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8일.2015년.화요일.
열어놓은 이층방으로 남편이 부엌바닥에 시멘트 판데기를 까느라
전기드릴로 못박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처음에는 고무 판데기인줄 알았는데,안경쓰고보니 세멘트 보드라고
글씨가 보였다.부엌이 없어진 나는 다행스럽게 전기후라이펜하나와
전기냄비하나가 있어서 그것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그리고 마이크로오븐이 있어서 그것으로도 요리를 하고 있는셈이다.
어제는 막내가 내가 볶음밥을 그전날 주었는데,입맛에 안 맞았는지
마쉬포테이토를 저녁으로 달라고 주문을 했다.
마쉬포테이토야 말로 식은죽 먹기로 쉬운것이라 어제 저녁으로
주었더니, 감자 한개반을 으깬것을 설거지하기 좋게 깨끗이 먹었다.
마이크로오븐에서 익힌 감자를 적당히 버터와 치즈를 넣고 잘섞으면 되니까 너무쉬운
주문이었다.부로콜리를 사러 가야 할텐데 요즘에는 남편이 저렇게 바쁘니 어디 나갔다
오는것도 눈치가 보인다.적당한 시간에 내려가서 어제는 고구마와 생강차를 주고,
점심주고 ,또 생강차주고...열심히 일하는 남편 옆에서 왔다 갔다 하는것으로
자기혼자만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덜하는지 그동안 화난 얼굴이 풀려있다.
나보고 너무 애교가 없다고 하는데,그렇게 태어난것을 어쩌라고?
많은 말보다, 필요할때 밥주고, 같이 밖에 나가주고 하면 60대 부부가
그렇게 다들 살지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 나이에 없던 애교가 어떻게 생기나?
애교는 타고 나야지 같은 여자가 봐도 참 저여자 말도 맛있게 한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생각났다.
어떻게 같은 말을 해도 그 사람이 말하면 다르게 들리고, 표정을 보면서,
목소리를 들으면서 "어머 재미도 있어라" 시간 가는줄 모르게 말을 하는
남편 2년 선배 부인이 있었다.
남편과 나이차이가 9살쯤 되니까 그 부인은 나보다도 어렸다.
그 나이에도 숱이 많은 긴 굵은 파머머리를 어깨까지 늘어 뜨리고다녔다.
얼굴은 얼마나 예쁜지 예쁜 여배우처럼 생겨서 옷도 세련되게 입고,
나는 그 선배분 참 복도 많다고 생각을 했었다.선배분은 한국서 꽤 잘사는집
아들이어서 돈걱정 안하고 사는 집이었다. 필라델피아 백인들 사는 부자동네에,
아주 잘생긴 두 아들에,이름있는차를 타고 다니는 그 여자가 정말 멋있고,
예쁜데다가 고운 목소리로 말을 하면 나는 여자인데도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웠다.
그런데 남편은 카리스마가 너무 넘쳐서 그 부인이 남편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되는것이었다.그리고 나는 남편 동창회때나 가서 만나면 반가운 남편친구
혹은 선배부인들이지, 따로 시간을 내어서 전화하거나 자주 만나지는 않았다.
한달에 한번 동창 모임에서나 보는사람들이었다.
물론 남편 동기동창들끼리는 따로 가끔 만나기는 했다.
우리부부는 항상 모든 소식을 일이 다 끝나고.한참 지나서야 알게 되는데,
그 말을 맛깔스럽게 하던, 남편 고교동창 선배 부부가 이혼을 했다고 했다.
몇년 전엔가 그 집에 초대 받아서 갔을때 그 여자는 음식도 기가 막히게 잘했다.
내 눈에는 뭐 하나 흠 잡을수 없는 여자였다.
아이고~.소문은 그 여자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한참 그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우리 부부는 모르고 지낸거다.
그 여자가 다른 남자랑 같이 레스토랑에서 밥먹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누구는 그 여자가 잘사는 집을 갈라서게 했다는소리를 했다.
별 별 소식을, 둘이 이혼하고 다른데로 이사가고 난 후에 듣게 되었다.
참 어쩌자고 늦은 나이에 갈라서야 했을까?
그 근처에 사시던 친정어머니께서 딸의 소식을 듣고 쓰러져서
응급실에 실려 가셨다는 소문도 있었다.
친정이 미국인 모양이다.그 남동생은 아주 건실한 사람이라고들 했다.
나는 동창회에 가면 그 여자가 말하는 것을 듣는것을 재미로 생각하고
근처에 앉았었는데, 그 후로 다시 더 이상 볼수가 없었다.
3년전 그 해에 켈리포니아에 살고 있던 큰딸 해산날이 가까와서
LA에 가게 되었다.거기 있던 여학교 친구 몇명을 만나게 되었다.
점심때여서 한국 음식점에서 냉면을 먹고,"헤이리"라는 찻집에 가게 되었다.
이 찻집은 건물밖에 많은 탁자가 놓여져 있었고 ,거기로 마실것을 가져다 주었다.
그때, 바로 옆에 옆에 그 선배부인이 어떤 부부를 만나는 것이 보였다.
여전히 그 여자는 아름다왔다.몰랐으면 인사라도 할텐데,
별 별 이상한 소리를 많이 들은 후라서 선뜻 인사를 하러 갈수가 없었다.
오십대 중반 나이에 저렇게 아름답게 보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별로 화장도 안한 얼굴인데도 아름다왔다. 두 사람의 문제는 두사람 밖에
모른다고 하니 알수도 없고 또 내가 알아야할 이유도 없다.
황혼 이혼이라더니 이 미국에도 주위 아는분들 몇은 이혼을 했다.
내가 애교가 많았으면 남편에게 순서가 가지도 않았을 텐데 .....
그래서 당신 저 선배부인 같은 여자는 어때?하고 물어보니까 저런 여자는
데리고 살 여자는 아니란다.저 여자의 품위유지를 계속 지켜 주어야 하는데
그것에 차질이 생기면 저런 여자는 못견뎌하고 다른사람을 찾는다나 어쩐다나...
그래도 나는 그 여자를 동창회에서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미국서 알게 되었던 친구중에 한남편과 두번 이혼하고 다시 잘사는 친구도 있다.
친정어머니 눈에 안드는 사위와 갈라서게 했지만 멀리 둘이서 이사 간후 잘살고 있다.
언젠가 다시 남편 선배부인도 전 남편과 재결합 했으면 좋겠다.
그 여자의 맛깔스러운 재미난 얘기가 더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