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핑체리 밑에서 은방울꽃이 피려고 꽃대가 나왔다.
4월20일.2016년.수요일.
하늘은 구름도 없이 맑고, 상쾌한 공기에 날씨가 참 좋은 날이다.
아침에 막내 학교 보내려고 차고문을 열었는데,마당가운데 서있는
키 큰 참나무 연두색잎이,차유리문에 꼭 개나리꽃처럼 비쳐서 보였다.
날 좋은날 봄이 되면 사람들이 산이나 들로 꽃구경을 다니는것 같다.
나도 이런 날은 어딘가로 돌아 다니고 싶은 날이다.
헬스클럽에 갔다가 남편에게 어디 가자고 해봐야겠다.
아침이면 매일 다른 연두색잎을 보여 주는 키큰 참나무
어제는 앞정원에 땅을 삽으로 파보려고 했는데,며칠 비가 안온 흙은 건조해서
부드럽지않고 퍽퍽해서 삽이 잘 안 들어가서 하다가 그만 두었다.
힘에 부친다.그래도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해야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이므로 조금씩이라도 해야 일이 진행이 된다.
어제 남편이 이층 홀웨이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벽쪽을,
그리고 천장을 페인트칠을 했다.점 점 집이 산뜻해지고 있다.
연두색 참나무잎이 차앞 창문에 개나리꽃처럼 보인다.
나도 조금 거들어서 해 보았는데,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남편에게 "페인트칠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네.예전에는 몰랐는데 힘이
많이 들어 가는데,당신 힘 들었겠다.먹고 해야 하니까 빨리 비빔국수 해줄께."
하고 말하자 내가 알아주니까 남편이 표정이 환해졌다.
나도 간간히 벽을 칠했는데,내 손힘이 달라져서 일까 예전엔 쉬웠는데,여러번
칠해도 페인트칠이 쉽게 안되어서 남편도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몸으로 페인트칠하고 있는 남편(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말이라도 남편에게 힘을 주어야 할것 같아서 "집이 새집 처럼 되어 간다."고
계속 칭찬을 했다.
이제 더 이상 나나 남편이나 힘이 좋았던 30-40대가 아닌것을 느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조금 기운이 충전 된듯 해서 밖에 나갔다.
정원을 작게 줄이려고 안쪽으로 삽질을 열 댓번 했는데,숨이 차고,
땀이 이마에서 흐르고... 오늘은 그 만큼만 했다.
작년에 떨어진 씨에서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있는 물망초
이틀전 남편친구 부부가 저녁에 들렀다.자기 아버님 장례식에 도움을 줘서
두번이나 전화로 고맙다고 하고, 또 찾아 와서 부부가 인사를 하고 갔다.
그러면서 노인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의 외로움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요즘은 나이드시고 홀로 되신 분들이 혼자 사시는 것보다 노인아파트에서
노인들끼리 서로 이성교제를 하고 싶어 하신다는 소리를 했다.
아마도 얼마전 돌아가신 자기 아버님으로부터 들었던것 같았다.
사랑초와 난의 일종인 얼룩진 난잎(작은 흰꽃이 핀다).
백세까지 사시는 분들이 많아진 요즘, 노인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
나로서는 믿을수가 없지만 서로 데이트를 하신다고 했다.
전혀 생각을 안해본 나로서는 나이들어서 흉하게 누굴 사귈까?조금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시간이 남으면 자식들에게 도움이 되거나,텃밭을 가꾸거나,
그림을 그리거나,뜨개질을 하거나,막연히 할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을 했지
혼자된 사람의 외로움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을 안했는데,생각해 봐야 겠다.
공원에 쫙 펼쳐져 피는 흰꽃에서는 은은하고 고운향기가 난다.
혼자된 사람의 외로움이 얼마나 클까?인생이 외롭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정말 인생은 외롭다.부부가 같이 있어도 외롭다.어차피 혼자 태어나서
혼자 이 세상을 떠나는데,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얼마나 더 이 세상에서 오래
살다 갈수 있다고 ,노인들끼리 데이트를 할까?그점에 대해 생각을 해보니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닌데,내가 만약에 혼자 되었다면 장담은 못하겠지만
나는 그럴수 없을것 같다.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공원의 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