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12월29일 밤에
남편은 일주일 전 결혼기념일인지도 모르고 세탁실 바닥에 타일을 붙히고 있었다.
그런데 나까지도 확실하게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아서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블친중에서 결혼 26년차이고, 24일이 기념일이라면서 글을 올린것을 보게되었다.
나는 23일이니까 하루 차이가 나기는 했지만 늦게라도 남편에게 월남국수라도
먹으러 가자고 해야 겠다는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오늘 저녁에 외식을 하고 왔다.
결혼전에 나를 좋아 한다고 같은 교회에 다니던 2살밑인 남자가 말을 걸었다.
그전에 벌써 몇번이고 청년부를 맡던 교회 선생님으로부터 언질은 받았지만
대답을 안했더니,본인이 직접 내게 말을 걸었다.나이가 어려서 싫다고 했더니
자기나이가 나와 동갑이라고 했다. 그는 나이를 한국나이로 말하고
나는 만으로 말하고 그래서 같은 동갑이라고 우기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2살이 뭐 대수라고 그렇게 안된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연하의 남자를 만나면 요즘은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한다고 들었다.
그 남자를 오직 나이로만 싫다했던 나도 굉장히 답답한 구석이 있었다.
융통성이 없는 꽉막힌 여자라 연애도 한번 못해보고 결혼도 못할까봐
집에서는 서울의 4째이모댁으로 나를 어머니와 같이 다녀오라고 했다.
동생들이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5월에 나와 어머니는
한국에 나가게 되었다.
네째 이모부는 주변 사람들을 내게 소개 해주기 시작했다.
이모부가 일부러 그런 사람들을 소개해 주는지 다들 재력을 말하는 것이
상당히 나로서는 불쾌했다.
자기 아파트 평수를 말하는데,내 귀에는 하나도 안들어왔다.
왜 내가 그 사람의 재산상태를 들어야 하는것인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다들 결혼준비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하루는 친구를 만나고
이모집에 들어 갔더니 이모부 회사동료 한사람이 거실에 앉아 있었다.
보니까 꽤 쑥쓰러워 하는 남자가 약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모부가 서로 인사를 하라고 해서 눈인사만 했다.
별로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닌것 같았다.
약속을 해놓고 나보고 나가 보라고 이모부가 말을 해서 만났다.
이제껏 만났던 사람들 하고는 달랐다."저는 가난한 사람입니다."고 말했다.
참 ,어쩌자고 그게 좋게 생각이 되었던지 "가난하다"는말이 듣기 좋았다.
그래서 만나기 시작했다.
이제껏 이모부가 소개해준 사람들은 다들 돈 있다고 했었는데,
이 사람하고 만나면 적어도 돈에 팔려 가는 것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 때문에 만나게 되고 ,약혼하고,결혼하게 되어서 36년을 살았다.
참 이상한것은 내가 만난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 했다는것이다.
지금 남편과 데이트를 하고 이모집에 데려다 주는데,그전에 만났던 사람이
이모부집 근처에서 기다리던 사람도 있었다.결혼을 할때가 되어서인지
다들 나를 잘보는것 같았다. 키도166cm에 52kg이면 보기 좋았고
27살인데 다 나를 어리게 보아 주었다. 대학생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큰이모 딸과 같이 돌아 다닐때 대학생 요금을 받은것 같았다.
내가 남편과 데이트를 시작하자 친구들이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돈 많은 사람을 잡으라고 했다. "아니 그 사람 돈 없으면서 무슨 염치로
결혼하겠다고 너를 보니?너네가 미국서 재벌인줄 알고 그러는것 아니니?"
친구들에게 결혼전에 남편을 보여 주었더니 어찌나 남편에게 차갑게
대하는지 민망할 지경이었다.
내 약혼식에 ,결혼식에 온 친구들 얼굴이 나를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나는 돈이 얼마나 결혼에 필요한 것인지 전혀 생각 한적이 없었다.
결혼을 하고 살다보니 좀 불편하기는 했다.
그래도,돈 없는 남편과 결혼했어도,이제껏 돈걱정 없이 남에게 돈을
꾸어 주었을 지언정 남에게 손 안벌리고 잘살아 왔다고 생각된다.
나는 결혼전에도 화장도 안하고 악세서리도 하는것을 안 좋아 했었다.
귀걸이 목걸이 ,반지를 해 본일이 없었다.
이상한 성격인지 그런것을 하고 다니면 자존심이 상했다.
있는 내모습 그대로 해야 마음이 편하지,그런것에 의지하는 것이 스스로가
당당하지 못한것 같아서 안하고 다니던 버릇이 지금도 그런편이다.
그래도 큰딸이 어머니날,생일날,크리스마스때 사준 진주 귀걸이 ,목걸이는
큰아이 기분좋게 해주느라고 하고 다닌다.
오늘도 나는 월남국수를 먹고 들어와 참 기분이 좋다.
근사한 스테이크집에 가는것이 나는 불편하다.
내가 편하게 살면 되지 누구에게 말해서 남이 알아주는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
비싼것에 나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좋은 동네에서 집짓고,아이들 키우고 이제껏 살아온것에 감사하다.
아이들도 잘자라 주어서 감사하다.
결혼 36년이면 참 오래살았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
크리스마스때 친정에서 큰딸네와 같이.둘째딸은 못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