy New Year !"라고 인사를 했다.
날씨가 좋아서 인지 인사도 서로 환하게 웃는 얼굴로 하고
손을 흔들어 주는 사이에 버스는 크락숀을 울리고 떠나갔다.
아래층에서 이층으로 온지 얼마 안되었는데,
보통때 같으면 막내를 학교에 보내고 난뒤
아침 낮잠을 자던 남편이 왠일인지 1시간반 정도
지나지 않아서 운동을 가자고 말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9시반 정도에서 집을 나왔다.
오랫만에 일찍 와서 수영장에 들어갔다.
여름이면 라인에 사람이 많아서 기다렸는데,
오늘 아침은 왠일인지 두 라인이 비어 있었다.
얼마 전에 캐나다 사시는 분께서 댓글에
캐나다 수영장 물이 수영하시기에 차겁다고 하셔서
오늘은 그 생각이 나서 수영하다가
물속에 있던 수온계를 들여다 보았다.
화씨로 F 82.5도 였다.섭씨로는 28.5도이다.
전혀 차겁다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충분히 따뜻했다.
오늘도 20번 턴을 하고 1000m를 수영하고 나왔다.
감기가 다 나았는지 전혀 힘들지 않았다.
나부터라도 건강해야 아픈 가족을 돌볼수 있다.
수영장에서 나와서 월풀 앞을 지나 가는데,
릴리안(82세)이 월풀에서 나를 보고 소리내어 내 이름을 불렀다.
왜 그동안 나를 볼수 없었느냐고 물었다.
오늘만 일찍 온것이고 그동안 11시반쯤 왔었다고 말을 했다.
나를 반기는 릴리언을 보니까 계속 일찍 운동을 왔으면 좋겠다.
로비에 나와보니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코다리를 사러 가자고 말을 했더니 알았다고 말하고는
다른 곳으로 남편이 차를 운전했다.
찾아간 곳은 새로 이사간 컴퓨터 고치는 곳이었다.
지난번 크리스마스때 친정에 갔을때 여동생 컴퓨터가 고장이 났었다.
애플 것인데 좋은 컴퓨터였다.모니터에 컴퓨터가 들어 있는 것이다.
유튜브를 켜고 슬립으로 해두고 잠을 잤는데,
그 다음부터 화면이 안나온다고 했다.
동네에 싸게 잘 고치는 중국인이 있다고 말하고 가져왔다.
중국인여자는 남편이 컴퓨터회사에 다니는데,
남편에게서 배워서 컴퓨터 고치는 shop을 하고 있었다.
주말이면 자기가 손 못대는 것을 남편이 고쳐준다고 했다.
내가 오늘 가져간 것은 좋은 컴퓨터라서
자기 남편이 보고 잘 고칠수 있을 것이라고 놓고 가라고 했다.
컴퓨터 고치는 가게가 H-마트에서 바로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해서 코다리를 사러 갔다.
코다리 두개 들어 있는 것을 $5.99에 사오면서,
콩나물을 큰 봉투로 $4.49 사왔다.
밑반찬거리로 잔멸치, 어묵을 사왔다.
남편과 콩나물죽으로 점심을 먹었다.
남편은 감기 때문에 약을 먹고는 잠이 들었다.
나는 겨울철이 되면서 채소등을 냉장고처럼 차고에 넣어 둔다.
거기 한박스에서 주먹만한 생강을 꺼내어서 껍질을 벗기고 티를 끓였다.
생강도 큰종류가 있어서 손바닥 만한 것도 있다.
프로듀스-졍션에서 산것이다.
끓였던 생강차를 컵에 담고 꿀과 매실청을 넣어서
남편에게 가져다 주었다. 나도 한컵 마셨다.
몸이 따뜻해 지는 것같다.
겨울에 감기에 안걸리고 지나가는 해는 없었던것 같다.
막내가 작년에는 한번도 안 아프고 겨울을 지냈었다.
막내가 젊어서인지 감기가 일찍 나은것 같다.
매일 떠오르는 해와 달이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사람처럼 되는 오늘은,
많은 일들이 습관처럼 되어 버려서 모르는 일들을
새로 깨닫고 그들이 내게 다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