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린 어머니날.
동네 같은 길선상에 핀 아카시아꽃.
5월8일.2017년.월요일.
아름다운 5월이다.
아카시아 꽃가지는 아침 바람에 흔들리고,
떨어진 아카시아 꽃잎 조차도 아름답다.
지금 보는 이 아카시아꽃도 조금 있으면 그리워진다.
아름다운 것들은 다 그리워 진다.
우리 인생에서 청춘의 날이 평생동안 그리워지는 것처럼.
5월은 나무에게 청춘이다.
길가다가 꽃으로 가득찬 아카시아꽃을 보고도
차를 세울 곳이 못되니 그냥 지나칠수 밖에 없었다.
집에서 걸어서 몇분 안되는 같은 길선상에 있는
동네 막다른 골목에 가면 아카시아꽃을 만져 볼수도 있다.
어릴적 친구에게서 들었는데 아카시아꽃을 잔뜩 꺾어서
꽃병에 꽂아서 방에 두면 향기에 취한다고 했는데
오늘 그 꽃을 한번 잔뜩 꺾어 볼까?
너무 높히 있어서 남편에게 부탁해서 꺾은 아카시아꽃.
기억력에 한계를 느낀다.
어쩌다가 지난 주는 참 빠르게 지나갔다.
어머니날이 5월8일인줄 알고
어머니께 어제 일요일에 전화를 드렸다.
봄에서 초 여름으로 나날이 색이 짙어지는 집뒷마당 나무들.
엄마,어머니날 즐겁게 보내셔요.
제가 이번 어머니날에는 아무것도 못샀어요.
제가 깜박 선물부쳐 드리는 것을 잊어 버렸어요.
괜찮다. 네 목소리 들었으니까.
그러냐 ? 어머니날에는 교회에서 꽃을 달아 주었는데,
오늘은 꽃도 안달아 주었다.
꽃대가 올라오고 있는 군자란 .(촛점이 안맞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달력을 들여다 보았다.
미국달력에는 5월14일에 어머니날이라고 써있었다.
그전날 저녁부터 나는 죄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어쩌다가 어머니날 카드조차 안샀을까 하면서.
그래도 달력을 보고 난뒤 참 안심이 되었다.
카드하고 뭐라도 사드릴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카드하고 선물을 보내 드리는 것으로
어머니의 사랑에 보답이 될수는 없겠지만
이것 조차 안한다면 얼마나 나는 무심한 딸이 되는 것일까?
어머니 가까이 살게 되면 이런 걱정을 안해도 된다.
그 많은 가족들이 얘기를 미리 해줄테니까.
나는 달력을 안들여다 보고 산다.
초록나뭇잎색이 짙어지는 뒷마당.
오늘 월요일 5월8일이 한국에서는 어머니날이다.
내가 그동안 미국에서 살면서 한국의 어머니날은
미국의 어머니날과 다르다는 것을 잘알고 살아 왔었다.
이제껏 그런 기억으로 살지 않았었는데,
5월 8일인줄 알고 어머니께 미안해서 전화를 드렸었다.
사람이 살다보면 그런 착각 정도는 할수 있는 일일까?
창문마다 초록나무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