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흰구름도 천천히
9월 9일 2017년.토요일.
토요일 아침 6시면 맨먼저 부엌으로 내려가 냉커피를 마신다.
그러고나서 주전자에 물올려 놓고 있는데,
막내가 아래층에서 내 발자욱 소리를 들었는지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이면 서늘한 기온에 추웠던지
이불을 덮어 달라고 한다.
내가 진작 알았다면 일찍 내려와서
이불을 덮어 줄것을 밤이면 덮다고
이불을 싫다고 하니 남편이 재우면서
그냥 안덮어 준것을 미쳐 생각도 못하고
편하게 이층서 잠을 잔일이 막내에게 미안하다.
그간 새벽에 내려와서 이불을 덮어 주었는데 오늘은 생각도 못했다.
이젠 아침이면 제법 서늘하다.
그래선지 이층방 천장창문에는 새벽이면 수증기가 보인다.
지붕을 새로 얹었을때 천장창문을 새로 해주었는데,
그때부터 저렇게 수증기가 아침이면 유리창에 보이고
흘러 내리는 것을 보게 된다.
아마도 안과 밖의 기온차이 때문일까?
어느새 아침8시가 되어 간다.
남편은 내가 가져다 준 커피를 마시고
랩탑으로 뭔지 들여다 보고 있다.
남편의 렙탑에서 동물소리가 들린다.
토요일은 좀 더 늦게 아침식사를 준비해도 되는 날이라
이층서 나도 편하게 컴을 들여다 보고 있다.
남편이 아레층으로 내려갔다.막내를 깨우려는것 같다.
다른 날이었으면 8시15분이면 막내 버스가 와서
벌써 막내를 태우고 학교로 떠난 시간도 지났다.
이렇게 토요일이면 나도 마냥 게으르고 싶다.
토요일에는 늦은 아침식사를 준비하게 되는데
아직도 나는 전혀 부엌으로 갈 마음이 없다.
일기도 그때 그때 바로 쓰게 된다면 그때 생각을 쓸수가 있는데,
잠시후에 집안일 하다가 쓰려고 하면 아까 그 기분도 아니고,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그래서 쓰더라도 전혀 다른 것을 쓰게 된다.
그만큼 기억력이 없어진 때문인가 보다.
그렇게 대단한 생각도 아닌데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살면서 그냥 스쳐 지나가는 생각.그래도 훗날 기억하고 싶은,
일상의 잡다한 일에 파묻혀
놓쳐버린 생각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또한 이 생각마져도 잊어버리고 기억도 안난다.
어느새 눈부신 햇살에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리는 참나무잎들이 보인다.
아침 8시36분이다.
오늘 우체국에 갈수 있으면 좋겠다.
친구주소를 못찾아 겨우 알게 되어서
오늘은 우체국에 가서 부쳐주고 싶은데 모르겠다.
집밖에 나가는 일이 남편이 안나가면
이상하게 나도 꼼짝을 안하게 된다.
남편에게 늦게 아침을 주는 일은 괜찮지만
막내에게는 그럴수가 없어서 남편이 아래층으로
내려간후 잠시후 나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쉽고 빠르고 편하게 무엇을 아침으로 만들까 생각하다가
계란 6개를 깨어서 휘저어 막내가 어제 저녁에 남긴 파스타와
베기버거 썬것을 후라이펜 한쪽에서 볶다가
계란일부를 부어서 지단으로 만들었다.
그릇에 담고 허니머스터드를 뿌려서 막내에게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어제 압력밥솥을 씻으면서 남은 반공기의 현미밥과
어제 저녁에 먹고 남은 구운 갈비고기를 채썰어서
파 3개를 썰어 넣고 또 후라이팬에 길게 놓고
남은 계란 휘저은 것을 붓고 크고 긴지단을 만들었다.
나와 남편은 그 큰 지단을 반씩 나누어서 위에 케첩을 뿌려서 먹었다.
불후의 명곡을 틀어놓고 보던 남편은 아침을 먹고는 아침잠이 들고
나는 먹고난 그릇을 부엌으로 가져가서 후다닥 설거지를 하고 올라왔다.
불후의 명곡에서는 송소희가 어떤 젊은 남자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남편은 매일 막내 학교 보내고 난후 부지런히 돌아 다니면서 일을 하는데
토요일에는 아무일도 안하고 쉬고 싶어해서 ,
우체국에 가자고 말하기가 그래서 안깨우고 월요일에 가야겠다.
큰딸에게서 카톡이 왔다.
손자가 우리 집에 오래 전에 왔었을때 남편이 가지고 있던
작은 계산기를 가지고 싶어해서 주었는데,
아마도 그것을 가지고 놀다가 밖에서 잃어 버린것 같다.
하지(할아버지)가 주었다고 자랑하고 다녔다는데
큰딸이 새로 사주겠다고 해서 그만 두라고 했다.
손녀가 한글학교에 매 토요일마다 가는데 오늘이 두번째 날이다.
숙제로 외어 오라는 것을 집에서 큰딸이 연습시키고
있는 것을 동영상으로 보내 주었다.
미국서 태어난 큰딸이 또 자기 딸을 우리 부부가
자기를 한글학교에 보냈던 것처럼
보내고 있는것이 기특하다.
오늘 이곳은 아주 맑고 쾌청한 날이다.
파란하늘에 흰구름이 천천히 흘러가고
햇빛을 받고 반짝이는 참나무잎이 보이고 있는
9월 9일. 초가을이 느껴지는 날이다.
X X X
9월8일.2017년.금요일.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도 위로를 받는 오후이다.
파란하늘과 흰구름과 흔들리는 참나무잎을 보면서
피곤한 몸과 마음을 거기에 올려 놓고 싶다.
점심으로 비빔국수를 고추장 양념으로 비벼서
고명으로 계란지단과,구운 소갈비고기를 썰어 얹어서
남편과 둘이 열심히 이층 방에서 먹고는
빈그릇을 옆 탁자에 밀어 놓았다.
수상한 가수의 김용진가수의 노래를 들었다.
무대공포증때문에 그동안 무대에 못섰다는데,
목소리가 우렁우렁했고 노래목소리는 더 좋았다.
게다가 외모도 출중했다.
몇번씩 멈추다 부르는 노래가 감동적이어서 나도 울고 싶었다.
노래를 하다가 얼굴이 붉어지고 뒤돌아 서면서
얼굴을 감싸 안았는데,청중들이 박수를 쳐주면서
격려를 해주자 다시 노래를 불렀는데 참 안타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