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1일.2016년.일요일.
남편은 복면가왕을 보면서 너무 재미 있는지
이따금씩 헛헛헛...하는 웃음소리를 내면서 즐겁게 보고 있다.
어젯밤 남편 동창회에 갔다가 밤10시 반쯤 돌아 왔다.
아침에 7시 40분에는 집에서 떠나서
8시에 시작하는 교회에 가야 하는데,
몸이 많이 아픈 사람처럼 남편이 일어날 생각을 안했다.
그런데 나도 남편동창회에 가서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
듣다가 왔는데도 피곤해서 남편처럼 늦장을 부렸다.
모인다는 시간에 정시에 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사람들은 먼저 와서 한차례 음식을 이미 먹고 난 후였다.
반이상 먹고 난 낙지가 들어가 있는 생선전골과
작은 그릇에 담긴 새우젓과 몇점 남은 삼겹살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앞에 있던 삼겹살을 새우젓으로 먹고 있는데,
다 먹으면 또 가져오기를 두번해서 ,
아무것도 안먹고 삼겹살만 먹었다.
다들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듣기만 했다.
처음 보는 여자분이 얘기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김장을 했는데,재료값이 $300이 넘게 들은것 같았다.
5가지를 했다고 하는데,그 옆에 앉았던 남편후배 부인이
자기 외사촌이라고 소개를 하면서
김치를 재료비를 반씩 부담하면서 같이 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150을 냈다고 했다.
그 후배 부인은 나를 언니라고 부른다.
내가 "뭐야 그렇게 많이 김치를 담았으면 내게도 좀 주어야지 ."
말했더니 "언니는 김치를 한번에 5박스씩이나 담아서
나누어 주시는 분이신데 언니가 더 맛있게
담으시면서 ,다른사람 김치가 왜 필요해요?"
그래서 "그 소리는 그만해.다 옛날소리야.
나이들어서 허리도 아프고 해서 지금은 두통씩 자주 담아 먹고 있어."
그전에 반찬이나 김치등을 종이박스에 가득 담아서 주었던
후배부인이 지금도 내가 김치를 담아서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고 사는 줄로 아는것 같았다.
벌써 10년도 더 전에 하던 일들을 말하면서
그렇게 여러번 받았으면 자기도 갚을 줄도 알아야지,
이 후배부인은 줄 줄은 모르고 받을 줄만 안다.
김치 잘 담는 외사촌을 가까이 두어서
이젠 김장도 하고 산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그 외사촌 여동생이 너무 활발해서 이해가 안갔다.
주방에 대고 뭐 밑 반찬이나 김치겉절이가 떨어지면
가져 오라고 테이블에 놓여 있던 벨을 누르고,
남자들 테이블에 가서 앉아서 얘기하고...
게다가 가게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직접 꺼내오고
뉴욕쪽에 산다는데 꼭 그 음식점 주인처럼 행동을 했다.
나이는 나보다 9살이 젊은데,드랍샵을 한다고 했다.
남편하고 17년전에 이혼을 하고 혼자서
딸 셋을 대학원까지 공부시키고
큰딸은 결혼하고, 두딸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남편은 17년전에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딸 셋자랑을 처음보는 내게 많이 했다.
큰딸이 낳은 손녀자랑도 많이 했다.
아마도 내가 언니같아서 그랬던것 같았다.
스마트폰으로 딸 셋사진을 보여 주었다.
셋 다 키도 크고,인물도 예쁘고,다 똑똑한것 같았다.
자랑해도 되느냐고 내게 말해서,"혼자서 얼마나
힘들게 키웠겠느냐?얼마든지 말하라."고 말했다.
다들 잘 자라서 어머니에게 효심이 많은것 같았다.
용돈을 주어도 안받았던 아이들 얘기를 했다.
아이들 책상위에 용돈을 봉투에 넣어서 주어도
필요없다면서 안가져가서 도로 가져오게 되었다는 얘기도 했다.
큰딸 결혼식때 전 남편이 와도 되느냐고 물어서
오고 싶으면 오라고 했더니 왔었다고 말했다.
남의 사생활이니 알 필요도 없었지만
모르는 사람의 이혼이라는 말에
내가 관심을 안가져도 되지만
아이들이 아버지 없이 컸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동창회에서 바로 내곁에는 남편친구 부인이 앉았다.
이 남편친구는 어릴때 남편과 한동네서 자랐다고 들었다.
남편 친구들 중에 제일 멋진 큰집에서 살고 있다.
20년전쯤에 필라델피아에 새로 집을 지어서 이사를 갔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층계가 두곳이나 되는 큰집이다.
두아들들도 아들들보다 더 똑똑한 며느리들을 만나서 결혼도 했고
큰아들은 손자를 낳은지 한달되었고,
둘째아들은 손녀낳은지 10개월쯤 되었다.
그 전에는 다른 집들 손주낳아도 별관심이 없던 이 남편 친구부인은
자기 손주들 자랑하느라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보여 주었다.
이제서야 그 부인도 실감이 나는것 같았다.
이 부인은 동창회에 나와 앉아 있는 것만도
몹씨 힘이 들텐데 , 항상 맑은 목소리로
분위기있는 대화도 잘하고, 잘웃는 얼굴로 앉아있다.
나중에는 힘이 들었던지 내게 "남편에게
집에 가자고 말하라."고 했다 .
자기네가 먼저 나가면 미안하니까 나보고 먼저가라고 말했다.
키는 162cm인데,체중이 39 kg 으로 뼈만 남아 보이는데
그런 사람은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해도
뼈가 박히듯이 엉덩이 있는 데가 아플것이다.
정신력으로 버티고 앉아 있었을 그 부인이 측은하다.
몇년전 아침에 세탁소에 일하러 가려고
고속도로를 남편친구가 운전하고,그 옆에 부인이 앉아서 갔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젊은 남자가 졸면서 운전하다가
반대쪽 고속도로에서 길을 넘어와서 남편 친구차를 받았다고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대형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남편친구는 겨우 빠져 나올수가 있었는데,
부인은 소방소차가 와서 톱으로 문을 잘라내고
부인을 꺼낸 다음에 헬리콥터가 와서 병원으로 실어 갔다고 한다.
뉴욕에 살던 큰아들에게 병원에서 누군가 전화를 해서
헬리콥터로 어머니를 실어 왔다고 해서 병원에 가면서
검은 양복을 가져 갔었다는 말도 들었다.
얼마간 혼수상태로 있던 부인이 기적적으로 차차 회복되어서
오래 투병 생활끝에 살아 났고, 몇년이 흐른 지금은
동창회에도 나오고 있는데 볼때마다 자꾸 말라가고 있다.
양쪽볼이 움푹 패이고 뼈만 남은 몸으로 동창회에 나와서
잘먹지도 못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말도 잘하는데
교통사고 휴유증인지 왜 그렇게 말라 가는지 모르겠다.
살이 찌고 싶다는 그 부인의 말을 들으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살이 찔까봐 다이어트 하면서 살고 있는데
건강해지고 싶고,살찌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몇년전 내가 먹고 살이 쪘던 하와이언 수윝 디너빵을
사먹어 보라고 말은 했는데,입이 까다로운 그 부인이
좋아 할지는 모르지만 다음에 만나면 사가지고 가야겠다.
다른 때 같았으면 사람들이 나보고 날씬해졌다고 말을 했을텐데
어제는 그런 소리를 누구에게서도 들을 수가 없었다.
39 kg의 비쩍 마른 부인옆에 앉은 나는 누가 봐도
날씬하다는 소리를 할수 없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