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두리꽃이 어제보다 더 피었다.
날마다 새로운 날이다. 어제는 이미 지나간 날이고 ..
이런 쉬운 말은 누구나 다 아는 말인데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
씨가 떨어져 자란 배롱나무.
어제는 비빔밥으로 저녁을 준비했었다.
콩나물,시금치, 고비나물을
씻고, 삶고, 무치고 해서
넓직하고 오목한 접시에 나물을 예쁘게 담고
가족들을 저녁 먹으라고 불렀었다.
남편은 밥에 비빔밥재료를 넣고
고추장으로 비비는데,
막내는 밥을 빼고 비빔밥을 먹겠다고 해서
나물로만 저녁을 주게 되었다.
비빔밥에는 밥을 조금 넣어야 하는데
다시 물어봐도 밥은 빼라고 해서
나물로만 그냥 비벼서
고추장 안넣고 주었더니 정말 잘 먹었다.
여름동안 밖에 내 놓은 집안에 있던 화분들.
저녁을 안먹으려다가
막내가 맛있게 먹는것을 보니까 먹고 싶었다.
나도 막내처럼 나물로만
비벼서 먹었는데 제법 괜찮았다.
저녁식사가 일찍 끝난후 남편이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집에서
아마도 집을 팔려고 그러는지
밖에 상당히 많은 가구들을 내다 놓고 있었다.
타운에서 가구버리는 주일을 정해주어서
이번 주가 가구버리는 주일이다.
화분에 심어 놓은 배롱나무.
한 중년 남자가 젊은 청년인 아들과 같이
철로 만든 오피스용 책상에
큰 화분두개에 침대 후레임에
한번도 안쓴 박스째 사온 그대로인 라미나이트에,
이태리 대리석이 들어있는 작은 박스에....
차고에서 물건을 밖으로 나르고 있었다.
그냥 지나 가려다가 "저 화분 내가 가져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물론이다."고 했다.
남편에게 "저 화분 집에다 놓고 오라."고 했더니
큰 화분 두개라서 그런지 무겁다고 차를 가져 오겠다고 하여
나는 그집 길가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집은 산책길에 본집이다.
남편이 차를 가져 와서 나도 남편이랑 같이
화분을 차에 싣고 집으로 다시 돌아 왔다.
그런데 남편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기분이 안 좋다고 했다.
남편은 무슨 얘기하려면 한참 뜸을 들인다.
" 화분 주워와서 그러느냐 ?"고 묻고
" 그러면 아까 뭐라고 말하지 왜 지금 그러느냐 ?"고 내가 물었다.
화분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정말 속이 터진다.
본론만 간결하게 얘기해도 되는데,
내 남편은 항상 이렇게 뜸들이는
시간이 지나서야 본론을 얘기한다.
아까 차를 가지러 집으로 걸어 가는 길에
무슨 잡지책이 찟겨져서 바닥에 있는 줄 알고
지나치려다가 조금 이상하게 돈같기도 해서 집었더니
50 달라짜리 진짜 돈이었다고 한다.
예전부터 남편에게 들었는데,
남편은 자기돈이 아닌 돈을 밖에서 주우면
안좋은 일이 생긴다고 들었다.
" 그렇게 집으로 가져와서
안좋은 일이 생긴다면 차속에 두자."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산책길에 갔었다.
참 ! 횡재를 했는데 , 남편 표정이 웃긴다.
차속에다 둔 50달라짜리 길에서 주운돈.
그렇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 잃어버렸느냐?"고
더운날 저녁에 길가에 서서 물어 볼수도 없고 ,
주인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런 돈을 가지고 경찰을 부르는것도 그렇고....
내 생각엔 그냥 점심이나 밖에서 사먹어도 좋을것 같다.
또 부인이 암투병 중인 남편 친구 큰딸이
지난 주에 둘째아기를 낳았는데
이 50 달라로 아기옷 선물이라도 사면 되는것 아닐까?
이 집에는 자꾸 무엇이라도 주고 싶은 집이다.
나는 기분이 좋은데 남편은 아니다.
내가 양심이 두꺼워져서 그럴까 ?
어렸을때는 길에서 돈을 주우면 경찰서에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내가 자라서 할머니가 된 지금은
이 돈은 아주 큰돈도 아니니까
주인 찾아 주기가 너무 힘들다는것 , 그러니
차라리 내가 남을 위해 유용하게 쓰면 어떠랴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