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눈치는 기계.
눈치는 기계를 사러 갔던 동네.
10월22일.2016년.토요일.
새벽부터 비오는 소리를 들었다.
간간이 작게 들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깨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깰때가 되어서 빗소리를 듣게 된것이다.
언제부터 내린 비인지는 모른다.
가만히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서
냉커피를 마시고,콘텍드랜즈를 했다.
비가 오는것을 보려고 부엌 슬라이드문을 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지 슬라이드문 방충망사이로
찬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부엌으로 들어와서 얼른 문을 닫았다.
가을이 하루가 다르게 느껴지고 있는 우리동네
이층으로 올라와서 컴을 열고
어젯밤 잠들기전 달지못한 댓글에 답글을 하기 시작했다.
짧으면 금방 달고 자려고 했는데
댓글이 길어서 그냥 잤다.
긴댓글이 고맙고 좋은데 나는 아침형 사람이라
대부분 답글을 일찍자고, 새벽에 단다.
남편은 아침부터 열심히 크레이그 리스트를 보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꼭 사고 싶은 것을 발견한것 같았다.
눈치는기계를 사겠다고 해서 내가 반대를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기계를 살때는 새것을 사라고 말을하고
가족들에게 아침을 주려고 아래층 부엌으로 갔다.
쌀죽을 쑤고,패랭이꽃님이 가르쳐준 닭개장을 뎁히고
어제 사온 중국시금치를 씻어서 삶아서 나물하고,
양념불고기를 후라이펜에서 볶으면서
막내주려고 산 완두콩박힌 어묵3개를 꺼내 같이 볶았다.
나는 어제 저녁을 먹지 않았는데,배가 고프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보통날은 아침을 아주 간단하게 먹었는데
나도 모르게 식탁에 반찬들로 채우기 시작했다.
쌀죽과 닭개장,김치세가지,장조림,멸치볶음,어묵볶음,해초무침,김,콩나물 ,풋고추,명난젓.
가운데는 꽃그릇속에 시금치,그옆은 불고기
밥 먹으라고 가족을 불렀다.
남편이 "뭐야 아침인데 점심처럼 차렸어?"
저녁을 두부 한모라도 먹었어야 하는데
어제 저녁 나는 입맛이 없어서 한끼 안먹은것 때문에
아침부터 먹을 생각만 하고 있었던것 같다.
네모난 파이렉스 그릇속에 먹던 풋고추와 엊그제 새로 따온 풋고추.
닭개장속에 새송이버섯,아스파라가스를 넣고
중국 시금치,대파를 넣었는데,정말 채소가 너무 맛있었다.
약간의 된장,작은 수저 반 수푼 고추장을 풀고
매운것을 못먹는 막내를 위해서 안맵게 끓였는데 막내도 잘먹었다.
고사리 작은것 한팩에 $6.99인것과 비교하면 엄청 값도 싸다.
풍성한 건데기에 맛도 좋은 새송이버섯은 $2.49에 4개가 들어 있고
아스파라가스는 프로듀스졍션에서 엄지손가락만큼
굵은것 한단에 $2 이다.새송이버섯도 2개만 넣었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상을 다 치웠을때 남편이 나가자고 했다.
무엇때문인지도 모르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차를 탔더니
아까 아침에 봐둔 눈치우는 기계를 사러 가자고 했다.
정말 마음에 안 내켰지만 이미 차는 가고 있었다.
남편은 가서 보기나 하자고 했다.
눈치우는 기계는 잘 망가진다.
눈많이 오는 뉴져지에 사는 사람이 자기도 항상 필요한
눈치우는 기계를 팔 이유가 없다.
분명 모터가 고장나서 쓸수 없어서 일것이다고 내가 말을 했지만
남편은 듣지 않았다. 그 집은 우리집서 그리 멀지 않았다.
가서 그집 차고에 있던 기계를 작동시켰더니
모터가 돌아 가지는 않고 차가 시동이 안걸릴때 나는 소리만 났다.
눈치는기계를 팔았던 집.
그런데도 남편은 그 기계에 미련을 못버리고 그 백인 남자와 말을 하고 있었다.
차속에 앉아 있던 내가 나가서 남편을 붙잡고 그냥 가자고 했다.
정말 화가 났다.
시동도 안걸리는기계를 팔려고 하는 그 사람에게도
또 그것을 사려고 하는 남편에게도 화가 났다.
도대체 버릴 물건을 $80을 달라고 하는 그사람이 나쁜사람처럼 보였다.
할로윈 장식을 온집을 돌아가며 이렇게 꾸몄다.
내가 못사게 해서 그집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 가려는 도중에
남편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 물건을 사서 조금 손보면 고칠수가 있는데
새것을 사려고 하면 얼마인줄 알아?
그렇게 비싸지도 않은데 ,새것 사면 되잖아.
당신 돈있으면 새것 사. 눈치우는게 얼마나 힘드는데 기계를 못사게 해.
남편이 너무 화를 내기에 그럼 차를 돌려서 그집 가서 다시 사겠다고 해.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남편이 다시 그집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작동되지도 않는 눈치우는 기계를 사가지고 집으로 오는 중이었다.
길가던 사람들이 내려서 귀신의 집 같은 집을 사진을 찍고 있다.
이렇게 내 말을 안듣는 남편을 보면 낯설다.
엄청 기분이 다운되어서 남편 꼴도 보기 싫은데
남편이 아까 눈치우는기계 사러 그 집에 가면서 봤던
할로윈 장식으로 온통 집을 꾸며 놓은 집앞으로 차를 세웠다 .
아마도 조금전 내게 화를 냈던 일을 만회하려고,사진을 찍으라고 하는것 같았다.
전혀 내려서 사진찍을 기분은 아니었지만 못이기는체 차에서 내렸다.
내가 얼마나 속으로 상처를 아까 입었는지 전혀 모르는것 같다.
온집을 이렇게 꾸미려면 시간도,돈도 많이 들것이다.
차에서 내려서 그집으로 다가 갔다.남편은 차속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때 집 옆에서 집 주인인 남자가 나와서 집마당으로 들어와서 봐도 된다고 했다
내가 쭈빗거리고 있을때, 길건너에서 두여자가 내려서 그집으로 다가왔다.
가끔 무슨날이면 온집을 거기에 맞춰서 장식하는 집들을 보게 된다.
친정동네에는 크리스마스때면 온집을 크리스마스불빛으로 만든집도 있다.
온갖 귀신 같은 것들로 집을 꾸며 놓고, 미국성조기를 개양했다.
그런데 이집은 할로윈 날을 위해서 꼭 귀신의 집처럼 꾸몄다.
바닥에는가짜뱀들이 우굴거렸다.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얼마나 무시무시한 장식으로 집을 꾸몄는지 보고 나오는데 속이 안좋아졌다.
남편이 아까 내게 화를 내어서인지 ,그 귀신의 집구경을 해서인지
아직도 나는 기분이 안좋다. 남편에게 오늘은 쥬스도 안만들어 주었다.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다.부엌으로 내려 가야 겠다.
그 집 바닥에는 수없이 많은 가짜뱀이 우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