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피곤한 날이었다.
매일 아침이면 문열고 집앞에 핀 흰꽃을 보게된다.
8월9일 2016년.화요일.
아침에 편안하게 하루가 지나 가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막내가 학교로 떠나고 남편은 엊그제 레인지쪽 벽에 붙힌 타일위를
리스를 칠하겠다고 하고, 나는 해독 쥬스를 남편과 한잔씩 만들어 마시고.
일찍 헬스클럽에 갔다가 와서 한잠 자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막내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먹은것을 토했다고 응급실로 보내려고 한다고 해서
가서 데려 왔다. 그래서 오늘하루는 계획대로 안되는 날이었다.
전기 레인지 뒷쪽으로 붙힌 타일.
별것도 아닌데 응급실에 가게 되면 하루종일 응급실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지난번엔 내가 음식을 잘못 주어서 응급실에 갔는데,
오늘은 왠일인지 모르겠다. 아이는 학교보조 선생님들이 잘못 다루어서 다쳐도
남편이나 내게 말하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아이를 바닥에 떨어 뜨린적도 있었는데,
아이가 끝까지 말을 안해서 그냥 넘어 갔는데, 한참 후에 말을 해서 들었다.
막내를 옮길때에 조심해야 한다.
오늘도 화장실에서 바닥에 쓰러졌다는데 끝가지 입을 다물고
혼자 쓰러 졌다고 해서 누가 막내를 또 바닥에 떨어 뜨렸는지 알수가 없다.
아마도 떨어 뜨린 사람이 해고를 당할까봐 막내가 입을 다무는 것같다.
부모도 집에서 실수로 아이를 다치게 할수도 있는데, 부모가
불평을 하면 막내가 학교생활이 순조롭지 않을 수도 있다.
오늘은 안개가 보이는 평온한 아침이었다.
그래서 막내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은 남편이나 나나 계속 추궁하지는 않는다.
사실 나중에 들어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기는 하다. 오늘도 화장실에서 막내에게
무엇인가 붙잡고 옆으로 서있게 했는데, 손을 놓쳐서 쓰러지면서 무엇인가에
배를 부딪힌것 같다. 아니면 머리를 부딪 혔을까 ? 집에 온 막내는 다행히
오전 중에는 컴퓨터만 했는데, 점심때 쯤 배가 고프다고 해서 간단한
감자셀러드를 주었는데, 저녁에는 배고프다고 죽을 달라고 했다.
이렇게 안개낀날 아침이면 낮에 덥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어제 BJ's에서 사온 통닭 구운 것중에서
닭가슴살은 내일 내 점심으로 조금 떼어 놓고,나머지 통닭을
큰 냄비에 물을 넣고 끓였다.한참 끓었을때 뼈를 골라내고 살고기만
넣고 다시 계속 끓였다.죽을 끓이면서 소금도 넣고 후추가루도 마늘 갈은것도,
불린 쌀도 한컵붓고 어제 저녁 먹고 남은 감자와 당근과 부로콜리도 넣고 같이 끓였다.
두 그릇의 죽은 깨끗이 사라졌다.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날때 쯤 믹서기에 죽의 일부를 덜어서 곱게 갈았다.
베지테리안이라는 막내에게 주기 위해서이다. 죽속에서 부셔져 섞인
치킨도 좀먹어 야지, 계란도 먹으면서 닭고기는 안먹는
막내에게 국물만 준것처럼 하기 위해서 이다.
치즈는 먹으면서 소고기는 안먹는다.
저녁 설거지를 하고 난뒤 부엌 뒷뜰을 보니 상현달이 보였다.
결과적으로는 남편도, 막내도 죽을 저녁으로 아주 깨끗이 먹었다는 것이다.
저녁을 먹고 나면, 비로소 오늘 하루가 다 지나 갔다고 생각된다.
아무런 일도 안했는데, 오늘은 괜히 피곤한 날이었다.