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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소원

푸른하늘 파란하늘 2015. 11. 11. 09:13


 

 

                                           해뜨는 새벽에 집 앞마당에 서서

 

                                                         11월10일.2015년.화요일 저녁.

 

오늘은 남편과 헬스클럽에 갔다가 수연이 친정부모집 근처를 지나갔다.

내가 수연이를 언제 처음 만났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1992경에 내가 만난 수연이는 막 결혼을 해서 교회에 나왔었다.

1.5세면서 한국말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는 수연이는 화학을 전공해서

회사에 다니다가 결혼을 했는데, 그의 남편은 친정 남동생의 친구였다.

남편 어릴때의 친구 누나라고, 나를 언니라며 부르고 따랐다.


                                                         퍼온 사진

 

 

중학교 때부터 우리집에 오던 여러 동생친구중에서

수연이의 남편은 체격이 크고 우수개소리도 잘했지만 ,

내동생은 그를 아주친한 친구로 여기지는 않는것 같았다.

그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구두쇠라고 했던것 같았다.

버지니아-알렉산드리아에서 동생친구 남자아이들은 주말인

금요일부터 몰려 다니다가 일요일 저녁에는 돌아갔다.


 

                                            남편이 찍은 동네 일출사진

 

 

한국인 아이들은 그당시 다들 이민와서 힘들게

사는 부모밑에서 있었기 때문에 우리집에 오면

다들 자기들 집에 가지 않고, 먹고 ,공부도하며 놀다가

잠도 자고 가는 친구들도 많았다.

나는 큰누나였으므로  그때부터 동생친구들은

나에게 듯이 누나대접을 했다.

 


하늘이 너무 예쁜날 집앞에서 새벽에


다들 대학에 가는데 수연이 남편은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고 했다.

커뮤니티대학도 다니다가 그만 두었다고 들었다. 

그러다가 세월은 가고, 나는 결혼해서 큰딸을 낳고,

큰딸이 1살되었을때 뉴저지쪽으로 이사오게 되었다.

10년쯤 되던 어느날 동생친구를 뜻밖에

다니던 필라델피아교회에서 만나게 되었다.

 


                                                               하늘이 너무 예쁜날 새벽에 집앞에서


그 어머니께서 중매를 서달라고 부탁을 했었지만 알아보겠다고 했는데,

외모가 그럴듯하니까 여자들이 좋아하는것 같았다.

그러다가 수연이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하더니 결혼을 하게 되었다.

수연이에게는 대학을 나왔다고 한것 같았다.

수연이는 썩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성격이 좋고 부침성이 있어서

그래서 동생친구가 좋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롱우드가든의 국화꽃

 

몇년이 흘러서 아들을 낳고,딸을 낳았다.아이들이 아주 잘생겼었다.

하얀피부에 뛰어난 외모로 교회 다른 아이들 중에서도 눈에 띄었다.

우리 아이들도 아주 예뻐 했었다.

둘째아이가 걸음마를 떼기 시작 했을때 수연이가 자꾸 소화가

안된다고 했다. 의사에게 갔더니 신경성 소화장애라고 텀스나

롤레이드를 먹으라고 했다고 했다.



예전 필라델피아교회 가는길

 

 

 

매주 교회에서 나와 같이 있기를 좋아해서 자주 보았는데,

어느날 배가 너무아파서 찾아갔던 병원 응급실에서

암일지도 모른다고 했다고 하는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나서 검사를 해보고는 바로 위암말기를 선고 받았다.

그러고도 계속 수연이를 교회에서 한동안 볼수 있었다.

선고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수연이는 하늘나라로 갔다.



필라델피아,스쿠킬 익스프레스하이웨이에서

 

 

 

매주 교회에가면 "언니"하고 환하게 웃으며 반가워 했는데,

나는 한동안 마음을 추스리느라 힘들었었다.

수연이 남편은 그 의사를 고발해서 큰돈을 받았다는소문을 들었다.

얼마후 다시 교인중에서 미혼인 아가씨와 재혼을 했다.

참 이상한것은 미혼총각들도 몇 있었는데,유부남인 동생친구를 택한 것이다

아마도 돈이 많다는 소문과 뚱뚱하지만 키가 크고 잘생겨서 일까?


                                                 새벽에 예쁜하늘을 보고 앞마당에서

 

 

어쨋튼 동생친구의 새부인에게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수연이의 부모님께서는 젊은 나이에 죽은 딸 생각에 얼마나 슬프셨을까?

어떤 부모가 잘 키워서 결혼까지한 젊은 딸이 죽었는데 안 슬플까?

손자와 손녀를, 죽은딸을 그리워하신 만큼 더 애틋하게 보고 싶어 하셨다고 한다.

손주들 주시려고 크리스마스선물을 좋은것으로 사셔서 포장까지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새 부인이 손주들을 보여줄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필라델피아다운타운으로 가는길

 

 

아이들을 친엄마처럼 키우고 있는데,아이들에게 혼동이오니까 보여줄수 없다고

외할머니께서 몇번이나 간청을 했지만 그 선물조차도 받지를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계모가 친엄마라고 할수 있을까?

미국사람들은 처음부터 입양아는 입양아라고 밝히고 ,계모나 계부도 밝힌다.

그런데 그것이 숨겨질수 있을까? 지금은 그들이 어디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할머니가 되고 보니까 그 부모님께서 얼마나 손주를 사랑하셨을지 짐작이 간다.


 

                                       꽃가게에서 이름모르는 꽃

 

 

죽은딸의 손주들이니 그 마음이 어떤것인지 상상 그 이상으로

애끓는 마음으로  손주들을 사랑하셨을 것이다.

오늘 낮 수연이 친정 부모님댁 근처를 지나가는데, 지금도

그분들 아직도 이 동네에서 살고 계실까? 남편이 묻는다.

그러고보니 수연이가 하늘나라로 간지도 벌써 18년쯤 되었다.

우리부부는 지금도 가끔씩 손주들을 못 본 수연이 부모님 생각을 하게 된다.



                                               퍼온사진  별들이 보이는 밤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