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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게 쓰는 편지

푸른하늘 파란하늘 2016. 4. 14. 09:35



지금은 너무 많이 번진 넝쿨로 자라는 연보라색꽃

                        

                                    4월13일.2016년.수요일.

지금은 한낮이 지나고 오후 4시반이 넘어 가고 있다.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고 싶다는 남편은 헬스클럽에서 다녀와 점심후에

감기약 먹고 계속 잠을 자고 있는데,환하고,바람도 없이 맑고 푸른날

멀뚱히 부엌 식탁에 앉아서, 뒷마당 나무가지 가지마다 어느 사이

연두색 작은잎들로 언덕밑을 채우고 있는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뒷마당에서 지고 있는저녁해


저 잎들이 5월의 햇빛을 받으면, 차 차 언덕 밑은 전혀 보이지 않게 되고,

초록색 커튼으로 막은것 처럼 바람부는 대로 나뭇잎이 흔들리게 된다.

그때 쯤엔 초록잎들에 반한 내눈은 온통 초록으로 덮힌 숲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아서 부엌 의자에 그대로 앉은 채로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다. 

벽을 보고 수련하는사람을 '벽면내공'이라고 한다면 나같은 사람을 무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는서로 다투어 땅속에서 화초들이 올라 오고 있다.


초록숲을 아무 생각없이 보고 앉아서 시간을 보내면 '녹림내공'이라고 할까? 

한문을 잘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머리를 비운상태로 초록숲을 보면서 시간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밤에 잠이 들려고 하면 초록숲이 눈두덩이에서 어른거릴 때도 있었다.

나는 벌써 그 아름다운 5월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윽코 해는 지고...


나그네가 고향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며,삶의 갈증을 5월의 초록숲을 마시면서

해소 하고 있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삶의 아비규환이나 상처,슬픔,이별,타향살이 서러움도 다 지나 가는것 같다.

5월이 오면, 내 영혼이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근원도 모르는데  파르르 떠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촛점도 안맞은 앞마당에 있는 흰꽃


아마도 초록숲이 나를 힐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한참을 초록숲을 보고 앉았다 일어서면 어떤 그리움도, 상처도, 서러움도

생각이 안나고 내 영혼이 윤택하여 진것만 같았다.

마치 내가 지금 5월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것 같다.

그동안 날은 저물고 마지막 석양빛이 언덕위에 붉게 비취다가 이윽고 사라졌다.



\

 따뜻한날에 반팔 원피스입은 손녀  .  

                                


그 사이 손주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비디오채팅을 했다.

남편은 안아픈 사람처럼 손녀딸을 보면서 지난번 공부했던 한글책 내용을

복습하고 있었다."나는 누구 아기일까요?"손녀딸이 기억하고 따라서 했다.

손주들에게 먼저 저녁을 주고,사위 저녁을 차리는것 같다.사위가 돌아왔다.

그사이에 비디오채팅도,우리들 저녁도 끝이 났다.오늘 하루도 다 지나갔다.



                             위핑체리꽃으로 덮힌 쑥,신선초,참나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